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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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정연주 전 KBS 사장 “KBS 사장으로 반드시 돌아가겠다”
2010.03.09
조회 333
- 정권의 방송장악, 90% 완성
- 엄기영, 자진사퇴 아니라 ‘축출’ 당해
- 밴쿠버 행사 3사 공동중계, 5共 '국풍' 연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연주 前 KBS 사장

MBC 사태, 지난 달 방문진 이사회의 TV제작본부장과 보도본부장 인사에 반발해서 엄기영 사장이 사퇴한 것까지는 알고 계실테고요. MBC 노조는 신임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MBC 사태는 과연 MBC 정상화의 과정일까요,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일까요? 어렵게 모셨습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연결해보죠.

[IMG0]◇ 김현정 앵커>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정연주> 글 열심히 쓰고 있고요. 강연해달라고 하면 강연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신문에 칼럼도 쓰시고요?

◆ 정연주> 네, 칼럼도 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엄기영 사장 사태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정연주 사장이라는 분들 많으세요. 지금 MBC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어떤 심정으로 보고 계십니까?

◆ 정연주> 2008년 8월에 제가 해임되지 않습니까? 돌이켜 보면 그때 해임된 때부터 우리 방송의 독립, 민주주의의 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되거든요.

◇ 김현정 앵커> KBS에 해임 당하던 그때부터 말씀이세요?

◆ 정연주> 예. 그 뒤로 쭉 방송이 거의 본격적으로 정권에 장악됐다고 보고 있고요. 바로 그런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이 축출된 게 아닌가, 매우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앵커> 축출이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그런데 정연주 전 사장께서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했지만 해임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 두신 거고 엄기영 사장은 자진 사퇴였단 말입니다. 좀 다른 것 아닌가요?

◆ 정연주> 문제는 자진 사퇴까지의 과정이죠. 과정을 들여다보면 엄기영 사장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를 방송문화진흥회가 강요한 거죠.

◇ 김현정 앵커> 본부장들에 대한 인사 말씀이세요?

◆ 정연주> 네. 결국 그렇게 허수아비 사장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갈림길에 몰아간 것 자체가 사실상 축출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동병상련의 심정을 좀 느끼신 건가요?

◆ 정연주> 괴롭죠. 안타깝고 고통스럽습니다.

◇ 김현정 앵커> 혹시 엄기영 사장 자진 사퇴 발표 전에 통화라도 해보셨어요?

◆ 정연주> 단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만 두시기 바로 전 금요일인데 그때 뵈었을 때 상당히 얼굴이 상해있었고요. 참 힘들어하는 것을 봤습니다.

◇ 김현정 앵커> 돌아가는 사정을 정연주 사장께선 잘 알고 계셨을 텐데 뭐라고 한마디 조언이라도 해 주셨습니까? 격려라든지.

◆ 정연주> 조언이 아니고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하게 먹는 게 필요하니까... 그래서 제가 그 힘들 때 늘 나한테 위로를 줬던 성경구절을 이야기했더니 엄 사장도 요새 한 구절을 가슴에 담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떤 구절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셨어요?

◆ 정연주> 저 경우에는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 라는 구절과 모든 것을 다 합하여 선하게 하신다, 그 두 구절을 정말 좋아합니다.

◇ 김현정 앵커> 엄기영 사장은 어떤 구절 보고 계신다고 하던가요?

◆ 정연주>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그 구절을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 김현정 앵커> 두 분이 성경구절로 대화를 나누셨군요.

◆ 정연주> 네.

◇ 김현정 앵커> 말리지 그러셨어요? 자진사퇴는 하지 말아라, 끝까지 버티라고 말입니다.

◆ 정연주> 제가 그런 글을 이미 발표를 했기 때문에요. 엄사장이 지금까지 견뎌왔고요. 그만 두게 된다면 도저히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까지 가버렸구나, 그런 것이니까 이해를 합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가셨다는 말씀이세요?

◆ 정연주> 네. 그래서 축출이라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것이 원래 정권이 방송을 장악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장치거든요. 방송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적극적인 역할해가지고 엄기영 사장을 축출하는 데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비극이고요. 그런 면에서 6월 항쟁 이후에 이루었던 많은 것들이 지금 뒤집어져서 거꾸로 가는 많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 김현정 앵커> 반론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인사권이 원래 법률상 방문진에 있는 거다, 정당하게 행한 인사인데 엄기영 사장이 반발하는 건 오히려 과잉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 정연주> 사장이 자기가 함께 일할 임원 인사권이 없다면 허수아비 사장 아니에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지금 조항에 보면 방문진에서 하게 되어있는 것 아닌가요?

◆ 정연주> 지금까지 그렇게 방문진에서 임원 인사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었거든요. 이것은 시대정신하고 방문진이 왜 생겨났는가, 그 정신이 중요한 거라고 저는 그렇게 보거든요. 그 정신에 위배된 것이고 정상이 아닌 것이죠. 비정상이죠.

◇ 김현정 앵커> 지금까지는 조항이 방문진이 인사를 하게 돼있더라도 사장과 교감 하에 이루어졌다는 말씀이세요?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거니까.

◆ 정연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에는 그 관례를 깨고 사장이 반발하는데 인사했다는 것은 결국은...

◆ 정연주> 나가라는 이야기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반론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언론장악이 아니라 그동안 좌로 한창 치우쳤던 방송을 바로 잡는 과정이다, 이렇게도 이야기 합니다.

◆ 정연주> 오른쪽 눈에서 보면 전부 다 좌파로 보일 것이고요. 그래서 그건 어떤 입장에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중요한 평가는 아니라고 보고요. 결과적으로 지금 되어가고 있는 일들 가령, 제가 KBS 사장에서 해임된 후 KBS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변화했습니까?

◆ 정연주> 변화 많이 했다고 보죠.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다거나 혹은 KBS 내부에 있는 새 노조에서 상당히 지금 현재 KBS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주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객관적으로 신뢰도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KBS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MBC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새 사장이 들어오고 방문진이 적극적인 역할하고 난 이후에 어떤 보도를 하고 제작을 할 것인지 두고 보면 다 밝혀 질 것이거든요. 이미 그런 조짐들이 많이 보입니다. 가령 일요일 저녁에 KBS, MBC, SBS 3사가 저녁 황금시간 대에 밴쿠버 올림픽 선수단 환영 행사를 2시간 동안 공동 중계 했잖아요. 그게 80년대 5공 때 봤던 풍경이거든요. 저는 5공 때 있었던 국풍이 연상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전부 뒷걸음질치고 있는 거거든요. 이렇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평가를 하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방송내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연주> 많이 퇴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김제동 씨나 윤도현 씨가 KBS 프로그램 하차한 것도요?

◆ 정연주>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 촛불집회 참가자들 법적 박해하는 문제, 다 예를 들 수가 없죠. 그런데 이게 국내 평가만이 아니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해마다 각 나라의 언론지수를 발표하거든요. 2006년에 우리나라가 31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년에 69등으로 곤두박질쳤거든요.

◇ 김현정 앵커> 38계단이 내려갔군요. 정권 친화적인 인물들에 의해서 방송국이 장악당하는 예를 들어주셨는데 이런 질문 많이 들으셨죠? 참여정부 시절에 정연주 전 사장께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아니었느냐, 이런 질문 많이 듣지 않으셨습니까?

◆ 정연주> 그때 제가 사장 됐을 때 코드인사라는 말을 많이 썼죠. 코드 인사라고 그랬을 때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게 아니고 생각이나 가치가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코드 인사라는 말을 썼을 텐데 요즘은 보면 직계 친족, 직계 족벌들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KBS 사장인 김인규 씨 이명박 대통령 후보 때 방송전략실장 했거든요. YTN 구본홍 사장은 방송특보 했거든요. 이번에 새로 MBC 사장 된 김재철 씨, 지방사 사장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방 현안 보고한 사람입니다. 이건 단순히 코드 인사를 뛰어넘어서 정치적 의미의 직계 친족, 직계 족벌입니다.

더 적극적이고 더 심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한가지 드리고요. 그 다음에 하나는 ‘정연주 너도 과거 정권과 친하지 않았냐’ 하는 이야기를 하실 수 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타난 건, 저는 KBS 가서 방송 독립,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고 KBS에서 탐사보도 팀을 만들어서 처음 한 작업이 당시 고위공직자 검증이었습니다. 80%가 정부 여당 인사들이었거든요. 정권 핵심부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죠. 결과만 가지고 같이 비교를 해서 평가해달라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죠. 정연주 전 사장 말씀대로 언론장악 작업을 이 정권이 진행 중인 거라면 왜 이렇게 언론장악에 몰두한다고 보십니까?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69위라는 망신스러운 국제사회의 망신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말입니다.

◆ 정연주> 뻔한 거죠. 이 정권이나 기득권 세력이 늘 주장하는 게 잃어버린 10년 아닙니까? 다시 찾아왔으니까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정말 치열하고 적극적입니다. 어디서 뭘 배웠냐하면 일본에서 배운 거예요. 일본모델입니다. 일본의 언론환경이 자민련 54년 장기집권의 토양이었거든요. 거기는 공영방송 NHK, 비판세력이 거세 된 무색무채한 것이고 민간방송은 전부 보수적인 메이저 신문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오락기능 밖에 못하고요. 저널리즘 기능을 하는 것은 신문인데 그들의 90%가 보수적인 거란 말이에요. 그 토양에서 자민당 54년 집권이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에 아마 이 정권 핵심 사람들은 그런 모델로 가서 장기집권하자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무리하게 방송을 장악할까요?

◇ 김현정 앵커> 그 과정이 지금 얼마나 몇 %나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세요?

◆ 정연주> 제가 볼 때 언론은 90% 장악입니다. 그런데 90% 언론이 같은 편인데 지지율은 40 몇 %밖에 안나오는 게 저로서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지난해에 해임처분에 대해서 무효판결이 내려졌고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무죄판결 받으셨어요?

◆ 정연주> 네. 제가 고시 두 개 다 패스했다는 소리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두 개 다 무효판결이 났는데 검찰에서는 즉각 항소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끝까지 가도 무죄판결 확신하십니까?

◆ 정연주> 그거야 당연하죠. 워낙 배임혐의 경우에는 경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너무 무리한 것이었고요. 그래서 1심 판결에서도 아주 조목조목 검찰공소를 뒤집는 그런 판결이 내렸고요. 그 다음에 행정해임 취소판결 내린 행정소송도 지나쳤다고 해서 취소판결을 내렸으니까 그것도 당연히 옳은 판단이 내릴 걸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끝까지 무죄 판결나면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하세요? 문화위원회 같은 곳은 두 위원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 정연주> 이제 KBS 경우에는 제 임기가 이미 끝나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 해임자체가 불법이고 위법이고 따라서 그 이후에 들어선 KBS 체제를 불법체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KBS 사장으로 다시 복귀해서 제가 다 채우지 못했던 임기 15개월을 다시 채우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임명을 받아야 하는데요?

◆ 정연주> 이사회에서 결정을 합니다. 이사회에서 사장을 재청을 해서 대통령이 임명 하게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절차를 통해서 불법체제로 해서 잃어버린 나의 15개월을 반드시 찾아와야 된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