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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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화) 정동년 위원장 "MB가 5.18 성과 깡그리 무너뜨렸다"
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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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정동년 공동상임위원장

서른 돌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오늘은 광주 현장으로 가봅니다. 오늘 마련된 행사일정, 그리고 여러 가지 남은 과제들을 짚어봅니다.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정동년 공동상임위원장 연결돼있습니다.

[IMG1]◇ 이종훈> 위원장님께서는 당시 5.18 배후세력으로 지목이 돼서 고문에도 시달리시고 사형선고까지 받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30주년 맞은 감회가 새로우시겠습니다.

◆ 정동년> 한마디로 착잡한 현재의 심정입니다. 5.18이후 오랜 세월동안 우리 국민들과 함께 민주정부 수립과 학살자 처단 투쟁을 열심히 해 온 결과 자랑스러운 6월 항쟁을 만들어냈고 전두환 노태우 일당을 감옥에 처넣는 그러한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한국도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새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성취와 그리고 통일의 꿈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은 현실을 보면서 옛날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암울했던 그런 심경으로 오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30년 전 기억 모두 생생하시죠?

◆ 정동년> 네.

◇ 이종훈>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이제는 용서를 하셨습니까?

◆ 정동년> 용서라는 것은 잘못한 사람들이 먼저 빌고 사죄를 해야 용서가 되는 것이지 때린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맞은 사람이 용서한다는 것은 용서가 아니고 비겁한 행위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아직 가해자는 전혀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고 법정에서도 양심수처럼 떠들었기 때문에 용서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그렇군요. 추모행사에 관련해서 여쭤보겠습니다. 광주에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 정동년> 어제는 저희들이 가장 역점을 둔 전야제를 했는데요. 폭우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또 행사에 직접 참여했던 시민들이 함께 비를 맞고 열심히 전야제를 치렀습니다. 남은 행사에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30주년 맞아서 여러 행사 기획을 많이 하셨을 텐데요. 어떤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습니까?

◆ 정동년> 오늘은 망월동에서 기념식이 있고요. 저녁에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쪽에 제 3세계 민중지도자들, 그 지도자들에게 주는 광주 인권상 시상식이 오늘 오후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행사가 마련이 되어있죠.

◇ 이종훈> 이번 주가 기념주간인데 오늘 말고도 행사가 계속 이어지는 거죠?

◆ 정동년> 네. 21일은 5월 창작가요제라고 해서 지금까지는 선정적인 그런 노래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건전한 가요를 새로 발굴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5월 창작가요제를 마련했습니다.

◇ 이종훈> 그런데 5.18 기념식을 행사위원회 독자적으로, 그러니까 정부 따로 민간 따로 진행이 된다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 정동년> 네, 맞습니다. 아까도 이야기 드린 바와 같이 30주년을 맞는 저희들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옛날의 암울했던 그런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 일환으로 망월동에서 기념식도 서로 따로 따로 치르게 되는 그러한 비극을 맞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이종훈> 그래도 정부주관 행사를 거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점들이 많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만. 어떻습니까?

◆ 정동년> 그런데 저희도 서로 따로 하게 된 근거는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이명박 정부가 가는 길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우리 국민의 염원과는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거고요. 구체적인 발단이 된 것은 5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아무 문제없이 불렸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겠다고 전국에 공문도 보내고 저희들에게 통보를 해서 사소한 그것을 가지고 도대체 정부가 우리에게 시비를 거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고요. 이것은 시비를 거는 것이다, 내부에서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광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따로 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행사에서 제외시키긴 했지만 식전행사에는 포함이 되어있는데요?

◆ 정동년> 식전행사 때는 되는데 공식행사 때는 되지 않는지, 그러니까 결국은 이 땅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구체적인 사료로 나타나기 때문에 저희들은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 반발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 이종훈> 이 곡이 갖는 의미, 사실 모르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 부분도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정동년> 저희들이 5.18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항상 거리 투쟁을 할 때에는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어깨를 맞잡고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민주주의도 이루어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큽니다. 이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실제로 5월의 노래라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고 온 국민들도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하는 것은 그동안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 온 것들을 다 무시하겠다는 그런 발상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겁니다.

◇ 이종훈> 사실 대통령이 취임 첫 회는 행사에 참여를 하셨고 이번에는 방글라데시 총리와 정상회담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굳이 이런 것을 홀대라고 해석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정동년> 5.18에 대한 홀대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동안 저희들이 쌓은 결과로 금강산도 열리고 개성공단도 활발하게 돌아가고 북쪽과 남쪽이 서로 오가면서 북한소녀들의 밝은 미소들을 보면서 “이렇게 통일은 가까워지고 있구나” 이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금 보세요. 금강산은 완전히 닫혔고 개성공단은 풍전등화처럼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천안함 사건으로 거의 전쟁상태를 방불할 것처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요. 이것은 국민이 이룩해 온 성과를 이명박 정부가 깡그리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그에 대한 불만이 크던 차에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정부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까...

◇ 이종훈> 한 계기가 됐다는 그런 말씀이신가요?

◆ 정동년> 그렇죠.

◇ 이종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죠. 5.18 30주년의 의미, 다시 한 번 설명을 해 주시죠.

◆ 정동년> 5.18 3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고요. 5.18이라는 것은 세계역사에서 자기를 억압하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 자기를 해방하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들이 수천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져왔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3.1운동, 4.19, 6월 항쟁 이런 역사적 사건들로 쭉 이어져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5.18입니다. 그래서 5.18이라는 것은 그 때 당시에 주어진 소재가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염원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30주년을 맞는 지금에 있어서도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면 다시 역사를 되돌리는 그러한 원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정동년 공동 상임위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