*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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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가만히 있다가도 벌컥 화가 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분들, 우리 청취자 중에도 계시죠. 이런 걸 울분 상태라고 합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매년 현대인들의 울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데요. 올해 연구에서는 한국 성인 절반 이상인 54.9%가 장기적 울분, 그러니까 만성 울분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6년 전 조사에서는 43%였는데 이게 점차 점차 올라가다가 작년에서 올해 넘어오면서 무려 5% 포인트가 뛰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울분에 찬 세대는 10대, 20대, 50대, 60대, 어느 세대일까요? 또 울분에 찬 이유는 뭘까요? 연구 결과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만나보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유명순>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랜만에 뵙습니다.
◆ 유명순>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는 게 새삼스럽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6년 전에도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러니까 매년 이 연구를 하고 계시고 정확한 명칭이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이렇게 돼 있던데 이게 어떤 연구길래 이렇게 매년 하시는 걸까요?
◆ 유명순> 지금 앵커님께서 말씀해 주신 제목 자체는 이번 첫 기획이고요. 제가 울분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감정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2018년 이후에 기회가 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측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제목, 그러니까 정신 건강의 위기를 대비해 보자는 취지의 보통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은 좀 의미가 있는데요. 제가 보건학자인데요. 저희 대학원을 비롯한 보건학자들은 점차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기후 위기도 중요하지만 경제사회, 또 정치 분야에서 보통 사람들의 일상하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 않느냐. 그런데 저희는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이전 단계에서 우리 사회가 건강 위험의 관리나 예방을 좀 잘하는 것을 강조하는 집단인데 그동안에 비해서보다 최근 들어서 정신건강의 위기 경험이라든지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 같은 것들을 알아보자. 이래서 조사를 1500명 대상으로 지난 4월에 했고요. 그중에 제가 계속해서 측정해 왔던 울분 감정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54.9%가 장기적 울분 상태다, 이런 결과인데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요. 교수님. 응답자가 스스로 저 만성 울분 상태예요. 이렇게 자체 판단을 한 건지 아니면 여러 질문을 종합해서 연구진들이 만성 울분 상태인 사람이 이 정도구나라고 결론을 내린 건지 궁금해요.
◆ 유명순> 그렇죠. 사전으로 보면 사실 울분이라는 게 마음 가득하게 답답함과 분이 있는 상태이죠.
◇ 김현정> 그렇죠.
◆ 유명순> 그런데 학술적으로 혹은 제가 그동안 여러 질문을 받거든요. 울분을 서로 알면서도 그래서 울분이 뭐지?라고 물어보신다는 거죠. 그러니까 조금만 풀어보면 그러니까 저희가 지금 다루는 이 감정, 울분이라고 하는 감정은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이건 아니다, 이건 올바르지 않다, 나한테 이런 대우라니 이건 정당하지가 않다. 그런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게 대개의 경우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불편한 감정이지만 회복을 하죠. 그런데 이게 장기적으로 계속 그런 경험이 쌓이거나 혹은 한 번이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강하게 이거는 정의롭지 않다, 이건 옳지 않다, 이건 아니다, 나한테 이런 대우는 안 된다라고 하는 큰 어떤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분노도 있지만 배신감 혹은 좌절, 모욕감, 이런 감정들이 중첩을 하고 그래서 그 스트레스를 일으킨 상대나 사안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하는 걸로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울분 감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상이 없다라는 부분이 전체의 절반에 좀 못 미치고 그 이상이 그런 울분이 중간 정도이거나 심각한 상태가 더한 것. 그래서 울분이라는 감정이 지속돼서 장기적으로 울분 감정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 정도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해에 6월에 측정을 했을 때에 비해서 비록 동일한 사람의 응답은 아니지만 약간 상승한 것을 볼 수가 있었던 겁니다.
◇ 김현정> 이렇게 만성 울분 상태가 된 주된 원인도 분석을 해보셨어요? 뭘로 파악이 됩니까?
◆ 유명순> 왜 그러십니까?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조사는 19개나 되는 문항으로 측정을 하고 수준을 나누거든요. 그런데 엿볼 수 있는 거는 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19개 중에 3개 문항이 뭐냐면 내가 볼 때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얼마나 겪었냐를 물어본 거, 두 번째는 자꾸만 생각나는 것, 자꾸만 생각나는 것. 세 번째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것. 이게 19개 문항 중에서 중요한 순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올해 이 응답을 하신 분들이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 중에 내가 볼 때 굉장히 정의에 어긋나고 자꾸만 생각이 나고 생각하면 화가 나는 그런 일에 대한 경험이 높았구나를 엿볼 수가 있는 거고요. 두 번째가 울분의 감정이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아니다, 이거는 올바르지 않다. 이건 나에게 정당하지 않다, 이런 것이기 때문에 공정함에 대한 신념을 통해서 보거든요. 그랬더니 이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의 수준이 낮으면 울분이 높고 반대로 공정함에 대한 신념 수준이 높은 분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울분이 낮기 때문에 이 세상의 공정함, 그러니까 규칙과 질서 집행 같은 것에 대한 공정함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울분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울분의 원인을 획일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공공적인 부분으로 좀 크게 봤을 때는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울분의 감정이 크더라, 이런 얘기예요. 그래서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건 또 어떤 건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셨어요. 그랬더니 1번 정부 비리나 잘못 은폐. 2번 정치나 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3번 안전 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4번 언론의 침묵, 왜곡 편파 보도, 5번 기업의 부도덕과 부패, 이렇게 순위가 1, 2, 3, 4, 5, 이렇게 나왔네요. 보니까 1, 2위가 다 정치하고 관련된 거예요. 교수님?
◆ 유명순> 이것도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진짜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공정함에 대한 기대치나 민감성이 서로 다를 수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도 저도 좀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지만 꼭 이번만은 아닌데 전체적인 추세가 우리 응답자들의 경우는 세상이 부정의로 차 있냐 세상이 공정으로 차 있고 정의로움으로 차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의 수준을 물어보면 전체적인 응답이 거의 과반 이상, 거의 70%가 가깝게 이 세상은 공정함으로 차 있고 이 세상은 정의로움으로 차 있어라고 하는 말이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대답이 있는 게 우려가 좀 있죠. 두 번째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면 직접 내가 겪지는 않았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뉴스나 이런 일들을 보시면서 울분을 느끼는 정치, 사회 사안이 무엇인지를 16개나 선택지를 드리고 물어보거든요. 그랬더니 그 16개 중에서 상위 3순위가 정부, 정치, 그리고 사회의 안전 관리와 같은 것들에서 사람들이 높은 수준, 거의 80% 수준을 넘어서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이런 사안에 있어서는 이런 게 바로 내가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 대해서 믿는 이 신뢰에 대해서 *위기를 느끼고 모욕감을 느끼고 괴로움을 느끼고 분노와 함께 답답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을 엿볼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 정치가 원래도 편할 날이 없었어요. 늘 편치 않은데 특히나 작년 말에는 우리 정말로 이례적인 일, 그러니까 계엄 사태라는 예상치도 못한 일이 터지면서 아마 더더욱 더 여러분들이 좀 스트레스를, 자극을 받으신 게 이번에 이렇게 급상승하는 울분의 뭐랄까요, 퍼센트가 급상승하는 원인이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생각도 해 보는데 교수님, 그나저나 연령별로 따졌을 때 가장 울분에 찬 세대는 어떤 세대예요?
◆ 유명순> 전체적으로는 아무래도 30대에서 좀 주목할 결과들이 있는데요.
◇ 김현정> 30대요?
◆ 유명순> 30대의 울분 같은 거. 그런데 꼭 울분만이 아니라 지금 우울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전체적인 정서, 저희가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냐 없냐만을 갖고 보면 너무 좁고요. 일상을 살아갈 때 스트레스 대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감정이나 정서의 상태가, 웰빙의 상태가 좀 중요한데 30대가 이번 조사에서는 꼭 하나의 지표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좀 주목을 해 볼 필요가 있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30대의 정서 상태, 30대의 특히 감정 상태라고 하는 것을 울분 감정 자체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그렇게 놓고 보면 지금 이번 조사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좀 놀란 건 원래도 약간은 예상은 했지만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높은 스트레스. 그냥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런 좀 우려가 될 만한 스트레스의 이 경험률이 47%가 넘는데 그중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요. 그럼 왜 그럴까? 그게 응답을 보니 전체적으로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고 남의 기준이 내 기준이 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이냐를 볼 때 이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기준이 중요해지는 이 부분에 민감한 집단. 그리고 본격적으로 경쟁과 성과를 학교라든지 가정을 벗어나서 독자적인 경쟁 속에서 성과를 인정받아야 하는 분위기의 경험과 같은 것들이 한 축일 수 있는데 그와 함께 위에서 지금 제가 말씀드린 그런 사회 사안에 대해서도 이 집단에서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 있으리다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30대들 참 안쓰러워지네. 안쓰러워지는데 한 1분 남았어요, 교수님. 우리 그러면 이 울분의 상태에서 좀 스스로를 관리해 보려면, 벗어나 보려면 뭘 해야겠습니까?
◆ 유명순> 그동안 사실 지난번 처음 나왔을 때는 제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는 개인의 차원에서 좀 긍정하자. 그리고 좀 서로를 인정하자. 이런 개인과 관계 수준에서의 말씀들을 좀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만 해서도 5번 이상을 쭉 하다 보니 또 이런 현재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기, 또 사안들을 놓고 보면 좀 드리고 싶은 말씀이 그거예요.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90%가 넘는 분들이 큰 사회의 변화나 큰 재난이나 큰 격변 같은 것들이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균열이나 또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대답을 하신 거예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그래서 응답자 분들과 저랑 생각이 같은데, 즉 지금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고 그것을 수습하거나 더 좋게 하려고 해결하는 이 과정 자체가 건강에 영향을 주는데 우리 모두 아시다시피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다라고 말씀들 하시잖아요. 정신건강은 사실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게 정신의 감정이 건강하고 정서 상태가 안녕해야 의사결정도 잘 되고 판단도 잘 되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좀 우리 사회가 이런 기본 믿음 회복이랑 그리고 신뢰를 높이는 것에 노력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이 말씀을 좀 더해 봅니다.
◇ 김현정> 정말, 정말 중요한 부분. 개인이 정신 차리고 관리 잘하세요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아주 중요한 말씀해 주셨어요. 유명순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 유명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