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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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수) 문경란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사형제 폐지가 일관된 입장"
2010.03.17
조회 298
- 임신 이유로 자퇴강요는 '차별'
- 미혼모라도 학습권은 '기본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상임위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자퇴를 권유하자, 학생의 어머니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하는 건 차별행위라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등학생이 임신했는데 당연히 학교 그만둬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왜 인권위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상임위원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일단 사건의 정황부터 짚어보죠. 고3이었던 학생이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에서 자퇴를 권유했다고요?

◆ 문경란> 네, 실제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언제 일입니까?

◆ 문경란> 지난 해 4월에 저희 위원회에 진정이 들어왔는데요. 당시 학생의 어머니가 위원회에 진정을 했습니다. 그 학생은 양가부모의 허락 하에 남자친구와 교제를 했었어요. 오빠의 친구랑 교제를 해서 양가가 잘 알았고요. 교제사실도 양가가 다 알고 있었는데, 그러다 임신이 된 거예요. 학교에서 이것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학교 측에서 “교장선생님이 아시면 퇴학이다, 남자친구가 뭘 잘했다고, 형사고발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서 자퇴를 강요를 했다고 해요. 처음에는 휴학을 처음엔 하고 싶어했는데, 그 경우엔 검정고시도 보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는 자퇴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학업은 계속하고 싶다면서 저희 위원회를 찾았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당시 담임교사가 한 이야기를 보니까 “임신한 상태로 학교 다니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교장 선생님이 알면 당장 퇴학감이다, 자퇴해라” 이렇게 독촉을 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이런 게 흔히 있는 일이지요?

◆ 문경란> 지금 현실에선 대다수가 그렇죠. 그런데 저희 위원회가 2007년도에 실제 조사를 한번 해봤어요. 해보니 임신 사실을 학교에서 알게 되는 경우에는 전부 휴학이나 자퇴를 권유를 받았고 그래서 학업을 중단했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생각이 좀 다르긴 한데, 실제로 학교현장, 학교라고 하는 곳이, 지금의 학교가 전부 입시에 올인 해 있고, 상담을 해줄 교사도 부재한 상황에서 그 아이들을 지도하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적 호소를 하셨어요, 학교에서. 제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요. 반면 학생들은 조사를 해보면 80%가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해서 매우 높은 의지를 보였어요.

제가 미혼모 시설을 찾아서 당사자들을 한번 만나본 적이 있는데요. 임신을 처음에 하면 학교에서 알까 두려워서 “내가 알아서 자퇴를 했다” 이런 경우도 사실은 많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강요를 하기 이전에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면 내가 배워야 취직도 해서 이 아이도 잘 키울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래서 이후에는 학업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내가 학교에서 공부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이런 의지를 표명하는 것을 제가 많이 봤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네, 그래서 인권위가 어제 ‘그런 행위는 차별이다, 다시 재입학시켜라’ 이렇게 결론을 내리신 거죠?

◆ 문경란> 네, 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지금 어떤 의견들이 올라오느냐 하면 사실 고등학생이 임신했다면 부적절한 행동 아니냐, 품행이 방정치 못 했으면 퇴학은 어쩌면 당연하고, 다른 학생들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겠느냐, 배가 불러서 학교 다니는 것을 보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제가 조사해보니까 지역주민 수천 명한테서 이 양 재입학 반대한다는 서명운동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문경란> 여러 가지를 얘기하셔서 제가 좀 정리를 해야 되겠는데요. 우선 다른 아이에게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건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완전히 영향을 안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국 사례를 한번 들어보면, 외국의 성교육 비디오를 봤어요, 성교육 비디오에 청소년이 임신을 해서 그리고 출산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그것을 그대로 찍어서 보여줍니다. 그러면 그것을 보고 아이들이 ‘아, 나도 저렇게 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할까요? 오히려 ‘저렇게 하면 내가 정말 조심해야 되겠다, 내가 성에 관해서 행동할 때 책임성 있게 해야 되겠구나, 아니면 내 인생이 크게 어려워질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 아이가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저는 뭐, 문화적 충격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아이들에게 꼭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까... 당사자의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내 딸과 친한 아이들이 내 딸을 보고 ‘나도 저렇게 임신해서 아이를 낳아야 되겠다’ 이렇게 하는 애가 아무도 없다” 이런 얘기로 저희가 웃었는데요. 양면이 다 있다고 저는 보고, 학교도 어려움을 이해를 합니다. 제가 또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자면, 청소년의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저희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10대 미혼모 문제 말이죠?

◆ 문경란> 네. 결코 권장할 일도 아니고요, 잘 했다고 한 일도 아니지만,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잘할 수 있도록 저는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 김현정 앵커> 이 아이들이 비뚤어 나가지 않도록 우리가 그걸 막아줘야 되는 것도 사회적인 역할이라고 보시는 거예요.

◆ 문경란> 한 번의 실수를 통해서 전 인생이 다 망가지고 돌이킬 수 없다면 그건 우리 사회나 어른이 잘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 여학생 어떻게 출산을 했습니까, 어떻게 지내나요?

◆ 문경란> 출산을 했고요. 오늘이 백일이랍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아이 백일이 되는 날이에요, 오늘?

◆ 문경란> 그래서 저희가 어제 축하도 해주고 했는데요. 이 학생은 또 공부도 잘해서 이번에 본인이 원하던 대학에 세무행정과라고 하더라고요. 회계사가 되는 게 꿈이어서 학교도 아주 잘 진학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 남학생하고는 결혼을 했습니까?

◆ 문경란> 결혼을 시킬 예정이라고 하고요. 저희가 예컨대, 우리가 요즈음 아이들이 원조교제를 한다, 그 경우에 징계대상이 되거든요. 그 경우도 예를 들어서 소년원을 간다 해도 공부는 가르칩니다. 공부를 안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학습권이라고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이고요,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저는 학교가 이 아이를 야단을 친다고 하더라도 가르치면서 야단을 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아닙니다만, 하나만 여쭙고 가겠습니다. 어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청송교도소에 사형시설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 이건 사형집행을 실제로 염두에 둔 거다” 이런 발언을 해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경란> 저희 위원회는 ‘사형제는 폐지돼야 된다’ 라는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고요. 위원회의 의견은 그 점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좀 유감이라는 입장이신 거군요, 인권위원회에서는?

◆ 문경란> 위원회로서는 그렇고요. 그건 저희 위원회뿐만 아니라 UN에서도, 국제사회에서도 다 권고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 김현정 앵커> 하지만 김길태 사건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흉악범들이 너무나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라서요, 여론에서는 사실은 사형제가 다시 부활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 문경란> 여론을 저희가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가 판단을 하는 여러 가지 근거들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짧은 시간 안에 말씀을 드릴 사안들은 아니고요.

◇ 김현정 앵커>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잣대를 가지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 문경란> 사형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있고요. 실제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그 부분 주제는 아닙니다만...

◆ 문경란> 주제 아닌 걸 물으셔서... (웃음)

◇ 김현정 앵커> 지금 인권위의 입장은 ‘사형제 부활은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 문경란> 제가 어제 법무부 장관님의 발표에 대해서 위원회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건 아니지만, 위원회가 이제까지 갖고 있는 일관적인 입장입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