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5(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비방방송중단이 6.15의 첫 성과였는데...”
2010.06.15
조회 259
- 확성기 갈등 군사적 충돌 우려
- 6.15 10주년, 남북위기 ‘참담’
- 이희호 여사, 정부 승인하면 방북
- 남북정상회담으로 위기 풀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임동원 前 통일부장관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국지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 6.15선언은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보겠습니다. 국민의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입안자시죠,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 이종훈> 6.15선언 10주년을 맞는 느낌, 어떠십니까?
◆ 임동원> 반세기 불신과 대결의 냉전 끝에 어렵게 마련된 남북화해협력구도가 최근 2년 동안 위기에 처하고,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10주년을 맞는 심정은 참담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위기가 심화되면 될수록 안정과 평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질 것이고, 또 평화와 화해 협력의 길을 밝혀준 6.15공동선언의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종훈>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주년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 부분도 많이 안타까우시죠?
◆ 임동원> 그렇죠. 네.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이종훈> 요즈음 남북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조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전쟁위기까지 거론이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더 6.15의 의미가 남다르지 않은가 여겨집니다. 6.15선언의 가장 큰 성과라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임동원> 6.19공동선언의 성과는, 한마디로 지난 반세기의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서 화해, 협력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우여곡절이 있습니다만, 접촉과 교류협력이 심화되면서 시민의 참여공간이 넓어지고, 서로 상대방을 또 잘 알 수 있게 되고, 적대의식이 점점 수그러들고 긴장이 완화됐습니다. 그리고 민족공동체 의식이 함양되면서 상호신뢰도 싹트기 시작했죠.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길은 험난하지만 시작으로서는 소중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 이종훈> 북측에서 6.15를 맞아서 이희호 여사를 초청하지 않았습니까, 가실 예정이신지요?
◆ 임동원> 그렇습니다. 오래전부터 초청을 했는데, 우리 정부가 승인하면 가실 겁니다.
◇ 이종훈> 혹시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던 6.15선언 당시의 비화, 에피소드, 이런 것들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 임동원> 6.15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오찬회가 열렸는데, 이 오찬석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날 12시부로 전방에서 대남비방 방송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우리 측도 그 이튿날 대북비방 방송을 중지했습니다. 서로 비방방송을 중지한 것이 6.15공동선언의 가시적인 성과였죠. 그 후 양측은 전방에 방송설비 확성기도 모두 철거해버렸죠. 그런데 요즈음 다시 우리 측이 확성기를 다 설치하고 대북심리전 방송을 전개하겠다고 하는데, 좀 우려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이종훈> 현 정부 2년의 대북정책이 결국은 남북관계를 좀 더 경색시켰다, 이렇게 보고 계신가요?
◆ 임동원> 그렇습니다. 우리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의 대북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차별화를 추진했죠. 전 정부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인 퍼주기로 북한의 생명을 연장시켜왔다는 것입니다. 장기간 소요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함께 해결해나가려고 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는 먼저 핵문제 해결, 그리고 나중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죠. 그리고 화해협력 정책이 아니라 압박을 가하면서 굴복을 기다리는 정책을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경색되어 갔고, 지금은 파탄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불안정과 위기는 한반도의 불안정과 위기를 초래하게 되며 잃을 것이 많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에 우리가 유의해야 될 것입니다.
◇ 이종훈> 그런 가운데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남북경색으로 인해서 무엇보다 6.15선언으로 탄생한 개성공단 타격이 큰데요?
◆ 임동원> 남북 간 모든 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되었지만 개성공단 하나 유지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개성공단마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상태죠. 하지만 저는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는 사태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기회를 발휘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이종훈> 조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확성기를 없앴는데 최근에 설치를 하고, 그 바람에 남북 간 국지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 임동원> 서로 자제해야죠. 잘못하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납니다. 잘못하면 확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서로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너무 위협적인 언사를 사용하고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북한도 자제해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이종훈> 현 정부가 어찌됐든 천안함 사태 이후에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기조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대북기조를 바꿀 시점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여겨지는 상황인데요. 그 가능성 어느 정도 있다고 보십니까?
◆ 임동원> 저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북한은 굴복시키려던 초강력 노선을 버리고 180도로 돌아서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함으로써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만, 지금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상생과 공영을 위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천안함 전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설도 계속 나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 임동원> 물론이죠. 이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이종훈> 우리 정부가 6.15정신을 복원하기 위해서 앞으로 해야 될 과제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임동원> 세 가지 당장에 중요한 과제가 있지 않겠는가 보는데... 저는 첫째로 우리 정부는 대북강경 정책을 철회하고, 6.15공동선언을 준수 이행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도 대비하고, 금강산 관광도 시작하고, 교류협력을 해나가야 되겠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이, 또 해상에서의 충돌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되는데. 긴장과 충돌의 바다인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2007년 10.4선언에서 이미 합의한 대로 서해를 평화협력특별지대로 만들기 위한 내부조치를 협의해서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역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