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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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월) 백삼숙 아이티 선교사 “구호품 구경도 못했어요”
20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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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의료 구호품 부족 '아비규환'
-끝까지 남아 고아와 병자 돌볼 것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아이티 현지 백삼숙 선교사

아이티 공화국은 지금 아비규환입니다. 수천, 수만 구의 시신들이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고요. 먹을 것, 마실 물도 제대로 없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하루하루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고는 있지만 공항기능도 마비가 돼서 구호물품을 내리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는데요. 아이티에서 8년간 고아들을 돌보며 선교활동을 하던 백삼숙 선교사가 있습니다. 이 분은 지진 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는데요. 아이티에 백삼숙 선교사 어렵게 연결이 됐습니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죠.

◇ 김현정 앵커> 모든 게 다 무너졌다, 이렇게 듣고 있는데, 목사님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 건가요?

◆ 백삼숙> 아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약간씩 조금 금이 갔고요. 마당에서 포장을 치고 자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기는 힘드신 상황인가요, 그럼?

◆ 백삼숙> 될 수 있으면 벽이라든가 이런 데에서 가까이 지내지 못하도록 당국에서도 자꾸 방송을 해 주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여진이 계속 있으니까요?

◆ 백삼숙> 한 번은 흔들렸던 집들이라서 무서워서요.

◇ 김현정 앵커> 백 목사님께서는 고아들을 지금 몇 명이나 돌보고 계십니까?

◆ 백삼숙> 저희 아이들은 10명이에요.

◇ 김현정 앵커>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 다 합쳐서 몇 명이나 되고, 또 몇 분이나 무사하신 건가요?

◆ 백삼숙> 우리가 25∼30명인데요. 잘 데가 없으니까 저희 마당으로 들어와서 같이 함께 있고요. 어쩔 때는 3∼40명 4∼50명 이렇게 같이 자죠.

◇ 김현정 앵커> 함께 생활했던 아이들은 다 무사하고요?

◆ 백삼숙> 네, 다행히 무사합니다.

◇ 김현정 앵커> 다행입니다. 통신이 복구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전화상태가 고르지가 않습니다. 여러분들, 양해를 부탁드리고요. 목사님, 지금 지진이 일어난 지 한 5일 정도가 돼 가는데, 지금 눈에 보이는 상황들은 어떻습니까?

◆ 백삼숙> 아직도 피난민들로 가득 찼고요. 잘 데가 없으니까 조금 넓은 공간만 있으면 아무 데고 다 일단은 자리 잡고 누워서 있죠.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야외조차도 장소가 부족한 거군요.

◆ 백삼숙> 네, 환자들이 지금 치료받을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은 일단 가서 알코올 소독이라도 하고 약을 발라주는데 특히 뼈를 부러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건 제가 손 댈 수가 없어서요. 좀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앵커> 골절당한 사람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전 세계 구호팀들이 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듣는데 구호작업, 구조작업이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 백삼숙> 공관 같은 곳, 그런 데에서만 조금씩 잠깐 하는 것을 봤어요.

◇ 김현정 앵커> 공관이나 이런 곳들 위주로 구조 활동이 벌어지곤 있지만 사실은 민간인들이 사는 곳까지 손이 미치기는 힘든 건가요?

◆ 백삼숙> 민간인들은 전혀 그 안에 매몰돼 있다는데도 혹시 살아남은 가족들, 친척들은 와서 그 앞에서 울기만 하고요. 이제는 썩고 냄새나서 온 시내가 너무 썩은 냄새로 진동해서요. 아비규환이죠.

◇ 김현정 앵커> 어떤 게 가장 필요하십니까?

◆ 백삼숙> 지금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여기는 가정용 전화가 없어요. 다 핸드폰이에요. 그런데 충전을 못하면 이것마저도 안 되죠. 그럴 때 발전기라도 켜야 되는데 지금 기름 사러 보냈는데 가솔린도 없어요. 발전기를 틀어야 될 가솔린이 없어요. 먹을 물은 물론이지만 씻을 수 있는 지하수를 올려야 되는데 그것을 못하면 큰일이고, 이렇게 통신을 전혀 못하겠죠.

◇ 김현정 앵커> 식수도 부족하고, 전기도 부족하고, 그것들을 돌리기 위한 가솔린도 부족하고... 지금 그렇게 먹을 게 부족하다보니까 여기저기서 싸움도 일어나고, 강도짓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오늘 아침에 들어온 소식으로는 경찰이 발포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 백삼숙>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저희들 지금 문을 두드리면 될 수 있으면 확인하고 문 열어줄 정도로 저희들 조심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확인을 해야지 문을 열어줄 정도로 치안상태가 불안하다는 말씀이세요?

◆ 백삼숙> 네.

◇ 김현정 앵커> 그럼, 거기 무정부 상태라고 보면 되나요?

◆ 백삼숙> 그렇죠. 죽은 사람도 많고, 우선 대통령 궁부터 그렇게 무너져버려서 이 나라의 경찰은 못 본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이 나라 경찰은 못 본 것 같고,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이런 사람들 활동하는 것 정도 보고요?

◆ 백삼숙> 네.

◇ 김현정 앵커> 구조견이나 구조 활동은 공관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그랬는데, 구호품은 어떻습니까, 잘 전달이 되고 있습니까?

◆ 백삼숙> 모르죠. 저희는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 김현정 앵커> 받아본 적이 아직 없으세요?

◆ 백삼숙> 네.

◇ 김현정 앵커> 만약 우리가 한국에서 백삼숙 선교사께 좀 보내고 싶다고 하면 어떤 다른 루트는 없나요?

◆ 백삼숙> 없고요. 제가 알기로는 도미니카 밖에 아직은 안 되거든요. 공항이 폐쇄된 상태여서.

◇ 김현정 앵커> 도미니카를 통해서?

◆ 백삼숙> 도미니카에 의해서 육로로 밖에 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앵커> 언제쯤이면 구호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문들도 없습니까?

◆ 백삼숙> 없죠. 제가 주로 시테솔레이 쪽을 목회를 했었는데 그쪽 주민들이 날마다 찾아옵니다. 일단은 조금씩이라도 나눠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고요.

◇ 김현정 앵커> 앞으로 목사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백삼숙> 이미 저는 여기서 죽기로 결정을 했고요. 저는 여기 살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그 말씀은 떠나지 않고 계속 그 아이들, 고아들을 돌보고 계시겠다는 말씀이세요?

◆ 백삼숙> 네, 고아뿐만 아니라 제가 수호할 수 있는 정말 모든 병든 자들은 제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요. 치료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저는 그 계획으로 있어요.

◇ 김현정 앵커>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치료하면서 그 곳을 지키겠다는 말씀이시군요?

◆ 백삼숙> 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목사님, 기도하겠습니다. 또 여기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는지 더 열심히 저희들 찾아보겠습니다.

◆ 백삼숙>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