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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수) 정윤철 영화감독 "영화계 '상당히 비상식적인 일'"
2010.05.26
조회 304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영화감독 정윤철

영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조희문 위원장이 칸 영화제 참석 중에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심사에 전화로 개입을 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고요. 영화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조희문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얼마 전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각본 부분에서 0점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게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도록 하죠.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연결돼있습니다.

◇ 이종훈> 영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상당히 뜨거운데... 이게 영화계에서는 하루 이틀 있어왔던 문제가 아니라면서요?

◆ 정윤철> 네, 뭐, 하여튼 저도 처음에 듣고는 참, 믿기지가 않았는데요. 한 명 정도 심사위원 아주 친한 사람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심사위원 9명 중 7명한테 다 이야기를 아주... 어떻게 보면 몇 번씩 해가지고 상당히 큰 부담을 느껴서 결국 심사위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이렇게 하게 된 것입니다.

◇ 이종훈> 조 위원장이 영화심사과정에 개입을 했다, 또 수차례 전화를 해서 청탁을 했다, 조금 전에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외압을 가한 것으로 이해를 해도 되는 거겠죠?

◆ 정윤철> 그래서 심사위원 9명 중에 7명한테 이렇게 전화를 다 하셔가지고 그분들이 심사하는 도중에 전화를 한 명씩 다 받고 이야기를 해나가다 보니까 당연히 다 알게 되겠죠.

◇ 이종훈> 심사 중에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입니까?

◆ 정윤철> 네, 네. 그래서 다들 너무 불쾌하고 황당해서 결국 심사를 다 중지, 거부하려고 하다가 하지만 지원한 사람들한테는 독립영화이니까 지원금이 안 나가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은 심사는 계속 진행을 하고, 결국 나중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걸 다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지금 영화인 단체들이 지금 사퇴하라,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거죠?

◆ 정윤철> 네, 왜냐하면 이게 지금 처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 이미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선정이나 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심사과정에서 문제점이 많았었기 때문에 지금 재판에도 걸려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또 이런, 어떻게 보면 그때보다 더 심하게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청탁의 압력전화를... 특히 해외영화제인 칸에서까지 걸었다는 것은 상당히 저희들에게, 영화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이종훈> 이게 구조적인 문제일까요, 아니면 위원장 개인의 문제일까요?

◆ 정윤철> 지난 번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때에는 정부에서 공모제라는 것은 현 정부의 어떤 방침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사실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그걸로 밀어붙였는데요. 이번에는 정부 방침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라서 심사위원들에게 비공개적으로 합숙해서 심사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에게 이렇게 일일이 개인적으로 전화를 해서 특정작품, 세 작품을 작품명까지 지명하면서 좀 뽑아주면 어떻겠느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제 생각에는 어떤 개인적인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봅니다.

◇ 이종훈> 그 세 편이 어떤 영화들인가요?

◆ 정윤철> 지금 한 편은 북한 관련된 다큐멘터리였고요, 또 하나는 신상옥 감독님에 대한 다큐멘터리였고, 하나는 장편 극영화였는데요. 지금 이미 심사위원들이 1차 심사에서 약간 부족해서 떨어뜨려놨던 작품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다시 좀, 다시 한 번 고려해 달라, 이런 식의 전화를 해서 또 직접 깐에서까지 전화를 했기 때문에 위원장이... 심사위원들이 이미 제쳐놓은 작품이지만 한 번 다시 들여다봤는데 다시 역시나 너무나 빈약하고 좀 준비가 부실한 것들이라서 일고의 가치가 없이 다시 떨궜다고 합니다.

◇ 이종훈> 위원장도 어디론가로부터 부탁을 받은 거 아닐까요?

◆ 정윤철>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또 약간 더 불쾌하게 심사위원들이 생각했던 부분은 그 중에 한 작품에서는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인터뷰를 하는 출연자로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들 더 어이가 없었다고 하네요.

◇ 이종훈>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영진위에서 0점을 준 것에 대해서도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정윤철> 물론 심사위원들의 어떤 개인적인 취향도 있고, 아무리 칸에서 상을 받았다하더라도 한국에서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0점을 줬다는 거는 이것은 뭐라 할까, 그냥 떨어뜨리기 위해서 줬다고밖에 볼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것은 어떻게 보면 감독에게 어떤 다른 감독의 작품이 선정되도록 그 감독을, 이창동 감독님 작품을 떨궜다, 라고밖에 이렇게 생각이 안 되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굉장히 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종훈> 0점을 주신 위원에 대해서 영화계 쪽에서는 대강 알려져 있나요, 어떻습니까?

◆ 정윤철> 네, 알려져는 있는데요. 그게 참, 그것도 역시 위원장님의 영진위 쪽에서의 어떤 그런 생각이 반영된 건지, 아니면 그 분의 전적인 개인적인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특히 이번에 칸에서 호평도 받고, 각본상도 받은 것으로 봤을 때 글쎄요... 상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영화계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그러면 앞으로 영진위의 바람직한 운영방향, 어떻게 보십니까?

◆ 정윤철> 지금 사실은 영진위는 영화계를 위해서 많은 진흥정책을 펴고, 또 뭔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되는 것인데, 오히려 영화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뭔가 공정성을 잃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새로운 것들을 자꾸 하려는 것보다 그냥 정도를 좀 지키고, 아주 작은 상식부터 지켜나가면서 지금 아주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신뢰를 되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위원장이 정말 사퇴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정윤철> 사퇴는... 그 전 위원장도 사실 불명예스럽게 사퇴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어렵게 해서 된 상황인데... 일단 사퇴에 앞서서 정말 영진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또 한국영화계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영화계를 위해서 뭔가 다시 한 번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놓고, 그런 다음에 물러나더라도 물러나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화제를 조금 바꿔서요. 최근 우리 영화가 상당히 강세다, 라고 얘기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위기다, 이런 얘기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 정윤철> 하지만 지금 편수로는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양적인 것은 줄었지만 대신에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점점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특히 이번 칸에서 진출했던 ‘하녀’나 ‘시’ 같은 작품은 지금 국내에서 물론 이렇게 호평을 받고 있지만 세계에 내놨을 때에도 굉장히 정말 최일선에 서있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볼 때에는 앞으로 한국 영화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