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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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목) 이희수 교수(전 한국중동학회장) "김우중 최원석이 리비아 특사로 갔다면..."
2010.08.05
조회 311

- 리비아, 누적된 불만 폭발한 것
- 리비아 경제지원 요구는 명분일 뿐
- 중동 외교 전문성 거의 없다
- 이란 금융제재는 '신중히 천천히'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한양대 이희수 교수 (前 한국중동학회장)

리비아가 우리 국정원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배상차원에서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2천 억 원 가량을 요구했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고 있죠.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다시 리비아가 경제적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렇게 밝혀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갈수록 꼬여가는 리비아 사태, 우리 외교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중동 전문가시죠, 한국중동학회장을 지낸 한양대 이희수 교수 전화 연결 돼있습니다.

◇ 이종훈> 리비아가 요구한 경제적 지원 요청, 실제로 어떻게 얘기가 나왔을지, 어떻게 추정하고 계신지요?

◆ 이희수> 요구했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해서 확인이 되는데요.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보 접근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리비아가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리비아로부터 한국이 거의 일방적인 경제적 수혜를 받아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에서의 반리비아적인 정서에 대해서 이제 한국이 어떤 형태든지 일정한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고요. 리비아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사회구조상 그런 논리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돈 문제라는 것은 하나의 명분과 겉으로 내세우는 표면적 가치에 불구하고요. 그동안 한국과 리비아의 관계에 있어서 진정한 호혜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이 너무나 일방적인 이익을 가져왔는데, 거기에 대한 한국의 반대급부가 너무 약하다, 이런 면에서 하나의 본보기에서. 그렇다고 우리가 무형의 재산으로 보상할 게 없는데 그렇다면 한 10억 달러 정도는 리비아를 위해서 사회적 기여를 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이런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반대급부를 내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종훈>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문제라든가 이런 것은 오히려 지엽적인 것이고, 사실은 누적된 불만들이 있었다?

◆ 이희수>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내용들이 현지 언론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누적된 불만을 좀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리비아의 운명을 바꾸는 꿈의 사업인 대수로 공사를 그 당시에는 기술력이 확인되지도 않았던 한국에 과감하게 맡겼던 것을 리비아는 굉장히 큰 특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 현실적으로 리비아는 우리나라에게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에 이어서 네 번째 건설시장이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고, 지난 30년간 우리가 리비아에서 누적된 수주실적만 해도 350달러 정도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경제적 이익만 좇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리비아 관리나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히 강한 편이고요.

특히 한국에서의 부정적인 리비아 이미지, 무엇보다도 가다피 국가원수를 독재자로 묘사했던 우리 교과서 내용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해왔습니다. 물론 이 교과서는 대부분 수정됐습니다만. 종합하면 진정한 친구로서 문화적 이해나 상호교류, 또 신뢰를 높이는 일에 한국정부나 당국이 너무 인색했다는 부정적 생각이 팽배해왔고, 그 누적된 불만이 이번에 스파이 사건으로 폭발된 것 같습니다.

◇ 이종훈> 국민들은 사실은 동아건설 대수로 사업도 있고 해서 리비아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리하고 경제적으로 돈독한 사이다, 이렇게 생각해왔는데 좀 의외의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전통적으로 리비아는 북한과는 정치군사적 교류를, 한국과는 경제적 파트너라는 이중구도를 가지고 왔는데, 최근에는 가다피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또 서방국가와 완전한 관계복원을 선언하면서 한국과도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서 문화적인 또는 경제외적인 정치분야까지 확대 폭을 넓히기를 희망해왔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화답이 상당히 미약했던 것은 사실이죠.

◇ 이종훈> 리비아 국민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상을 가지고 있을까?

◆ 이희수> 리비아뿐만이 아니고 중동 전체에 대해서는 지금 코리아 브랜드가 최고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금 22개 아랍국가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하면,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90%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이고. 현재 리비아 가정에서 한국제 가전제품, 오디오를 쓰고, 한국 자동차를 타고, 한국회사가 깔아 놓은 고속도로를 다니고 한국회사가 만들어놓은 회사나 학교에서 근무하고 하는 24시간 한국 사랑에 빠져있거든요. 이에 비하면 우리 국민들이 리비아뿐만 아니라 중동국가 전체에 대한 이해수준은 턱없이 부족하고, 일부 긍정적인 건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부정적이고 전근대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죠.

◇ 이종훈> 그렇군요. 이번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특사를 파견했는데 별로 성과가 없지 않았습니까? 특사외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하십니까?

◆ 이희수> 특사라는 것은 이번 사건의 성격규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단순 스파이 사건이 아니다, 라는 증거가 드러났고 따라서 우리 정보원이 북한노동자감시와 또 정보수집을 했다, 또 방산무기체제조사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건데. 물론 1인 독재의 폐쇄적인 리비아의 특성상 이것은 당연히 국가안보나 체제위험으로 간주했던 거죠. 그런 상태에서 정치적 의미를 가진 특사가 사태의 본질적인 파악이 좀 미흡했던 것 같고요.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가다피와 인간적인 교분을 가지고 있는 민간인이나 기업주 같은 이런 비공식적인 라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았나, 하는 이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죠.

◇ 이종훈> 민간인이나 기업인, 비공식적으로 접촉이 가능한 인물군을 좀 예시를 하신다면 어떤 분들이 가능할까요?

◆ 이희수> 구체적으로 누가 가다피와 교분이 있느냐를 말하기 어렵겠지만 어차피 리비아에서 대수로 공사라는 것은 그 사람들에게 꿈의 프로젝트로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의 로망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개인적인 사정이 어쩐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나 동아건설의 최원석 같은 분들은 언제라도 가다피를 만날 수 있는 기업인이나 민간인 중의 하나였고, 굉장히 신뢰가 두터웠습니다. 그러한 분들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게 필요했다는 거죠.

◇ 이종훈> 불만이 누적되는 과정을 사실은 감지를 못한 것도 문제였던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중동외교 시스템에 문제는 없을까요?

◆ 이희수> 너무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외교관의 전문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돌아가면서 이 지역 저 지역 2∼3년 근무하고, 또 힘들고 오진 중동의 아프리카에는 그 어렵게 외무고시 패스한 엘리트 외교관들이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지역에 근무하면 좋은 지역에 가는 하나의 과도기적 과정으로 느끼고 그것을 자기 평생의 외교적인 전문직으로 올인 하는 외교관은 거의 없는 편이죠. 또 중동근무 한 두 번 하면 외교부 내에서도 알아주는 중동전문가로 행세하니까 정말 큰일이죠.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 공직자는 전문성이 비교적 갖추어졌다고 보지만 지역전문요원이 현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리비아 사건만 봐도 현지를 모르는 요원이 통역을 데리고 다니면서 지나치게 노출됐던 것도 사실은 큰 문제죠.

정말 장기적인 지역전문성을 갖춘 공직자의 선발, 또 양성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될 것 같고요. 이제는 사실은 중동지역 단위가 아닌 개별국가단위의 전문가 풀을 가동하고 갖추어야 됩니다. OECD국가 중에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최하위고요.

◇ 이종훈> 또 하나, 미국이 이란 금융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이 문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 이희수>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이란은 경제적으로 중동최대시장으로 경제적인 이익이 굉장히 큽니다.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경제적 이익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사실은 이란이 한국문화의 최고의 열풍지대입니다. 인구가 7천만이 넘는 나라에서 지금 한국 물건만 골라서 사주는 이상 시장인데.

우리가 한미동맹의 축을 해지해서는 안 되겠죠.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갖는 이해관계와 한국과 이란이 갖는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까지 생각하면서 아주 독자적이고 정교한 어떤 선택적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되는데, 정부가 고민이 많겠죠. 따라서 이란 국내에 있는 이란은행 제재문제도 단번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다기보다는 이란 측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정과 의리를 굉장히 중시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가 미국과의 예의를 갖추고 미국이 이란과 갖는 관계와 한국과 이란과의 특수 관계를 충분히 미국에 납득하면서 우리가 그 제재를 유보하거나 도를 낮추는, 이런 노력을 보여줄 때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참여한 지에 대해서 한국을 특별히 겨냥한 보복무역을 줄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이 기회에 정말 한국을 좋아하는 이란에 대해서 비정치적인 교류, 문화, 학술, 스포츠 같은 교류는 지금보다 몇 배 확대해나가면서 이 위기를 타개하는 유연한 선택적 전략이 필요하겠죠.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