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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이재오, 대북쌀특사로 적격"
2010.09.07
조회 269
- 대승호 송환, 남북관계 완화 기대
- 천안함 연계로 6자회담 낙관 어려워
- 北, 핵실험 또는 미사일발사 가능성
- 美 국내정치로 6자회담 어려울 듯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북한이 나포 30일 만에 대승호를 전격 송환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강력한 송환 촉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북한의 태도 변화,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 이것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짚어보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돼 있습니다.
◇ 이종훈> 그동안 반응이 없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 변화를 보인 배경이 뭘까요?
◆ 정세현> 나포된 선원 7명 중 3명이 중국 사람이지 않습니까? 중국 사람이 끼어있기 때문에 돌려보내지 않거나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당장 지난번 8월 중순에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6자회담 때문에 북한에 다녀왔지만, 어쨌든 그 다음날 대승호 선원을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송환 요구를 받고 북한이 시점을 선택하느라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침 우리 쪽에서 지난 8월 26일 그리고 30일 두 번에 걸쳐서 백억 원 상당의 수해물자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통보해줬고, 최근에는 민간단체의 쌀 지원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정부입장이 바뀌었는데 그러다보니까 거기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 아닌가. 그러니까 중국 사람은 풀어주고 남쪽사람 붙들 수 없다는 점 하나하고, 또 하나는 대북지원, 특히 쌀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입장 변화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종훈>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동포애, 인도주의 관점이다, 이렇게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좋을까요?
◆ 정세현> 과거 남북관계가 주로 적십자 간의 접촉을 계기로 점점 정부 차원의 접촉이나 대화로 발전돼 왔었습니다. 70년대부터 그런 식으로 발전돼왔었죠. 이번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승호 선원 석방, 송환을 계기로 적십자 차원의 여러 가지 지원을 늘리거나 또는 그것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남북관계만큼은 지금까지 보다는 좀 밝은 쪽으로 발전될 수 있죠. 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금 남북관계 전반의, 특히 당국차원의 접촉이나 대화를 천안함 사건이나 6자회담과 연계시켜왔기 때문에 섣불리 관계가 앞으로 이것을 계기로 해서 좋아질 거다, 낙관하긴 좀 이른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정부가 민간단체 대북 쌀 지원은 허용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습니까?
◆ 정세현> 처음부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판을 크게 벌이기는 어렵겠죠. 이것을 계기로 해서 조금씩 상황을 봐가면서 점차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있다면 좋겠는데, 지금 6자회담 관련해서 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정부 차원에서 쌀 지원을 대대적으로, 대대적이 아니라 과감하게 또는 과거처럼 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그렇게 전망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 이종훈> 언제쯤,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정부 차원의 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정세현> 저쪽의 수해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나 아니면 인도주의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물결이 봇물 터지듯이 시작이 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정부 차원에서 나설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는 것이고.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한미일 공동전선을 펴면서 대북제재를 계속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이 먼저 확인되어야 된다는 그런 조건을 지금 걸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도 쉽지 않을 것 같고, 6자회담이 어려우면 남북관계의 대화를 정부가 시작하는 것도 간단치 않을 거예요.
◇ 이종훈> 6자회담 관련해서 중국이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궁금한데요, 변화가 있을까요?
◆ 정세현> 미국 중간선거가 11월 초에 있지 않습니까? 그때까지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전망하기가 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초기에 3, 4, 5, 6 몇 달 동안은 천안함 문제로 우리가 미국에 대북접근이라든가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발목잡고 있는 그런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미국의 국내정치 때문에 섣불리 6자회담 재개를 못하는 그런 형국으로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6자회담을 잘못 열어가지고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미국 국내정치하고 논란이 되면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 없어요.
북한이 쉽게 성과를 미국한테 안겨줄 가능성도 없고, 이러다보면 결국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미국이 판단을 했고, 그래서 아마 이번에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해서 “우리 국내정치이기 때문에 한국이 좀 앞장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요청을 이번에 위성락 본부장의 방미과정에서 제기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이종훈> 그러면 천안함 관련한 출구전략 실행도 조금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겠네요?
◆ 정세현> 미국 선거가 끝나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면 북한이 초조한 나머지 그 사이에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오바마 정부 출범 초에 기대를 많이 걸었다가 안 되니까 2009년 4월에 미사일 쏘아버리고, 5월에는 핵실험 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가 결국 부시처럼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는데, 미국 국내정치 일정 같을 것을 감안해서 북한이 좀 이번에는 진득하게 기다려 줄줄도 알아야 되는데 자기네 시간 없다고 해서 일을 또 벌이면 정말 이건 돌이킬 수 없는 그런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이종훈> 군사적 도발가능성이 또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 핵실험을 또 한 번 하든지, 장거리 미사일을 또 발사하든지. 북한이 이번에는 자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종훈> 화제를 좀 바꿔서요. 이재오 특임장관 대북특사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 가능성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정세현> 특사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필요를 느껴서 보내는 거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이런 경색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 특사를 보낼 수 있죠. 또 그동안에 박근혜 대표 특사설도 있었고, 최근에는 민노당 측에서 강기갑 전 대표를 대북 쌀 특사로 보내겠다고 그러는데. 대북특사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합의해 온 것을 이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그런 관계, 관련부처에서, 그렇다면 이재오 특임 장관이 가장 적격자라고 할 수 있죠.
특히 그분이 대학시절에 농업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농경제 공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농민들을 돕는다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남아도는 쌀의 처분 문제도 있고 그러니까 그야말로 이 시기에 이재오 특임 장관이 쌀을 일종의 카드로 해서 올라가서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이고 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아까 북한이 사고를 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한 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마지막으로 지난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희호 여사를 방문한 자리에 동석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이희호 여사 방북 관련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김대중센터 쪽 입장을 밝히신 것으로 아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짧게 말씀해 주시죠.
◆ 정세현> 초청을 금년 봄부터 받아놨었고, 그런데 6.15 10주년 계기로 해서 가기로 했었죠. 그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 이재오 장관한테도 남북관계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정부를 어렵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기미가 보이면 우리가 방북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협조해 달라, 이런 얘기를 했죠.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