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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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화) 박경미 홍익대 수교과교수 "문어 확률? 로또 4-5등 맞힌 정도"
2010.07.13
조회 487
- 8경기 승패 맞힐 확률 1/256
- 가위바위보 8번 연속승보다 낮아
- 실제 확률보다 '심리적 확률' 커보여
- 문어, 확률 '경우의 수' 교재로 최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존재, 사람이 아니죠. 문어 ‘파울’이었습니다. 6경기와 결승점 승패, 총 8경기의 승패를 맞춰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을 시켰죠. 이 문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수학적 다 맞출 확률이 얼마나 되는 건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수학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분이시죠.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 전화연결해 보겠습니다.

[IMG0]◇ 이종훈> 먼저 축구를 좋아하시는지부터 여쭤보고 싶은데요.

◆ 박경미> 축구요. 저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2002년을 계기로 아주 열성 축구팬이 됐죠.

◇ 이종훈>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어를 굉장히 신기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수학교육과 교수님은 이걸 어떻게 보셨을까,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 박경미> 우선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요. 8경기의 승패를 모두 맞출 확률은 256분의 1입니다. 만약 인간이 예언을 한다면 아무래도 FIFA 랭킹 등을 참고하기 때문에 승패를 맞출 확률이 2분의 1보다 커지겠지만, 이 문어의 경우는 두 국가 중에서 무작위로 그냥 하나를 선택하는 거니까 그 확률은 2분의 1이 되겠죠. 그런데 어떤 게임에 대한 문어의 예언이 그 다음 예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건 수학적으로 표현을 하면 독립사건이라고 하는데요. 독립사건의 경우는 연속해서 여러 번 승패를 맞췄다면 그 횟수만큼 그냥 2분의 1을 곱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의 경우 문어 파울이 독일이 포함된 조별리그 3경기, 본선 토너먼트 3경기, 3, 4위전, 그리고 독일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결승전까지 모두 8경기를 정확하게 예측을 했죠. 그러니까 2분의 1를 8번 곱한 256분의 1, 약 0.39%가 그 확률이 됩니다. 그런데 확률이 높다, 낮다, 이런 것을 절대적으로 판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의 확률이면 희박하기는 하며 또 그리 일어나기도 힘든 일도 아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종훈>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이게 굉장히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한번 한번씩은 맞출 수 있겠지만 연이어서 8번을 맞춘다고 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이런 얘기들도 많이 하거든요.

◆ 박경미> 글쎄요... (웃음)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그러면 이기고 지고 비기는 확률이 각각 3분의 1씩 동등하거든요. 그러니까 둘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연속해서 8번 이겼다, 그러면 3분의 1에 8제곱이 되니까 그 월드컵 문어보다 확률이 훨씬 낮아지는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희박한 일이긴 하지만 그리 신기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월드컵 문어는 조금 과장돼서 파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이종훈> 수학적으로 봤을 때는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박경미> 네.

◇ 이종훈> 생각보다는 그렇게 확률적으로 희박한 건 아니다, 이런 말씀이시기도 하고요?

◆ 박경미> 네.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또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닐 수 있다는 거죠.

◇ 이종훈> 그렇군요. 확률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로또 아니겠습니까? 로또에 비교하더라도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그렇게 봐야 될까요?

◆ 박경미> 로또를 한 번 생각해보면 46개의 숫자 중에서 6개를 선택해서 모두 맞으면 1등이 되는 거죠. 그 확률이 814만 5천분의 1이 돼요. 그런데 그 6개 선택한 것 중에서 4개만 맞으면 4등이거든요. 그러면 그 확률은 733분의 1이 되고요. 그 6개 중에서 3개만 맞으면 5등이 되는데, 확률은 45분의 1로 높아져요. 그러니까 문어가 8게임의 결과를 정확하게 맞출 확률이 256분의 1은 로또의 4등과 5등 사이가 되는 거겠죠.

◇ 이종훈>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까 귀에 확 들어옵니다. (웃음) 그렇게 얘기를 듣고 보니까 수학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우리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문어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열광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가 뭘까요?

◆ 박경미> 그러니까 아까 로또 4등과 5등 사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누가 로또에 그 정도 당첨됐다고 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번 문어는 정말 신통방통한 예언력을 가진 것으로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데 이제 확률이 256분의 1이니까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여기에 열광을 할까,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게 예언이 한 번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 동안 시차를 두고 예언을 했고, 하나씩 맞아왔기 때문에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 희귀한 일로 확대포장 되지 않았을까, 실제적인 확률보다도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확률이 더 낮아진 것 같습니다.

◇ 이종훈> 그러면 시간의 차이를 두고 한 게임,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시간변수가 더해지면 더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얘기신가요?

◆ 박경미> 그렇죠. 그래서 시간이 어떤 사람들의 확률을 판정하는 어떤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거죠. 그리고 특히 제 생각에는 펠레가 하는 예언이 계속 틀렸잖아요. 그것과 대비를 이루면서 문어가 좀 더 영험한 예언력을 갖는 것으로 이렇게 간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종훈> 화제를 좀 바꿔서요.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부분이 영화라든가 드라마 속 수학이라든가, 이렇게 수학을 재미있게 푸시는 쪽이시라고 들었습니다.

◆ 박경미> 제가 사범대학에서 장차 교사가 될 그런 예비교사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또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수학교과서도 집필을 합니다. 그런데 다 아시다시피 수학은 극히 일부학생을 제외하고 외면당하는 교과이죠. 그러다보니까 어떻게 하면 수학내용을 좀 더 매력적으로 포장을 할까,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일상생활에서, 영화, 드라마, 이런 데 녹아있는 수학적 논리도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재미있는 사례 좀 소개해 주시죠.

◆ 박경미> 특별한 사례라기보다는 영화, 그러면 ‘뷰티풀 마인드’, 그 뒤에 ‘헌팅’, 수학자나 수학영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런 영화들이 있고요. ‘큐브’, ‘다이하드3’, 또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페르마의 방’, ‘박사가 사랑한 수식’ 열거하자면 많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수학문제를 모티브로 해서 내용을 이끌어가기도 하고요. 또 최근에 ‘넘버스’ 같은 미국 드라마도 수학으로 사건을 풀어가고 있죠.

◇ 이종훈> 그런 것들을 가르치실 때 활용을 하는 거네요?

◆ 박경미> 그렇죠. 제가 이런 저런 글에서 소개하기도 하고, 교과서에 읽기 자료로 넣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종훈> 얼마 전에는 인기 그룹들 이름도 해석을 하셨던데요, 그것도 좀 얘기해 주시죠.

◆ 박경미> ‘F(X)’ 라는 그런 그룹이 있었는데, 함수를 나타나는 그런 전형적인 표기이니까요. 그런 것도 있었고, 2NE1이라는 거 있죠. 2하고 1은 아라비아 숫자로 쓰고 NE는 알파벳으로 쓰는데, 수학하는 분들이 모여앉아서 보다가 ‘2가 NOT = 1이다’, ‘2는 1과 같지 않다’ 그런 자명한 명제를 나타내는 그룹명이 아니냐,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을 제가 에피소드 삼아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이종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수학을 하신 분들은 모든 현상들이 수학적으로 풀이가 되시겠습니까?

◆ 박경미> 수학적 안목으로 볼 때도 있지만... (웃음) 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이종훈> 이번 문어 같은 경우에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여겨지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박경미> 그렇지 않아도 이번 월드컵 문어가 확률 단원의 좋은 소재를 제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 학생들이 월드컵, 올림픽,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런 소재를 워낙 좋아해요. 그래서 수학확률단원에서 경우의 수를 따질 때 월드컵이나 WBC대진표 같은 것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문어 같은 예로 수학공부를 하면 참 재미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