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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목) 문화평론가 진중권 "유시민 경기출마, 노무현 신념 저버려"
2010.03.11
조회 390

- 우근민 공천? “김길태도 공천 줄 판”
- 공천은 정당의 도덕적 수준
- '노무현' 이름이 너무 쉽게 이용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화평론가 진중권 (前 중앙대 경임교수)

지방선거 철만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문제가 있죠. 비리전력자에 대한 공천문제, 또 선거철 되면 날아다니는 철새논란, 이번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계신 분이세요. 문화평론가 진준권 씨와 함께 선거문화 진단을 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먼저 비리전력자를 공천하는 문제요, 한나라당에서는 비리전력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당규를 슬그머니 느슨하게 고쳤다고 그럽니다. 금고 미만의 처벌받은 사람한테는 공천을 주는 걸로, 또 금고 이상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사면복권된 사람은 공천을 주는 걸로 바꾸었다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진중권>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고 규율, 당규율 이런 것을 좀 느슨하게 늘려놓고 있는 중 아닙니까? 그동안 우리사회가 그래도 계속 투명하고 청렴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는데,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그 흐름을 거슬러서 거꾸로 돌아가는 듯 하다는 겁니다. 이것은 여당을 지지하느냐, 야당을 지지하느냐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이 슬퍼하고 분노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모르겠습니다, 보수정권이 들어서서 그런지 사회분위기가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 김현정 앵커> 민주당 같은 경우는 성추행 판결 받았던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복당시켰습니다. 이것도 비슷하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보세요?

◆ 진중권>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고 하겠죠. 한심한 일이죠. 왜냐하면 공천이라는 게 공식적으로 추천하고, 공식적으로 천거한다, 이런 뜻으로 알고 있거든요. 상식적으로 성추행을 한 사람, 그리고 법원에서 그 행위를 인정받은 사람을 공당에서 공직후보로 천거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요. 당선에 유리하다면 최소한의 윤리적 도덕적 고려 없이 누구라도 공천 주겠다는 태세로 보이는데...

또 마침 지금이 어떤 상황입니까? 성추행범 때문에 온 나라가 분노하는 상황인데, 공당이라는 데서 그런 짓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러다 김길태 같은 사람한테도 나중에 공천 주겠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웃음) 그 정도로만 따지면 우근민 보다야 김길태... 극단적인 경우에.

◇ 김현정 앵커> 그 정도까지로 심각한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 진중권> 그렇죠. 여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도저히... 꼭 여성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보면 납득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앵커> 당에선 뭐라고 얘기 하냐면, 한 번 실수했다고 언제까지 영영 기회를 박탈할 거냐, 그리고 또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민심이 느낀다면 민심이 알아서 안 뽑을 거 아니냐, 지역민들이 판단할 문제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 진중권> 공천이라는 것은 자기들 판단으로 해야지, 왜 지역민 판단에 맡겨놓습니까? 공천은 자기들의 판단이고, 자기들의 윤리적 도덕적 수준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 판단을 통해서.

◇ 김현정 앵커> 그 당의 수준을 보여준다?

◆ 진중권> 그렇죠. 그러니까 어떤 실수로, 한 번 실수로 영원히 정치생명이 끝나는 그런 실수가 있는데, 성추행은 바로 그런 부류의 실수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보는 그들의 의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 김현정 앵커> 영영 박탈해야 될 문제다?

◆ 진중권> 그렇죠. 어떤 실수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철새 논란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이 어제 경기지사 출마를 확정을 했더니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이나 김민석 최고위원은 “야권분열을 조장한다, 철새다” 이렇게 비난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진중권>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참정권과 공민권을 갖고 있는데 유시민이라는 개인이 자기가 가진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들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제 그분의 출마에 정치적인 적절성, 효율성, 이런 것을 따져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왜 경기도냐고 묻고 싶어요, 저도.

◇ 김현정 앵커> 왜 경기도냐, 하필?

◆ 진중권> 대구로 내려갔던 분 아닙니까? 거기서 뼈를 묻겠다고, 그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씀했던 분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에 나오겠다고 했다가 결국 경기도로 내려갔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고요. 그 밖에도, 그 이전에도 이것은 정말로 출마를 한 것이냐 하는 의구심도 좀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진중권> 쉽게 말하면 이러다가 단일화 협상을 통해 가지고 양보를 하면서 다른 지분들을 따는 거죠. 예컨대 기초단체장이라든지 지역의회라든지, 이런 데서의 국민참여당의 지분을 또 확보하려는 거 아니냐, 이런 의구심들이 있고요. 또 효율성 문제가 있는데... 글쎄요, 단일화가 안 될 경우에는 야권표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나겠지만 단일화가 된다면 결국은 흥행에는 꽤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주당의 김진표 씨도 그렇고, 진보신당의 심상정 대표도, 장사가 왔으니 장이 터질 거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장이 터질 거다, 이렇게 환영하셨어요.

◆ 진중권> 네, 장이 터질 거라고 환영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영남, 대구에서 뼈를 묻겠다고 했으니까 그쪽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지적을 하셨는데... 그런데 과거에 대구에 나오셨다고 해서 이번에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대구로 나가라는 것은 너무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아닌가요?

◆ 진중권> 글쎄요, 개인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예컨대 대구로 내려가서 뼈를 묻겠다는 그 약속은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자기가 낙선을 한다고 할지라도 계속 대구에 남겠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정치인이라면 자기의 신념을 지켜야 되는 것이고, 또 그게 자기 개인의 신념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건 신념 아니었습니까? 옛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선될 걸 알면서 부산에 출마했던,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까지 저버려도 되는지... 여기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습니다. 뭐, 그 분의 헌법적 권리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아닙니다. 적절성에 대해서 지적할 수 있다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유시민 전 장관은 “한나라당을 패배시키는 데 나의 출마가 도움이 되면 출마하는 거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출마 안 한다” 이런 말씀하신 적이 있으세요. 즉, 여당을 누르고 당선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출마를 해서 야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다, 이런 얘기가 아닌가 싶은데. 이것도 일리가 있는 말 아닙니까?

◆ 진중권> 나름대로 일리는 있겠죠. 저는 그분이 말씀하시는 게 전혀 진정성이 없거나 그렇다고 보진 않아요. 다만 항상 정치인들은 절반의 진정성과 절반의 자기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봐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이런 오해를 풀려면 지금이라도 유 전 장관이 경기가 아닌 대구로 가는 결단을 보여줘야 된다, 이렇게 보십니까?

◆ 진중권> 저는 그게 더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끝까지 거기서 살아 돌아와야지, 거기 그 선거에서 살아 돌아오고 또 지더라도 거기서 지고, 자기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좀 아름답지 않느냐. 그 다음에 대구라는 그 지역이 그렇게 작은 지역이 아니거든요. 상징적으로 상당히 큰 지역인데, 거기를 버리고 사실 올라온다는 것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뼈를 묻겠다는 약속을 무엇보다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말씀이세요?

◆ 진중권> 네, 개인적 약속이자,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걸었던 약속 아닙니까?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지금 약속 안 지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폐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 저는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이름이 너무 쉽게 거론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분들의 진정성을 전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보라는 것에 노무현 정신이라는 이름을 걸어놓은 게 아닌가, 또 그 이름을 걸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행위가 정말 떳떳하고 정정당당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작은 노무현이라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유시민 전 장관이 얘기를 했는데...

◆ 진중권> 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 김현정 앵커> 시간이 얼마 없는데 한 가지만 더 여쭙죠.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어제 각 대표가 만나서 어떻게 협력할까 논의를 했다고 그럽니다.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뭉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까?

◆ 진중권> 제가 알기로는 민노당 경우에는 인물난과 후보난을 겪고 있어서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을 해서 함께 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 이념성향이나 조직력에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은 불가능하고 선거연합이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 지난번에 울산에서 선거연합을 통해서 당선 시킨 예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두 당의 통합에 관한 논의는 아마 선거 이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거든요. 지금 다른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진보신당은 인물의 지지도는 있는데 당 인지도가 떨어지고, 민노당은 당 인지도는 있는데 인물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두 당이 서로가 요구를 하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 아마 통합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앵커> 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