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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목)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北 NLL 발포는 계산 착오"
2010.01.28
조회 293
-“평화협정 조속 체결”대미 메시지
-南 압박 통한 北 체제 단속 효과도
-대북여론 나빠져 목표실현 어려워
-우리 정부가 北 자극한 측면도 있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2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NLL수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고요. 그 다음날인 어제는 오전과 오후 4차례에 걸쳐서 100여발의 해안포를 사격했습니다. 이에 우리 군도 100여발의 경고사격을 했죠. NLL을 넘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경고사격에 그쳤지만 교전까지 벌어질 뻔 했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헷갈립니다. 한편에서는 관광재개회담 경제회담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포를 발사하고 보복성전이라는 성명도 내고요. 그 속이 어떤 걸까요? 대북전문가시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해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네 차례에 걸친 100여발의 해안포 발사, 무슨 의도로 봐야 할까요?
◆ 정세현> 우선 미국을 상대로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 6자회담 복귀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되어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6자회담 복귀를 앞두고 북한이 지난 1월 평화협정에 우선 논의를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앵커> 6자회담 열리기 전에 체제보장, 평화협정부터 하자는 거였죠.
◆ 정세현> 네. 그런데 평화협정과 NLL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NLL은 정전 협정 그 자체는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한반도 정전협정체결이후에 UN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경계선인데요. NLL문제를 건드리면 평화협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지금 6자회담 복귀를 앞두고 평화협정 논의에 우선순위를 높여 달라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보내는 의도가 있고 또 하나는 앵커께서 말씀하셨지만 여러 가지 금강산 협상이라든지 개성공단 협상문제를 놓고 남북대화를 하는 그런 시점에, 예정돼있는 시점을 앞두고 이렇게 하는 것은 장외압박을 통해서 남쪽의 양보를 유도하려고 그러는 의도도 깔려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분석이 참 다양하게 나오는데요. 어떤 분석이 또 있느냐면 지난 1월15일에 보복성전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보복성전을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을 실행에 옮긴 게 아닌가, 이런 분석도 있더라고요.
◆ 정세현> 그것도 있죠. 보복성전을 하겠다, 그 다음에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공격 발언에 대한 반발도 있었죠. 자기들은 빈말은 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남기면서 동시에 다시는 체제를 건드리는 그런 발언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담겨있고 동시에 아까 말씀드린대로 협상에서 남쪽의 일정한 양보를 유도해보겠다는 그런 계산도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세 가지정도로 이야기가 되는 거죠. 미국에 대한 메시지, 보복성전에 대한 자신들의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그런 측면도 있고, 대남압박도 있고요.
◇ 김현정 앵커> 북한군이 지난 번 대청해전 때 패배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군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목표가 됐을까요?
◆ 정세현> 그렇게 연결하는 전문가들도 있더라고요. 대내용이다, 그러니까 지난 번 대청해전, 제3차 서해교전, 호칭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때 당한 분풀이 차원에서 이번에 이렇게 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분풀이를 하려면 이쪽에 피해를 줘야 되는데 우리 쪽에 피해가 없기 때문에요. 그리고 시기적으로 해마다 12월부터 3월 말까지 북한의 군사훈련입니다. 3월에는 우리 키 리졸브 훈련도 예정되어 있고요. 그런데 키 리졸브 훈련의 규모를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경고의 의미도 있죠.
◇ 김현정 앵커>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는데 우선 6자회담 전에 평화협정 빨리 해달라고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게 가장 크고, 2월 1일에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있는데 그 전에 우리한테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이런 포석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 그런데 저는 계산착오라고 봐요. 왜냐하면 시기적으로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양보를 할 수 있겠는가...
◇ 김현정 앵커> 2월 1일이면 며칠 안 남았는데요.
◆ 정세현> 여러 사람이 연결돼있다고 보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라고 한들 양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할 수 없었어요. 북한이 계산을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일단 어제 일어 난 그 상황에 대해서 분석을 해봤고요. 요 사이에 북한의 동향을 보면 강온전략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한쪽에서는 회담도 하고 모두 제대로 하는데 한쪽으로는 보복성전, 포도 쏘고요.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왜 보이는 건가요?
◆ 정세현> 보복성전이다,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을 안기겠다는 발언들은 그 쪽에서 일방적으로 나온 건 아니고 우리 쪽에서 내놓은 북한에 급전사태에 대한 부흥계획이 굉장히 자극적이 됐을 거예요. 2012년 이후에 김정일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 행정을 책임지는 그런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에 그게 자극이 됐을 거고 그래서 보복성전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김태영 국방장관의 말이 맞긴 맞아요. 북한이 먼저 공격할 기미가 있으면 우리가 선제타격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발언에 대해서 북쪽의 군부가 발끈했을 겁니다.
또 하나 통일연구원에서까지 금년 가을부터 북한을 자극하는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인권위원회에서도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를 노골화하고 그러니까 이런 것에 대한 불쾌감 표시이고, 북쪽으로서는 그렇게 해서 내부 체제 단속을 할 필요가 있죠.
◇ 김현정 앵커> 그런 체제단속으로 한쪽에서는 강하게 대응하고 반발을 하고, 또 한 쪽에서는 실질적인 경제회담이라든지 이런 것은 굴러가는 식이 됐다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 네.
◇ 김현정 앵커> 지금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하나는 평화협정체결을 통한 체제보장 부분이고 또 하나는 올 신년 공동사설을 보면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 즉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거든요. 과연 지금 같은 전략이 북한으로서 적절한 방법을 택한 것일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평화협정이 체결되려면 아직도 시간은 많이 걸립니다. 그러나 어쨌든 6자회담이 열리고 미북 간의 관계 개선이 가시권 내에 들어온다면 쌀밥이라고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식량지원 같은 것은 미국에서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고 봐요. 또 6자회담이 잘 굴러가면 여러 가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인민생활향상에 도움이 되는 그런 국제적 지원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군사적인 방식을 통해서 6자회담을 앞두고 자기네들 요구를 높이려고 하다가 잘못하면 대북 여론이 나빠질 수도 있죠. 우리 정부는 당연히 이걸 가지고 미북 관계 개선 속도를 견제하려고 할 겁니다만 이렇게 되면 평화협정을 포함한 6자회담 진전 과정에서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 보장해야 한다는 공개적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질 여지가 크죠.
◇ 김현정 앵커> 북한으로서는 압박도 수위를 조절해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무조건 몰아 부치면 여론이 더 나빠지고요.
◆ 정세현> 그렇게 되면 여론이 더 나빠지고, 6자회담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6자회담이 어려워지면 북한의 공개적 목표달성이 어려워집니다.
◇ 김현정 앵커> 6자회담 전망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정세현> 이게 시간적으로 3월 달에 열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요.
◇ 김현정 앵커> 그건 왜일까요?
◆ 정세현> 3월에는 키 리졸브 훈련이 예정되어있습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인데 작년은 대대적으로 했죠. 군사훈련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남북회담이나 국제회담에 잘 안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설 지나가고 나서 키 리졸브 훈련 시작되기 직전, 열흘 그 기간 중에 6자회담이 일단 열려서 여러 가지 가닥을 잡고 쉬었다가 다시 훈련 후에 열려야 되는데 북한이 지금 하는 걸로 봐서는 설지나가고 나서 3월 이전에 6자회담에 돌아올 가능성은 없지 않느냐, 오히려 4, 5월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앵커> 지금처럼 경색된 상황으로는 그렇군요.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된다고 보세요?
◆ 정세현> 지금 정부가 부흥계획이니 통일대계니, 인권문제니 이런 것을 너무 강하게 제기를 하다보니까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보니까 우리 정부 당국자들 중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어디까지 할 수 있겠느냐, 한번 두고 보자’ 그런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네요. 사설에까지 나온 걸 봐서는 사실인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 되죠.
아직 우리 경제까지 영향을 안 미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을 자극해서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문자 그대로 유연하게 일관성 있게 이렇게 원칙을 가지고, 말만 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