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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목)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제 아프리카에 관심있다"
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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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눈 먼 시계공> 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과학자와 소설가가 함께 쓴 ‘SF소설’이란 어떤 걸까요, 204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카이스트 교수와 소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 씨가 함께 썼다고 합니다. 분야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꿈꾸는 미래란 어떤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죠. 소설 ‘눈먼 시계공’의 공동저자입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IMG0]◇ 이종훈> 과학자와 소설가가 결합했다는 게 언뜻 좀 의외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요. 어떻게 하다가 소설가 김탁환 씨와 함께 뜻을 모으게 됐습니까?

◆ 정재승> 김탁환 선생이 2006년부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였습니다. 그때 김탁환 교수와 제가 함께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실’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지도 했었는데요. 그때는 주로 연구, 그러니까 디지털미디어에 적합한 스토리는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다보니까 도대체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이 가능하긴 한가에 고민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 번 그 일을 실제로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한 것이 2년 전이고요. 그래서 지난 2년간 준비해서 나온 책이 바로 ‘눈 먼 시계공’입니다.

◇ 이종훈> 집필은 누가 처음 제안하셨습니까?

◆ 정재승> 제가 처음 했는데요. 이 이야기를 처음 제가 2004년도쯤에 고속버스 안에서 구상을 했어요. (웃음) 몇 장 안 되는 초안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김탁환 선생님께 제안을 했는데, 아주 흔쾌히 “너무 재미있으니까 한 번 해보자” 그리고 소설 분야 내에서는 협업이라는 것이 거의 시도되지 않아서요. “재미있을 것 같다”해서 무모하게 시작했습니다.

◇ 이종훈> 지금 고속버스 안에 계시는 분들이 생각이 많아지실 것 같은데... (웃음) 제목이 ‘눈 먼 시계공’ 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정재승> 내용은 원래 우리 뇌에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뇌 영역을 잘 조사해서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검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살해당한 피해자의 단기기억을 조사하면 자신이 살해당한 과정이 들어있을 테니까 범인을 추적하는데 중요한 힌트가 되겠죠. 이것을 가지고 살인범을 추적해서 범인을 잡고 좋은 성과를 이루는데, 문제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또 뇌가 사라지는 연쇄살인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이런 장치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내부자의 소행이 아닐까, 하면서 사건은 미스테리로 흐르죠.

◇ 이종훈> 소설속의 2049년 모습은 어떤 모습입니까?

◆ 정재승> 저희는 아주 테크노피아, 그러니까 과학기술이 노골적으로 바깥쪽으로 드러난 테크노피아는 점점 사라지고, 아마 2049년의 서울은 아주 고도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자연을 어떻게 하면 우리 인공건축물에, 또 인공도시 안에 스며들고 자연스럽게 공전을 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화두라고 생각해서요. 오히려 노골적으로 최첨단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자연과 함께 친화적인데, 그 안에 편리함은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그런 도시를 가상해보았습니다.

◇ 이종훈> 그런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범죄라든가 욕망이라든가 이런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신 거네요?

◆ 정재승>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눈 먼 시계공, 그러니까 어리석은 과학기술자의 모습을 저희가 2049년이라는 미래 안에서 투영한 것이죠.

◇ 이종훈> 왜 하필 2049년입니까?

◆ 정재승> 지금부터 한 40년 후인데요. 저희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 우리의 상상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가 아닐까, 해서 2049년으로 정해봤습니다.

◇ 이종훈> 그때까지는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재승> 네, 그러길 바랍니다.

◇ 이종훈> 그런 바람을 가지고 계셨네요?

◆ 정재승> 네. (웃음)

◇ 이종훈> 소설속의 미래말고요. 정말 현실적으로 2049년경에는 어떤 것들이 많이 달라져 있을까요?

◆ 정재승> 저희가 소설에서는 너무 민감해서 다루지 않았던 건 남북통일문제입니다. 통일이 되느냐 안 되느냐, 또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가 어떤 관계로 가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 한반도의 현실은 굉장히 달라질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우리 몸에서 대체로 다른 기관들은 다 이해하고 있는데, 뇌는 복잡성이 너무 크다보니 뇌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어지고, 그것을 우리가 공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사회의 모습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할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우리가 만약에 미래를 대비해야 된다면, 독자분들도 소설을 읽고 나면 그런 의문을 갖게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들을 준비해야 될까요?

◆ 정재승> 사실 뇌나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유사한 인간, 유사인간을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사람을 컨트롤하려는 기술들도 많이 등장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험실 과학자들의 연구실 안에서는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게 상업화가 돼서 세상에 툭 나와서 그때 고민하면 너무 늦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소설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심지어 인간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어떻게 법과 제도로, 또 사회적 시스템으로 어떤 것은 허용하고, 어떤 것을 막을지를 미리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아무래도 과학자의 생각, 소설가의 생각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시너지 효과가 나던가요?

◆ 정재승>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제가 4페이지짜리 초안만으로 저 혼자 이 작업을 했다면 이렇게 인물들이 살아있고, 또 배경들이 사실적이고, 그 사건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 만들어지지는 못했을 것 같고요. 또 김탁환 선생 혼자 만약 이 소설을 썼다고 하면 과학적으로도 그럴 듯하고, 또 역사소설이 아닌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함께 작업을 했던 것이 매우 유익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도 융합을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첫 사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 이종훈> 외국에서는 과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이 이런 미래 관련한 소설들을 많이 쓰지 않습니까?

◆ 정재승> 네, 종종 예가 있죠.

◇ 이종훈>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사례가 별로 없는데요. 국내 과학자들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 정재승> 그렇진 않을 것 같고요. 저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아서 소설가와 만나거나 과학출판을 했던 경험을 일찍 갖게 됐는데, 과학자들은 대체로 한 분야에 설렁설렁 공부하는 예가 없어서요.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과학적 상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가 마련된다면 저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품이 꾸준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요즈음은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고 계십니까?

◆ 정재승> 흥미로운 분야가 많은데요. 과학기술이,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런 게 요즈음 제 주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아프리카도 갈 기회를 만들고 있고요. 지금 이 시대의 아프리카를 연구하지 않으면 아마도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과학기술이 원시문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종훈> 또 다른 소설을 준비하고 계시는 군요?

◆ 정재승> (웃음)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이종훈>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