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보다 ‘준법’ 국회 강조돼야
- 직권상정 없도록 중재역할 최선
- 개헌, 의장 앞장보다 정치권 주도로
- 국회폭력방지법? 법이 만능은 아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박희태 국회의장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6선의 박희태 의원이 선출됐죠.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포부,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IMG0]◇ 이종훈> 국회의장 오랜 꿈이셨죠?
◆ 박희태> 초반기에 좀 꿈을 꿨죠. 젊어서는 그런 생각 안했습니다.
◇ 이종훈> 그래도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쳐서 되셨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의장 취임사에서 “국회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국회에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박희태> 지금 많은 국민들이 국회가 이대론 안 된다고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새 바람을 불게 하겠다고 했는데요. 그 방향은 우선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거고, 또 두 번째로는 법대로의 국회를 만들어야 되겠다, 이런 두 가지 큰 방향으로 우리 국회가 변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이종훈> 법을 잘 준수하는 국회가 되자, 이런 말씀이시네요?
◆ 박희태> 법을 잘 만드는 국회보다도 법을 잘 지키는 국회가 지금 시점에는 더 강조돼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종훈> 같은 맥락에서 국회에서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밝히신 적도 있는데요. 지난 국회 폭력 형사처벌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 박희태> 그것은 새 법을 만들 필요 없이 현행법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냥 법을 하나 만들고는 “이제 그 사건은 앞으로 안 일어날 거다.”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 상당히 팽배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만능이 아닙니다. 꼭 법을 고친다고 해서 그대로 안 따르거든요. 요는 법을 위반했을 때 강한 제재가 따르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 이종훈> 그러면 경위를 충원한다던지 이런 추가적인 조치들은 당분간 취하지 않으시겠네요?
◆ 박희태> 필요하다면, 만일 국회에 정당한 물리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런 것도 검토해보겠습니다만 당장은 계획에 없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전반기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독주가 심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런 폭력사태가 온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없지는 않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희태> 글쎄요. 제가 그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독주를 했다기보다도 서로 논의해가지고 결말이 안 나니까 한나라당에서 일방적인 그런 태도를 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그것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옛날 내가 한나라당이 야당 때, 원내 총무 할 때에는 그 당시 민주당이 사흘 연속으로 날치기를 한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걸 가지고 ‘예전에 네가 그랬지 않느냐’ 이런 걸 이야기하면 끝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 털고요. 제가 주장하는 건 이제 새로운 국회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모두 털고 새롭게 여야가 출발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이종훈> 그러다보니까 야당으로선 늘 직권상정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습니까? 한나라당 야당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직권상정에 대한 원칙은 어떻게 설정하고 계십니까?
◆ 박희태> 제 생각으로는 법대로 국회가 운영되고, 국회의사가 법대로 그대로 집행된다면 직권상정 할 필요가 없죠. 직권상정이라는 말 자체가 나올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대로의 국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2009년 미디어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셨는데요. 그 당시 직권상정도 합법적인 수단이고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시거든요.
◆ 박희태> 그렇습니다. 법에 있는 것 아닙니까?
◇ 이종훈> 그런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대로...
◆ 박희태> 그러니까 직권상정이라는 문제가 안 생길 수 있도록 여야간에 서로 타협하고 논의를 깊이 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중재 역할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 이종훈> 양당 원내대표들하고 중재역할을 열심히 해보시겠다는 말씀이시네요?
◆ 박희태> 네.
◇ 이종훈> 김형오 전 의장은 직권상정 둘러싼 논란 해결하는 차원에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의안이 자동으로 회의에 회부되는 의안 자동상정제, 이런 것을 도입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희태> 글쎄요. 하나의 방법이겠죠. 저는 그것은 깊이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만 하나의 방법입니다.
◇ 이종훈> 국회의장이 입법부 수장이긴 하지만 쟁점 법안 처리라던가 이런 것들 관련해서 청와대나 여권으로부터 사실 이런 저런 요청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지 않나, 이렇게 보여 지는데요.
◆ 박희태> 아직 받은 일이 없습니다.
◇ 이종훈> 앞으로 그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거절하기가 참 쉽지 않을 수가 있는데요.
◆ 박희태> 몰라요, 의장을 안 해봤으니까... 내가 국회 부의장을 2년 했습니다.
◇ 이종훈> 그래도 국회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다 봐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원칙을 갖고 대할 것인지 사실 궁금하거든요.
◆ 박희태> 원칙이라는 건, 법에 따라서 국회의장의 직무를 다 한다, 그리고 또 양심에 따라서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 이종훈> 조금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죠. 이번 지방선거결과에서 나온 민심을 보게 되면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 세종시, 4대강 추진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여겨지는데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박희태> 저는 거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양단해서 말하긴 곤란합니다. 단지 지금 4대강은 작년에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됐고요. 현재는 그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 국회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가 어렵고요. 세종시 문제는 지금 정부에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정당에서는 자신들의 안을 지금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각 정당에서 필요한 안이 있으면 내고, 이렇게 해서 논의를 국회에서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종훈> 그래도 민심을 외면해서는 곤란한 것 아니겠습니까? 민심의 대의기관인데요.
◆ 박희태> 네. 민심을 따라야죠. 그러나 각 정당, 정치 전체가 할 일이고요. 그것은 잘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펴주고, 또 서로 논의하다가 의견이 충돌될 때에는 국회의장,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개헌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요. 전반기 국회에서 김 전 의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진전은 별로 없었고요. 시기적으로 이번 하반기가 개헌 적기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해보실 생각이신지요?
◆ 박희태> 국회의장이 앞장서서 먼저 개헌을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개헌이라는 게 얼마나 국가의 중대사고 고도의 정치 사안입니까? 그런데 중립 권력이라고 할까요. 지금 무소속인 국회의장이 나서서 어떻게 그것을 선도하겠습니까?
◇ 이종훈> 하지만 김 전 의장 같은 경우에는 연구회도 만들고...
◆ 박희태>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가 일어나서, 물론 지금 국민 중엔 개헌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을 각 정당이 그 뜻을 수렴해서 개헌 논의를 국회로 가져오면 저는 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또 우리의 민의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또 각 정파 간의 이해가 잘 절충될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뒷받침을 하겠습니다. 논의의 장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개헌이 빠를수록 좋고 심지어 2009년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렇게도 말씀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 박희태> 누가요? 내가요? 저는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 이종훈> 그렇습니까? 언론 보도 쪽에서는 그렇게 나온 적이 있는데요.
◆ 박희태> 내가 개헌을요? 나는 개헌에 대해서 여태까지 당 대표를 할 때에도 언급한 기억이 없는데요.
◇ 이종훈>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제를 하고요. 언젠가는 시작이 될 테니까요. 의장님께서는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 상황에 잘 맞는다고 보십니까? 굉장히 오랫동안 의회에 계시고 했으니 남다른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박희태>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제가 공개적으로 지금 이야기하긴 적절하지 못합니다.
◇ 이종훈> 요즘 사법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여당을 중심으로 한 것이긴 합니다만 입법부와 사법부 간에 약간 긴장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사법개혁문제는 국회, 법원 어느 쪽에서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 박희태> 사법개혁 문제는 입법이 필요하면 국회의 주도하에서 해야죠. 그러나 개혁이라는 게 꼭 법률을 고치고 이렇게 할 필요가 없는 개혁 같으면 그것은 어디에서하든 법 쪽에나 검찰, 법원에서 논의를 해서 결정하겠죠.
◇ 이종훈> 입법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는 입법부가 주도하는 게 맞다, 이런 입장이시네요?
◆ 박희태> 네.
◇ 이종훈>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지도부에 대해서 요청하고 싶으신 부분도 상당히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말씀 하고 싶으세요?
◆ 박희태> 지도부는 그래도 의정경험도 많고 국정경험도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오늘날 국민이,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다 꿰뚫고 계실 겁니다. 거기에 따라서, 국민의 뜻에 따라서 국회를 운영하고 우리 정치를 이끌어가야 되지 않겠나, 여기에 대한 강조를 하고 싶습니다.
◇ 이종훈> 양당 원내대표들과 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셔야 될 상황 아닙니까? 두 분들 하고 잘 협조가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박희태> 두 분 다 참 훌륭한 분입니다. 두 분 다 아주 의회 경험뿐만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인 감각을 가지신 분이고, 두 분 다 국정의 중심부에서, 핵심부에서 다 경험을 쌓은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저는 두 사람만 믿습니다. 두 사람이 충분히 잘 풀어서 의장 고민 안 하도록 해 주시리라고 난 깊은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9(수) 박희태 국회의장 "사법개혁, 입법 필요시 국회 주도로"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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