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6(화) 교육평론가 이 범 "스타강사, 기출문제 확보 매우 중요해"
2010.01.26
조회 408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교육평론가 이 범

SAT,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을 치러야 됩니다. 일종의 미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요즈음 SAT 문제가 우리나라 학원 강사들에 의해서 국내외로 유출이 되면서 떠들썩하죠. 지난 23일에 경기도 가평에서 유출사건이 일어났고요. 더 심각한 건 18일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태국에 강사가 SAT 시험을 보러가서 문제를 유출한 후에, 몇 시간 뒤 똑같은 시험지로 미국에서 시험을 보는 유학생에게 이메일로 내용을 보냈습니다. 아주 지능적인 수법이죠. 그런데 학원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식의 범죄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하는군요. 과연 실태가 어느 정도일까요? 스타강사 출신의 교육평론가 이범 씨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SAT라는 시험이 한 해에 몇 번이나 치러지는 건가요?

◆ 이 범> SAT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비슷한 시험인데요. 우리나라 수능과 달리 1년에 7번을 치릅니다.

◇ 김현정 앵커> 전 세계가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겁니까?

◆ 이 범> 그렇죠. 전 세계 18개국에서 볼 수 있고요.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시차가 있는 거군요?

◆ 이 범> 그럴 수밖에 없죠. 동아시아 지역하고 미국하고 시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유출해서 미국으로 빼돌린다든지 이런 게 가능해지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우리나라 응시생 수는 매회 한 1,500명 정도가 되는 시험인데. 그런데 수능처럼 전 과목을 보는 건가요?

◆ 이 범> 미국 SAT는 우리나라 수능하고 상당히 달라서요. 일단 SAT1이라고 흔히 부르는 기본과목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인데. 언어영역, 수리영역 중에서도 좀 기본적인 것을 치르는 시험이고요. 이와 아울러 SAT2라고 흔히 부르는, 또는 정식으로 SAT 서브젝트라고 부르는 그런 과목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면 선택과목들이 되죠. 그래서 한번에 SAT1과 SAT2를 다 볼 수 없고, SAT1를 보거나 또는 SAT2를 보면 한번에 3과목까지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문제유출을 보면,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이번 태국 사건처럼 아예 시험지를 오려가지고 똑같은 시험지로 시험 보는 미국에 보내는 경우.

또 하나는 SAT가 문제은행방식이라 문제를 정해놓고 이번 회에는 이러 이러한 문제를 내보내고, 다음 해에는 또 다른 문제를 내보내고 이런 식인데. 강사들이 여러 번 시험을 본 다음에 머릿속에 외워 나와서 기출문제를 복기하는 방식, 그럼 언젠가는 나올 테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맞습니까?

◆ 이 범> 그렇죠. 첫 번째로 말씀하신 시차를 이용한 아주 적극적인 부정행위, 이런 건 사실 학원가에서도 그리 알려져 있었던 일은 아니고요. 이번에 실체가 드러났습니다만, 상당히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겠죠.

문제는 두 번째의 유출을 통해서 기출문제유형을 확보하는 식의 문제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흔히 ‘이거 그냥 단순히 기출문제를 확보하기 위해서 유출한 건데, 이게 그리 범죄가 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선생님이 나와서 “이것 기출문제다” 이러면서 많이들 시험문제도 주고 그런다고 해요. 범죄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 이 범> 그런데 ETS 입장에서는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것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수능과 달리 이게 문제은행 식으로 운영이 되거든요. 1년에도 7번씩 보는 시험인데, 매 회마다 시험을 완전히 새로 출제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문제은행 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이런 문제를 뽑아내자, 그 다음 해에는 어떤 문제를 뽑아내자, 이런 식으로 문제를 뽑아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이 범> 이런 식이 되는 거니까 결국은 SAT를 여러 번 시험을 치르면서 그 기출문제를 모으다보면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오는 문제하고 똑같은 문제를 확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똑같은 문제는 아니라할지라도 대략 SAT 문제가 이런 유형으로 출제되고 있다는 그 트렌드를 확인해서 학생들에게 비슷한 문제를 풀게 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의 점수를 단기적으로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앵커> 선생님 혼자 가서 머릿속에 암기해오기가 쉽지 않으니까 여러 명 강사가 짜고 들어가서 ‘나는 1번부터 10번까지, 이 사람은 10번부터 20번까지’ 이런 식으로 외워 와서 복기를 하기도 한다면서요?

◆ 이 범> 유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있는데요. 일단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누구는 몇 번까지, 누구는 몇 번까지 외워오자고 해서 나중에 문제를 재구성하는 이런 방식이 있고요. 이번에 적발된 방식은 아예 미리 누구는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까지 문제지를 찢어오자, 누구는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까지 찢어오자, 해서 SAT문제집이 일종의 책자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제본된 부분을 부분적으로 몇 페이지씩 뜯어오는 거죠. 그러면 나중에 문제지를 다 수거하게 되어있긴 합니다만, 사실 책자형태로 되어있는데 중간에 몇 페이지 찢어져 있을 때 이렇게 얼핏 봤을 때 발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일일이 들춰보고 확인해보기 전에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유출이 있었던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관리감독이 그렇게 허술합니까, 찢어가도 모를 정도로?

◆ 이 범> ETS가 우리나라의 수능을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곤란한 게요. 이게 공식적인 정부기구 같은 것이 전혀 아니고 민간기구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곳에서 동시에 시험을 치르다 보니까 ETS의 요원들이 각국에 파견돼서 관리감독을 하는 게 아니죠. 관리감독을 위임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SAT를 주로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학교들에서 주로 치르는데, 그 학교 교직원분들이나 이런 분들한테 관리감독이 위임되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에 비해서 좀 소홀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우리나라 수학능력시험처럼 삼엄한 감독을 생각하면 안 되는 거군요?

◆ 이 범> 그렇죠. 우리나라 수능도 사실 유출만 가능하다면 누군가 사전유출해서 점수를 올리고 싶은 유혹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대형사건이 여태까지 터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관리감독이 철저했기 때문인데, ETS에서 치러지는 SAT뿐만 아니라 ETS에서 토플이라든지 이런 시험들도 관리를 하는데 전반적인 관리감독이 그렇게 철저하지 못합니다.

◇ 김현정 앵커> 이렇게 시험문제를 많이 유출해서 기출문제지 만들어 놓으면 이런 경우가 스타강사가 되는 거죠?

◆ 이 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일단 기본적으로 학원가에서 SAT나 다른 일반적인 입시학원의 수능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런 데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문제의 출제경향을 파악해서 유사한 문제들을 학생들에게 미리 풀어주게 함으로써 이 사람의 강의를 들었더니 적중이 되더라, 이런 소문이 나는 것이 제일 강사 입장에선 유리하죠. 기출문제확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스타강사가 되면 얼마나 학원가에서는 받습니까? (웃음)

◆ 이 범> 전체 사교육 시장 중에서 SAT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작습니다. 사실은 굉장히 특수한 시장이죠. 왜냐하면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때 필요한 시험이지 한국이나 이런 데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 조기유학생도 상당히 많아지고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바로 미국으로 대학진학을 하는 이런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외에서는 미국 대학 준비하는 학생도 그렇지만 조기유학생의 경우에도 북미지역에 여름방학이 6, 7, 8월 거의 3개월 가까이 되는데 이 기간 동안에 국내로 귀국을 하거든요. 귀국해서 강남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SAT나 AP라는 시험도 미국대학입학에서 요구하는데, SAT나 AP시험을 위한 학원강좌 프로그램을 이 학생들이 이용합니다. 그래서 여름을 중심으로 해서 반짝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된다, 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몸값이 얼마나 뛰나요, 이런 스타강사들은?

◆ 이 범> 이 시장이 생각보다 작은 시장이긴 하지만 상당히 고액시장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대학 진학을 생각하거나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은 대체로 고소득층 자제들이 많거든요. 그렇다보니까 SAT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이런 과외나 학원 강의도 상당히 높은 수강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 시간당 10만 원 정도인 경우는 예사이고, 심한 경우에는 한 시간당 30만 원 정도 받는, 이런 경우까지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SAT 시험문제 유출도 심각하지만 미국 대학 들어갈 때 필요한 에세이를 대필해주는 것도 성행한다고요,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 이 범> 사실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고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어서 미국 대학들이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 특히 심하게 벌어지는 이유가 미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직접 쓴 에세이를 제출해야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자기소개서나 수학계획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서류인데요. 이것을 자기가 직접 작성하는 게 원칙인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글을 고치거나 심지어 심각한 경우에는 많은 돈을 주고 거의 대필을 시키는 이런 경우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특히 한국 학생들의 경우가 문제되는 게 한국 학생들이 아무래도 영문 작문 능력이 조금 미국 학생들에 비해서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도움을 얻고자 그런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 김현정 앵커> 대필시장도 넓게 형성이 돼있다, 이러다가 한국 유학생에 대해서 좀 안 좋은 인식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이 범> 에세이 대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대학에서 좀 인지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고요. SAT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터진 문제가 첫 번째가 아닙니다. 2006년, 2007년에 걸쳐서도 문제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또 심지어 문제유출이 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ETS에서 조금 무마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곪아서 터진 건데. 이러면 한국 유학생들, 또는 한국 출신의 미국 대학 진학자들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져서 새로운 지원자, 후배들이 지원을 할 때 불이익을 당하는 이런 일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그렇죠. 정말로 공부 열심히 해서 미국 유학가려는 학생들에게 이게 불이익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이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