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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금) [교수등급제 논란] 강내희 중앙대 교수 "아인슈타인도 C등급"
201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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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 필요하나 기준에 문제있어
- “저질논문 10편 쓰느니 안 쓰겠다”
- 자의적 아닌 공신력있는 평가돼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내희 중앙대 교수협의회장

‘실적에 따라서 4등급으로 등급을 매긴다, 그리고 등급에 따라 연봉도 책정한다’ 일반 기업 얘기가 아닙니다. 대학교 얘기입니다. 중앙대학교가 우리나라 처음으로 교수들의 실적을 조사해서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서 연봉을 주겠다고 밝혀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과연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교수들조차 실적의 노예로 만드는 반교육적인 아이디어인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장 강내희 교수 연결해보죠.

◇ 김현정 앵커> 우선 평가 방식이 궁금한데요. 어떻게 평가를 해서 4등급을 나눈다는 건가요?

◆ 강내희> 우리 대학교 교수가 평가 대상이 되는 분들이 한 800명 정도 되는데요. 이분들이 각자 희망에 따라서 교육중심, 연구중심, 일반으로 이렇게 자기 진로를 결정합니다. 그러면 교육중심의 경우에는 교육60% 연구30% 봉사10%, 그 다음에 연구중심은 연구60% 교육30% 봉사10%, 이런 식으로 해서 기조를 마련해서 연구, 교육, 봉사에서 딴 점수를 합산해서 점수를 매기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일반기업에서는 계약건수라든지 판매량이라든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습니다만, 대학에서는 뭘 두고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 강내희> 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일단 실적을 가지려고 하면 수량화해야 되기 때문에 논문편수라든가 교육의 경우에는 수강생수라든가 그 다음에 논문 지도한 학생 수라든가 등등. 그 다음에 강의를 어떻게 개발했느냐, 새로운 강의를 맡았느냐, 강의를 원어강의를 하느냐, 그런 것을 가지고 점수를 매기고요. 봉사도 주로 교내에서 어떤 보직을 맡았느냐. 외부에 저처럼 이렇게 언론사에 인터뷰 몇 번 했느냐...

◇ 김현정 앵커> 인터뷰 횟수도요?

◆ 강내희> 그것도 점수에 속합니다.

◇ 김현정 앵커> 대학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수들 논문편수 외국에 비해서 적지 않느냐, 또 교수가 되기가 어렵지, 되고 나서 그만큼 편한 직업도 없다고 얘기하면서 이렇게 강하게 평가할 필요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 건가요?

◆ 강내희> 우선 평가를 하는 것 자체에 우리가 반대할 순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평가 자체는 할 수 있다?

◆ 강내희> 평가 자체는 할 수 있죠.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고. 그런데 대학교수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는데요. 일단 외국과 비교해서 자꾸 우리 한국 교수들이 논문편수가 적다, 이런 말을 하는데. 한국 대학의 교수집단 능력이 최근 20년 동안에 급성장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1970년이었는데요. 그 당시에 교수님들 중에서 박사학위 소유자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박사학위 없으면 아무도 교수 못 됩니다. 그만큼 교수들 일반적 수준이 높아졌어요. 그리고 지금 국내교수들의 논문 수가 외국에 비해서 떨어지지도 않고. 그런데 자꾸 한국 교수의 논문편수가 낮다고 말하는 것은 계속해서 교수들을 장악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보고요. 그런데 사실 논문편수가 중요한 게 아니죠.

◇ 김현정 앵커> 논문을 양으로만 측정하기는 어렵죠.

◆ 강내희> 논문편수보다 논문의 질이 더 중요한데, 논문의 질을 가지고 보면 교수들 중에서는 자존심이 강한 분들이 많고, 그래서 저질논문 10개 쓰느니 차라리 안 쓰겠다, 또는 제대로 된 논문을 쓰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 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 있지 않습니까? 중요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사실은 몇 년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같은 경우에 1905년에 중요한 논문을 세 편이나 썼어요. 상대성 논문, 양자역학 관련된 논문, 빛의 입자와 관련된 논문도 쓰고, 그 당시에 엄청난 논문을 세 편이나 썼는데. 상대성이론 같은 경우에는 10년, 20년에 걸쳐서 논문을 발전시켜나가거든요.

◇ 김현정 앵커> 10년 동안 썼어요, 아인슈타인은?

◆ 강내희> 아니, 그건 제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상대성이론을 1905년에 썼고, 1915년인가 일반상대성이론을 또 썼어요. 그리고 1929년~ 40년대 갈 때까지 이 사람이 통일장이론으로 발전시켜나갑니다. 해마다 통일장이론으로 논문이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 김현정 앵커> 아인슈타인이 지금 중앙대학교 교수로 가면 4등급 받겠네요?

◆ 강내희> 항상 그렇진 않겠지만 어떤 해에는 아인슈타인도 논문을 쓸 수 없을 때가 있기 때문에 제가 정확하게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제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인슈타인도 C급 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 김현정 앵커> S등급부터 A, B, C, 이렇게 나눠지나 보죠?

◆ 강내희> 네.

◇ 김현정 앵커> 전공 특성에 따라서 더 불리한 학과도 있고, 그렇겠어요?

◆ 강내희> 그렇죠. 아무래도 논문을 쉽게 쓸 수 없는 학문분야가 있죠. 예체능계는 논문이라는 게 없고,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되는데, 역사학과 같은 경우는 제가 전해 듣기로 사료를 가지고 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사료를 발굴하고 사료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1년에 논문 두 편 쓰기 어렵다, 이렇게 말씀들 하시더라고요.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역사학과는 논문 두 편 쓰는 게 최대로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학문분야와 비교하면 이게 점수가 잘 나올 수 없는, 그런 논문편수거든요. 다른 학문분야에서는, 예를 들어서 1년에 논문이 10편 이상 나올 수 있는 거고, 20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략적으로 평가하게 되면 학문영역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그런 결과가 나오겠죠.

◇ 김현정 앵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 강내희> 제가 볼 때는 보완을 좀 해야 되는데요. 교수평가를 잘해야죠. 그런데 교수평가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교수들은 그 사회에서 최고 능력의 지식인 집단 아니겠습니까? 최고 지식인 집단의 능력을 평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겠죠.

◇ 김현정 앵커> 누가 그것을 평가할 것인가, 그보다 더 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 평가해야 된다?

◆ 강내희> 그렇죠. 일반인이 평가하긴 어려울 거고, 학생들도 심지어 대학원생도 교수가 쓴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같은 교수라도 학문분야가 다르면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인식하면서 우리 사회가 교수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강내희> 지금 현재 교수평가는 일부언론사, 신문사가 대학평가를 수용해서 거기에 나온 기준을 많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언론사의 대학평가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자의적인 잣대를 따르고 있고, 외국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그런 경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은 자의적인 잣대에 따르기 때문에 문제가 많고, 전체 대학들이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자세를 가지고 대학 평가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국가기관이 논의를 모아가야 된다?

◆ 강내희> 중앙교육평가원 같은 기관을 마련해서 자의적인 평가가 아닌 공신력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