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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금) 신간 '강남몽' 출간 황석영 “MB 정부 우편향 남북경색 걱정”
2010.07.02
조회 253

- 한반도 전체를 염두에 둔 개발 필요
- 4대강, 현지 의사 반영 구간별 조정
- 우리사회 욕망뿌리 <강남몽> 출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장편 <강남몽> 출간한 소설가 황석영

작가 황석영 씨가 신작 장편 ‘강남몽’을 출간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부의 상징이 된 강남이라는 지역에 꿈 몽(夢)자를 조합을 시킨 건데요. 제목만으로도 소설의 내용, 그 절반 정도는 짐작이 가시죠. 황석영 씨는 이 소설을 출간하면서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필생의 작업 중 하나를 이뤘다” 이렇게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직접 만나 보시죠.

◇ 이종훈> 강남개발과정, 그 자체가 사실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인데요. 그런데 시대적인 배경이 현대부터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독자들이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요?

◆ 황석영> 보통 그런 소재 같으면 대하소설 10권 이상으로 써야 될 것을 압축했습니다. 그래서 다큐 수법을 동원해가지고 시사적인 것은 빨리 빨리 스냅사진처럼 지나가다가 한 사람 인생의 디테일한 부분은 멈춰서 조명을 자세히 밝혀주고 이런 식으로 했는데요. 인물에 따라서는 일제시대에 성인이 돼서, 청소년이 돼서 뛰어다닌 사람도 있고,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도 있고, 그 연륜과 세대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인물에 따라서 시대가 한참 올라가기도 하고, 또 최근 얘기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러면서 진행이 되는 겁니다.

◇ 이종훈>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소설 속에서 중심축이던데요?

◆ 황석영> 1995년 성수대교 무너지고 삼풍백화점 무너지고 하던 때가 상징적인 때인데요. 말하자면 한 세 가지로 얘기를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개발독재시대가 종언을 하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시작됐단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한국 자본주의가 근대화 기간을 급속도로 한 30년 동안에 치러오면서 결국은 자기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출발점이다, 이렇게 보고요. 세 번째로는 그때까지 사회 변혁을 한다든가 이러면서 민중을 추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지식인들 머릿속에 있었던 그 민중이 대량소비사회로 접어들면서 욕망에 얽혀 들어가기 시작하는 그런 무렵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종훈> 그러니까 장소보다는 역사적인 시기성에 의미를 더 두신 거네요?

◆ 황석영> 그러니까 95년을 현재시점으로 해서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형식인데요. 95년 이후에 진전된 사회상은 물론 담겨있지 않습니다만, 바로 그것이 현재 우리의 욕망의 뿌리거든요. 그래서 그 언저리를 깊게 팠습니다.

◇ 이종훈> 이 작품을 쓰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습니까?

◆ 황석영> 팩트와 상상력을 접합시키는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고요, 또 하나는 그 방대한 시간의 흐름을 압축한다는 게, 그렇잖아요, 아주 거대한 것들을 상자에다가 집어넣는 일인데요. 그 작업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 이종훈> 얼마 전 6월 29일이 삼풍백화점 붕괴된 날 아닙니까, 혹시 출간일도 이걸 염두에 두고 하신 겁니까?

◆ 황석영> 아니, 저는 이상하게 책을 낼 때 마다 우연히 맞아떨어지는데요. (웃음) 2년 전에 ‘개밥바라기 별’인가 청소년의 자유를 다룬 그런 부분을 건드리자마자 청소년들이 촛불시위의 대거 주동이 되고. 또 몇 년 전에는 ‘바리데기’를 썼는데 출간한 지 일주일 만에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가 벌어져가지고 맞아떨어진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아마 IMF를 거치고 금융위기를 두 번째로 겪으면서 그전에 겪었던 어려움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더 심화되어있는 판국이고요. 한 가지는 또 부동산이 하락의 조짐을 보이면서, 말하자면 그동안 쭉 해왔던 부동산의 폭등이라든가 투기라든가 하는 것이 말하자면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는데요. ‘강남몽’은 그런 때 맞춰서 제가 맞추려고 그런 건 아닌데, 이렇게 나온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대상들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 황석영> 네, 젊은 사람들은 지나간 역사, 그리고 자기는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서 고용문제라든가 그 다음에 진로문제라든가 장래문제라든가 굉장히 암담한 그런 때에 있는데. 과거에 어떤 식으로 해서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것을 한번 되새겨볼 수 있고요. 특히 30∼40대 분들 우리가 소위 1987년 6월 항쟁부터 그런 얘기를 하는데, 넥타이 부대 있지 않습니까. 배운 건 있지만 책도 읽고 그렇지만 지금 직장에 다니면서 넥타이 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시스템 안에서 열심히 자기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30∼40대 분들이 좀 봤으면... 아마 지척에서 자기 부모들이 겪은 일일 수도 있고, 자기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될 여러 가지 문제점, 이런 것들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고요.

◇ 이종훈> 지난 8개월 동안 인터넷 연재를 하신 다음에 출간을 한 걸로 아는데요.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얘기가 바뀐 부분도 있습니까?

◆ 황석영> 그렇지는 않고, 독자들이 의견을 냈을 때 제가 반영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가령 제4장의 경우에 저는 굉장히 추상적인 제목을 달았는데, 이를 테면 ‘저물녘에서 새벽사이’ 이랬는데 어느 친구가 “그것을 흔히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그럽니다. 야생의 시간, 야만의 시간 이런 겁니다” 그래서 조직폭력배를 다루는 사항의 제목을 그런 식으로 바꿨죠.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 이종훈> 인터넷 연재를 통해서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으셨던 모양이네요?

◆ 황석영>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소설의 미덕이 뭐냐면, 길고 지루한 묘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때그때 반응하기 때문에... 그래서 알기 쉬운 단문과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단문과 그 다음에 장면전환이 빨라야 되고. 그리고 되도록이면 영상적이어야 됩니다. 요즈음은 길게 집에까지 들어가는 데 3페이지, 4페이지 걸린다 그러면 그냥 안 보거든요. (웃음)

◇ 이종훈> 트위터 소통도 즐기신다고요?

◆ 황석영> 이제 시작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거기다가 글을 올렸죠. “이것은 타인이라는 지역과 개인의 고독이 만나는 기묘한 접점이다, 서로 던진 말들이 허공에 미끄러진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우리 사이에 쌓이긴 할 것이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트위터가 꼭 그런 것 같습니다.

◇ 이종훈> 팔로워들 많습니까?

◆ 황석영> 지금 시작한 지 한 5일 됐나요... 그런데 한 3천 명이 좀 넘은 것 같네요.

◇ 이종훈> 역시 인기인이시니까 다르네요? (웃음)

◆ 황석영> (웃음) 그런데 부지런히 대꾸도 해 드리고 그래야 되는데, 요즈음 바빠서요. 하루에 한 번 들어가서 대충 응답하거나 일방적으로 글을 달아 올리고, 그런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요.

◇ 이종훈> 그렇군요. 작품에 보게 되면 삼풍백화점 사고까지 다루고 있는데 조금 전에 말씀하신 개발독재시대를 주무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장선에서 요즈음에 현안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세종시 논란이라든가 4대강 문제, 이런 것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거리 아닙니까? 이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까요?

◆ 황석영> 세종시 문제나 4대강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너무 민감해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상식인의 한사람으로 지켜본다면 정치인들이 성공 과정을 통해서 서로 너무 인기 발언하고 그러면 공약을 너무 세게 하거나 휘황찬란하게 했던 것들을 현실적으로 수습하려고 하다보니까 더욱 복잡해진 것 같죠. 거기다가 지역이기주의가 서로 충돌하면서 그게 참 안 좋고 그러는데.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분단된 국가에서 수도가 여러 갈래로 오히려 남쪽으로 또 옮긴다는 것은, 이것은 어떻게 보면 반국적 시각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통일이 된 뒤에도 염두에 두고 뭔가를 해야 되는데 옛날부터 우리는 난민의 일색이 있어서 한국전쟁 이후로 한강이남 쪽에 가야만 난리를 피할 수 있다, 이런 의식이 있어요. 그런 것보다는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통해서 한반도 전체를 염두에 둔 개발을 생각해야겠죠, 이제부터...

◇ 이종훈> 남북한 관계 얘기를 하셨습니다만, 요즈음 남북한 관계가 경색국면에 처해 있어서...

◆ 황석영> 굉장히 유감이고요. 현 정부의 그런 우편향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아는데요. 그러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라든가 이런 데도 관심은 좀 있으시겠습니까?

◆ 황석영> 저는 중도안으로 그런 얘기를 흔히 상식적으로 하는데요. 홍수가 나는 지역이 있으면 홍수가 나는 지역을 하고, 그 다음에 물이 부족한 지역은 물이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는 쪽으로 하고, 대형 댐을 짓는 것보다는 바로 위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작고 소형의 댐들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입니다.

◇ 이종훈> 구간별로 조금씩 조절하는 것도 좀 필요하겠다, 이런 얘기시네요?

◆ 황석영> 그렇죠, 현지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 이종훈> 마지막으로 ‘강남몽’처럼 꼭 쓰고 싶은 얘기, 어떤 게 남아있으세요?

◆ 황석영> 그것은 몇 년 후 작업이 되는데, 그전부터 하고 싶었던 게 ‘철도원 3대’라고 일제시대부터 전쟁까지의 철도원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얘기를 한번 쓰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영등포에서 유년시설을 보냈기 때문에 그 바로 뒤쪽에 철도 공착장이 있었거든요. 그때의 기억으로 출발하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