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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월) 전북 장수중 김인봉 교장 “교장 재산등록은 구두 신고 발등 긁는 격”
2010.03.15
조회 310

- 장수중 김인봉 교장 “근본대책 필요”
- 승진과 인사제도, 비리의 온상
- 교육계 승진제도 사라져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

지난 주말 한 특성화고교의 교장은 교사를 채용하면서 8명에게서 모두 2억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요, 또 급식업체나 방과후수업 학원으로부터 로비 받은 혐의로 수사 받는 교장도 있었습니다. 정부는 요즘 터지는 여러 가지 교육계 비리의 근본에는 교장 비리가 있다, 이 교장 비리 근절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보고 학교장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하고 있는데요. 일선 학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전북 장수중학교의 김인봉 교장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 허용해서 본의 아니게 유명해지셨던 교장선생님 맞으시죠? (웃음)

◆ 김인봉>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김인봉> 잘 지냅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요사이에 교육비리 근절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국공립 초중고 교장들은 의무적으로 재산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이 지금 논의가 된답니다. 어떻게 보세요?

◆ 김인봉> 그 보도를 보고, 정말 ‘구두신고 발등을 긁는 구나’ 구두신고 발등 긁으면 아무 효과가 없거든요.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실제적인 효과를 전혀 거둘 수 없는 미봉책을 내놓고 있어요. 고위공직자들 재산등록한 지 오래되었죠? 고위공직자들 비리 줄었다는 말을 들었습니까? 전혀 안 그랬잖아요.

◇ 김현정 앵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도 그 정도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감시 기능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김인봉> 제가 볼 땐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감시기능은 할 수 없고, 오히려 비리와 불법으로 늘린 재산을 숨기는 요령이 눈부시게 발전할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차명관리 기법이 늘 것이다?

◆ 김인봉> 그렇죠. 그래서 우리 국민들에게 교육계 비리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분노와 불신만 가중시킬 거예요.

◇ 김현정 앵커> 지금 정부에서 교육비리 근절을 위해서 대통령도 나섰고 총리실 중심으로 TF도 구성한다고 하는데요. 일선현장에서 보실 때는 어떤 대책부터 우선시돼야 된다, 어떤 것을 해야지 이게 미봉책이 아니라는 소리 듣겠습니까?

◆ 김인봉> 그런 비리가 발생하는 원인부터 진단을 해야 되는데, 그 원인을 진단하지 않고 미봉책만 내놓고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어떤 개울물에서 모기가 들끓고 있으면 개울물을 깨끗이 청소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모기향만 뿌리는 격이죠. 교육계 비리의 핵심은 승진과 인사제도거든요. 승진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쓸모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앵커> 승진과 인사제도, 어떻게 개선해야 된다고 보세요?

◆ 김인봉> 다른 데는 몰라도 교육계만큼은 승진제도가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교사들 너무 능률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 김인봉> 그렇지 않죠. 가르치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되죠, 승진하는 데서 보람을 찾을 일이 아니라... 이번 비리도 보면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따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그런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것들이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런 차원에서 교육부 이주호 차관이 수석교사제 확대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교사들이 모두 교장만 되려고 하는 걸 깨겠다, 평교사지만 수업 잘하는 분들에게는 교감 대우를 해 주겠다, 지금도 한 5천 명 있는데 2배까지 늘리겠다고 그래요. 이 방침은 괜찮다고 보십니까?

◆ 김인봉> 수석교사제 실시로 운영되는 걸 보면 그런 취지나 효과를 거둘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앵커> 이것도 아니라고 보십니까?

◆ 김인봉> 아니죠.

◇ 김현정 앵커> 왜죠, 취지가 안 사나요?

◆ 김인봉> 현재도 교사 정원의 77∼78%밖에 확보가 되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그분들이 수석교사제가 본래 가지고 있는 취지를 살릴 수가 없어요. 그분들이 수업을 적게 하면 다른 교사들이 수업을 많이 해야 되거든요. 그분들이 업무를 적게 맡으면 다른 교사들이 수업을 많이 해야 되거든요. 다른 교사라는 건 바로 뭐냐면, 수업하는 교사들이고, 담임하는 교사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가 주어지는 것들이에요.

◇ 김현정 앵커> 수석교사가 되면 일을 좀 적게 합니까, 수업을 적게 하게 되나요?

◆ 김인봉> 당연히 그래야지 효과가 있는 것들이죠. 다른 교사와 똑같이 하면서 다른 교사 수업을 지도할 수가 없는 것들이죠.

◇ 김현정 앵커> 수석교사가 되면 교감대우 해주면서 수업일수도, 시간수도 줄어들고, 업무도 줄어들고?

◆ 김인봉>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입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을 말씀해주신다면?

◆ 김인봉> 제 생각에는 ‘교장선출보직제’를 실시해야 돼요.

◇ 김현정 앵커> 어떤 건가요?

◆ 김인봉> 지금 대학교의 경우에는 총학장들이 점수를 따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총학장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동료 교수들의 지지를 받아서 학장도 되고, 총장도 되고 하는 것들이죠. 그런 방식으로 가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위에 잘 보여서 되는 것이 아니라 동료교사들이 투표를 해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 김인봉> 투표라는 방식도 있겠고, 다른 방식도 있겠지만, 여하튼 동료교사들의 평가를 받아서 지지를 받아서 교장이 되고, 임기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는 제도가 마련돼야 됩니다. 그러지 않는 한 현재처럼 승진하는 제도 같으면 비리가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앵커> 그렇게 교장이 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들이다보니까 나중에 교장이 되고 나서는 급식업체나 방과후수업 업체한테 또 돈을 받게 되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말씀이세요?

◆ 김인봉>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그런 경험은 없는데... (웃음) 시설공사, 급식업체, 또는 아주 열악한 기간제 교사라든가 그런 교사들한테 아마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 김현정 앵커> 물론 모든 교장 선생님이 그렇지 않겠지만 지금 적발이 되고 있는, 지금 혐의 받고 있는 일부 교장 선생님의 경우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있더군요. 김인봉 선생님은 그런 유혹 받아보신 적 없으세요?

◆ 김인봉> 없어요. 교장 권한이 강화됐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저희 학교는 모든 크고 작은 사안을 교직원회의하고 학부모회의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어쩐지는 저는 모르겠어요.

◇ 김현정 앵커> 이런 분들만 계시면 우리가 비리 걱정 안 해도 될 텐데요. (웃음) 요즈음 교육자로서 정말 자존심 상하시죠?

◆ 김인봉> 자존심이 상한다기보다는 반성해야 될 일들이죠. 우리 사회 구석구석 다 썩었는데 교육계만 이렇게 맑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그렇다고 모든 분야가 다 썩었다고 교육계 비리와 불법을 합리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죠.

◇ 김현정 앵커> 그렇죠. 물론이죠. 반성을 먼저 하게 된다는 말씀.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그랬는데... 요즈음 뉴스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인봉> 창피하죠.

◇ 김현정 앵커> 네, 알겠습니다. 교장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