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의 봄 : 사진 제공 - 김계향 선생님)
백령도 아이들도 4월을 앓고 있습니다
"백령 초등학생 눈에 비친 4월, 헬기는 수없이 뜨고 내리고..."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령초등학교 김계향 선생님
천안함 사고 20여일이 지났습니다. 백령도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릅니다. 까나리조업으로 활기를 뛰어야 할 봄 바다가 한순간에 잔인한 바다로 바뀌어버렸는데요. 생업을 포기하고도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는 섬 주민들 정말 한숨이 깊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백령도의 지금 모습 어떤지, 백령도의 봄은 어떤지 가보겠습니다. 백령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세요. 김계향 선생님,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앵커> 섬마을 선생님이세요.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 김계향> 작년에 발령받아서 올해로 2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이런 긴장된 분위기는 당연히 처음 겪으시는 거겠어요?
◆ 김계향> 처음에는 대포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그럴 때 마다 사실은 굉장히 불안했었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까 그냥 훈련하는 소리더라고요. 그래서 으레 그러려니하고 적응이 됐는데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 터진 것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 김현정 앵커> 특히 어제는 함미인양하고 시신 수습하는 모습 보면서 온 국민이 그랬겠습니다만 백령도 분들이 더 착잡하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다들?
◆ 김계향> 어제 내내 선체인양이 된다고 해서 다들 실종자수습이나 이런 상황을 저희 교직원들도 속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헬기소리가 유난히 여러 차례 들렸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죠.
◇ 김현정 앵커> 오늘 아침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김계향> 오늘 아침은 아침뉴스를 보니까 시신 38구 정도가 수습이 됐다고 하는데, 아직도 발견이 되지 않는 시신이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 김현정 앵커> 원래 4월이면 이게 한창 까나리철이고, 봄 관광객도 백령도로 많이 몰려오고, 백령도가 북적거리는 그런 때 아닙니까?
◆ 김계향> 네, 봄철이면 까나리 어선들이 포구마다 줄 지어서 나가고, 또 오후가 되면 굉장히 활기차게 들어올 때인데, 요즈음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올해도 북적대긴 북적대는데 뜻하지 않게 기자들, 중계차들, 외지에서 온 군인들, 이런 분들로 북적되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 김계향> 네, 저희 백령도는 까나리조업을 생업으로 하는 가구가 많은데 아무래도 마음 편히 조업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또 그런 부분에서 안타깝게 바다만 바라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일부 어민들은 이곳 바닷길에 익숙하시니까 생업을 뒤로 하고 실종자 구조를 돕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 김현정 앵커> 주민들 생계도 저는 걱정인데, 사실 바다조업이 지금 금지가 다 된 상태죠?
◆ 김계향> 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것은 우리 장병들이 수십 명 순직하고 사고당한 데에서 우리 보상금 달라, 이렇게 얘기하기도 어렵고... 하소연 할 때가 없는 상황이겠어요?
◆ 김계향> 오히려 내 자식 같은 장병들을 위해서 마을 부녀회에서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많이 주시고 계십니다.
◇ 김현정 앵커> 주민들 모이면 장병들이 너무 안 돼서 한숨쉬고, 또 본인들 처지생각하면 한숨쉬고, 지금 백령도의 봄이 그럴 것 같습니다. 백령초등학교에는 군인들 자녀도 많이 다닌다면서요?
◆ 김계향> 학부모님 대부분이 해병대에 근무하시거나 또는 군부대에 종사하는 군무원들도 많이 계십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아이들이 받은 충격도 꽤 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계향> 아이들 일기에 그런 내용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사고를 접하자마자 우리 아버지께서 갑자기 밤중에 비상상태로 나가셔서 일주일째 못 오고 계시다, 그런 얘기도 있고, 아이들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밤샘근무 하신다, 우리 아버지도 혹시 바다에서... 이런 얘기하는 아이는 없어요?
◆ 김계향> 그렇죠. 구조작업에 나선 부모님들 안전이나 건강도 많이 걱정들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진심으로 한 분이라도 더 구조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아무래도 아이들이 바다에서 자란 아이들이라서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운가, 이거 잘 알잖아요. 뭍에 있는 저희들 보다 훨씬 더 가슴 아파할 것 같아요?
◆ 김계향> 저도 미처 그런 점은 알지 못했는데... 저희 아이들이 해군2함대랑 백령도 주둔 해군아저씨들께 위문편지를 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 일기장에 무사히 구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있어서 그 마음을 전해보고자 얘기를 전달하고, 직접 고생하시는 분들께 마음이나마 위로해드리고, 격려해드리려고 편지를 썼는데, 아이들 편지 속에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저희는 1분도 참기 어려운데 어떻게 몇 시간씩 구조작업을 하세요?” 하면서 “아저씨들 대단하셔요. 절대 감기 걸리지 마시고 힘내세요” 하는 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오네요. 기적 같은 생환도 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결국은 싸늘한 시신으로 38구의 장병들 돌아오고, 또 그나마 8명의 장병들은 생사조차 모르는 이 상황, 참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백령도의 아름다운 봄이 이렇게 잔인하게 물들 줄 누가 짐작을 했을까요, 참 안타깝죠?
◆ 김계향> 그럼요. 작년만 해도 이렇게 봄에 출퇴근하는 길이 참, 행복하고 하루하루 변하는 풍경들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올해는 그런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또 그 어느 때보다도 잔인한 봄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선생님도 어떻게 보면 외지에서 오신 분인데, 백령도 주민들 많이 위로해 주시고요. 특히 해군 자녀들 상심하지 않도록 각별히 돌봐주십시오.
◆ 김계향> 저희 학교에서 전교어린이회의를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실종자 가족과 국군장병 아저씨들을 돕기로 뜻을 모으고 성금모금에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