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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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금)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盧 연설이 감동을 주는 이유”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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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연설’과 ‘독도연설’ 인상적
- 생각의 깊이와 문제해결의 열정
- 솔직 진솔 발언, 통념과 부딪히기도
- 그 후 부존재의 존재 1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천호선 前 청와대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 말에 많은 분들이 감명을 받기도 했고, 또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이나 다름없었던 분, 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현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시기도 한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만나보겠습니다.

◇ 이종훈> 노 전 대통령 서거한 지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 천호선> 사실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더 그렇겠습니다만 살아계실 때보다 더 영향이 컸던 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 ‘부존재의 존재’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계시지 않으니까 그 존재감을 오히려 더 크게 느꼈던 그런 1년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 이종훈> 1년 전 기억을 되돌리시기가 좀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처음 소식을 접하셨을 때 어떠셨습니까?

◆ 천호선> 물론 믿어지지 않았죠. 그때 저는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준비하기 위해서 속리산에 있었습니다. 전국대표자들이 모여서 창당을 결의하고 계획을 확정했던 날, 다음날이었는데요. 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었는데, 그때 TV자막을 보고서 전혀 믿어지지 않았고요. 당시 봉하에 있었던 김경수 비서관과 통화를 해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었죠.

◇ 이종훈>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어록, 명언,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도 회자가 많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천호선 최고위원께서 기억하시는 어록 중에서도 특히 몇 가지를 꼽으신다면요?

◆ 천호선> 하루에도 대통령 일정이라는 게 7~8번 정도의 말씀을 하시게 되어있습니다. 연설도 있고 토론도 있고 합니다만, 너무 많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따로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대개 국민들이 기억하시는 두 개의 연설은 2002년도 대통령후보수락연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 생중계 방송이었는데요. ‘독도연설’이라고 불리죠. 두 가지 연설이 가장 인상적인 연설이었던 것 같고요. 어록이라고 말씀하시니까 간단한 말로 표현하지만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임기 말에 많이 하셨습니다. 그것도 기억에 남는 문구가 되겠죠.

◇ 이종훈> 보통 사람들이 알기에 대통령 연설문을 이른바 말씀자료라고 해서 대변인실이나 홍보실에서 주로 많이 준비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들이 되고 있습니까?

◆ 천호선> 저는 대변인을 그때 했었습니다만, 대변인실에서는 준비하지 않고요. 저희는 연설비서관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연설비서관실은 대통령이 계시는 본관에 가장 밀착해있어서 수시로 연설에 대해서 보고 드리고, 수정 보완을 받는 일을 하는 곳이죠.

◇ 이종훈> 그런데 대통령들 마다 스타일이 다르지 않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밑에 말씀자료를 거의 쓰지 않고 본인께서 메모해서 다 얘기했다고 하시던데요, 노 전 대통령 경우에는 어떤 쪽에 속한 편이었습니까?

◆ 천호선> 두 분이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하나는 연설비서관에서 준비해 온 것에 일부만 수정하는 경우가 있고요. 어떤 경우는 완벽하게 거의 쓰시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준비해온 것을 아예 덮어놓고 얘기하겠다, 라고 얘기를 하시고 얘기를 시작하시는 경우도 있으셨죠.

◇ 이종훈> 참모들의 입장에서는 미리 준비한 것을 안 읽으시면 사실 좀 걱정도 되지 않습니까?

◆ 천호선> 걱정들을 많이 하죠. (웃음)

◇ 이종훈> 원고 없이 한 시간 동안 격정연설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었는데요?

◆ 천호선> 불안하죠. 아무래도 원고 없이 연설을 한다는 것은 격정적인 연설이 되고, 표현도 굉장히 직접적인 표현들이 나오게 되죠. 이럴 경우에 맥락을 무시하고 거두절미하게 되면 위험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요. 당시 상당히 많은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사진과 기사내용을 편집해서 저희한테는 5년의 일상사 비슷했습니다만, 당하고 살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 이종훈> 중간 토막만 잘라서 보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천호선> 그렇죠. 거의 그랬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요.

◇ 이종훈> 노 전 대통령의 말로 감명도 많이 받고, 또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굉장히 많았고요. 역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봐야 될까요?

◆ 천호선> 그렇겠죠. 그런데 독도연설이나 2002년 대통령후보수락연설은,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두 가지가 명연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생각의 깊이가 있는 것이고요. 또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대개 이런 연설이 명연설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떤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굉장히 솔직하고 진솔한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진솔한 발언이라는 자체가 국민들의 통념과 부딪히는 경우가 있고요. 그러니까 논란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것이 어쩌면 필연적으로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이종훈> 그래서 사실은 당시에 그런 일이 상당히 많아서 대통령이 말을 막 한다, 이런 얘기도 사실은 시중에 많이 떠돌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노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들을 보였었던가요?

◆ 천호선> 대개의 경우 크게 개연치 않으셨습니다. 대변인의 역할은 대통령의 지닌 일을 정확하게 대신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아주 잘못될 경우엔 수정해서 바로 잡는 역할을 제가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그렇게 해봤자 달라지지 않는다, 놔두게” 이랬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 사실은 답답하지 않습니까, 그런 고통을 토로하신 적도 있으신가요?

◆ 천호선> 그 고통이 초기에는 많았었고요. 나중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벽이다, 일종의 좌절이라 할까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를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정확하게 남겨두자, 거의 그런 생각을 갖고 지내시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이종훈> 여전히 생각이 생생하게 많이 나시는 모양인데요. 특히 좀 기억나는 에피소드, 이런 것도 소개를 해 주시죠.

◆ 천호선> 최근에 아마 천안함 사건 때문인지 저한테 자주 떠오르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하던 날, 탄핵이 확정되고 나서 그때 당시로선 마지막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것이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임관식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통령한테 굉장히 중요한 국군통수권자로서 상징적인 행사인데, 탄핵당한 상태에서 “내년에 다시 못 올지 모릅니다”라고 얘기하시면서 얘기하셨던 대통령 말씀이나 탄핵당한 대통령 앞에서 흰 제복을 입고 대통령의 말씀을 듣던 해군행도들이나 그 뒤에 보이던 바다... 바닷가에서 하거든요. 지금도 아싸 합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