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금) 강수돌 고려대 교수 "진리탐구도 취업도 실패한, 참담한 대학"
2010.04.02
조회 329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려대 경영학부 강수돌 교수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눈에 띄는 자료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해 전국 대학졸업생들 가운데 91%가 전 과목 평점 B학점 이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른바 ‘학점인플레’인데요. 교수들은 취업 잘 되라고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또 학생들은 학점 잘 주는 교수에게 후한 강의평가점수를 주는, 이런 형국이 된 겁니다. 며칠 전에는 서울대 채상원 씨가 고발하는 우리 대학의 현실을 들어보셨는데요. 오늘은 교수의 눈으로 대학의 현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강수돌 교수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앵커> 저는 처음 듣는데요. ‘A학점폭격기’ 라는 말이 있다고요?

◆ 강수돌> (웃음) 저도 처음 듣습니다. 학점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얼마 전부터 좀 많이 나오고 있죠.

◇ 김현정 앵커> A학점 많이 주는 교수님, 그런 과목을 ‘A학점폭격기’라고 그런답니다. (웃음) 그런 과목만 찾아서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한다는 얘기인가 봐요?

◆ 강수돌>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A학점을 무한정으로 많이 주는 교과목이 그렇게 없을 것 같거든요. 아주 소수의 수강 인원이 있는 강좌나 아니면 몇몇 특별히 절대평가가 가능한 강좌가 제한되어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학력인플레이가 무한정으로 되는 건 저도 좀 이해가 잘 안돼요.

◇ 김현정 앵커> 그래도 학점이 후한 강의가 인기 과목이 되고, 좀 박한 강의는 그렇지 않은 비인기 과목이 되고, 이런 분위기는 있다는 이야기죠, 고려대뿐만 아니라 대학 전체적으로 말이에요?

◆ 강수돌> 그것은 사실은 옛날부터... (웃음) 제가 다닐 때도 학점 후한 과목을 쫓아다니는 경향이 없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제 문제의 핵심은 일종의 취업전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그 과목의 내용이나 자기 자신의 어떤 장래희망과 관련해서 내용적으로 일치되는 과목을 듣기 보다는 나중에 취업에 유리한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그런 과목을 듣는다는 게 문제겠죠.

◇ 김현정 앵커> 그러면 학점 좀 짜게 주고, 시험문제 어렵게 내는 교수님들은 인기가 없으시겠어요?

◆ 강수돌> 현상적으로는 그렇죠.

◇ 김현정 앵커> 폐강되는 수업도 혹시 있습니까? 그런 이유 때문에...

◆ 강수돌> 그렇게 꼭 따져서 폐강이 되는지 분석해보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으로는 그런 일도 나올 수는 있겠죠.

◇ 김현정 앵커> 강수돌 교수님은 어떠세요, 후한 편이세요, 박한 편이세요?

◆ 강수돌> 저는 후한 편도 박한 편도 아니고, 가급적이면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는데. 상대평가제도를 대부분 과목에 적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점을 무한정 잘 줄 수도 없고, 무한정 나쁘게 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는 맥시멈으로 주려고 하고, 나쁜 점수는 미니멈으로 주려고 하죠.

◇ 김현정 앵커> 얼마 전에 고려대생 김예슬 씨가 취업 브로커로 전락한 대학을 거부한다면서 자퇴선언을 했어요. 또 제2의 김예슬 선언이 서울대에서도 며칠 전에 나오고. 교수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 강수돌> 참 불편한 진실인데, 그런 불편한 진실을 누가 말하는가가 문제이지 사실 속마음으로는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또는 학부형이든 다 알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일차적으로 대학이 진리탐구의 전당이라고 하는, 그래서 뭔가 우리 사회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서 정직하게 분석하고 어떤 대안에 참다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런 의미의 진리탐구를 하지 않고, 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이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2차적으로 보면 취업을 위한 준비조차도 열심히 졸업해도 취업도 안 되는 시대가 오고 말았어요.

◇ 김현정 앵커> 그렇게 열심히 토익 점수 따서 학점 따서 나갔는데 그래도 또 취업이 안돼요.

◆ 강수돌> 그러니까 일차적인 차원에서 본연의 사명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지만, 잃어버리고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간 것조차도 실패하고 있는, 이것이야말로 이중의 의미에서 참담한 대학현실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교수님 대학 다니실 때는 어떠셨어요? 그때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그 과목이 좋아서 했지, 학점 따서 취직 잘 해야지, 이런 일념으로 공부한 건 아니었죠?

◆ 강수돌> 그때도 순수한 의미의 진리탐구에 불타는 사람들은 사실은 소수였겠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웃음) 그래도 분위기상 지금보다는 진지한 측면이 많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시대적인 조건이 지금은 신자유주의, 세계경쟁이 너무 치열해지고, 기업들도 불황인 기업뿐만 아니라 아주 호황인 기업조차도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형편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끊임없이 인력 축소가 자행되고 있고, 이러다보니까 예전에는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면 별로 학점 신경 안 써도 웬만하면 취업이 된다, 이런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제는 그런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변함으로써 더욱더 우리 대학생들 개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런 조건의 변화로 말미암아 그 어떤 행동반경의 축소가 심해졌죠.

◇ 김현정 앵커> 철학과 학생이든 국문과든 사회학과이든 다 토익 영어 공부만 하고, 죄다 공무원 공부만 하고... 참담합니다.

◆ 강수돌> 그게 획일적으로 변해가는 것...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취업전선에 성공하고자 하는 노력이지만 그것조차도 성공하기 쉽지 않고, 또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진정한 다양한 학문탐구보다는 이런 획일화되는 풍토가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습니다. 우리의 상아탑이 어쩌다가 취업 브로커라는 말까지 듣게 됐는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강수돌> 그래서 학내외에서 그리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같이 이런 문제를 진심으로 토론하는 분위기를 좀 확산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네, 교수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