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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수) 이태진 교수 "이 대통령, 日 총리 담화 한계 분명히 지적해야"
201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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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어제 일본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서 담화문을 발표했죠. 그런데 국내 학계, 시민단체 대부분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담화의 의미, 그리고 한계에 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일강제병합 원천무효 선언을 촉구한 한일지식인공동성명을 주도했던 분이시죠, 서울대 이태진 명예교수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 이종훈> 어제 일본총리 담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이태진> 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100년이라는 회를 맞이해서 내는 담화일 수가 있나, 그런 회의도 좀 들었습니다.

◇ 이종훈> 이번 담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 또는 한계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 이태진> 법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거고요. 신문들에서 많이 지적했습니다만, 징병 피해자들,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 법적인 문제 관계되어 있는데. 원칙적으로 법적인 문제, 곧 불법에 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전과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서 큰 한계라고 지적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이 교수님께서는 한일강제병합이 무효다,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신 적이 있으시잖아요.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시죠.

◆ 이태진> 이번 간 총리 담화 수위가 흔히 15년 전 무라야마 총리의 표현 수준이다, 그렇게 얘기하잖아요? 거기에서 조금 나간 것으로 식민시대 강제성을 인정했다,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는 거였다, 하는 그것을 했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뭐, 15년 동안에 정말 학회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병합의 불법성에 관한 연구가 한국학회에서 시작해가지고 일본학회에도 영향을 줘서 4∼5년 안에 일본학회에서도 굉장히 과거의 관점과 다르게 연구를 해서 새로운 사료를 발굴해서 불법성 나온 것들을 많이 허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성과가 이번에 작년 말부터 추진돼가지고 한일지식인공동성명에 일본지식인이 500명 이상 참여하는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아무리 정치라고 해도 이러한 학계의 성과는 외면할 수 없단 말이죠. 그것을 간 수상이 거의 외면을 하고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 말로만 그렇게 살짝 건드리고 넘어갔어요. 그러니까 아마 아무리 정치적 한계라고 하더라도 너무 소극적으로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고 넘어갔다는 것이...무라야마 총리 담화와 비교했을 때도 그런 시대적인 조건의 변화를 넣으면 더 후퇴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이번 담화에서 병합의 강제성에 대해서 간접 시인한 부분, 그러니까 한국인 뜻에 반해서 이루어졌다, 이 표현과 관련해서 특히 얘기가 나오고 있던데요. 그런 부분은 좀 진일보한 거 아니냐, 이런 평가도 있습니다만?

◆ 이태진> 지금 말씀드렸듯이 근본적으로 그런 무라야마 총리 담화와 비슷한 내용이면서 조금 변화를 줬는데... 그 간의 일어난 학회의 변화라든가 지식인 세계의 인식의 변화, 이런 것에 비하면 너무 미비하다, 그런 얘기죠. 물론 한국정부에서는 일본과의 한일 외교관계의 탄력성 때문에 그런 코멘트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단히 외교적이라고 볼 수 없는데... 그러나 평년이 아니고 강제병합 100년의 시점입니다. 강제병합에 있었던 우리의 문제보다도 못지 않게 우리 선조들이 당한 핍박과 이런 것들이 너무 큽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정부가 더 한계에 대한 지적도 같이 언급을 했어야 됩니다.

◇ 이종훈> 그리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 역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조금 전에 지적도 하셨지만 그런 부분에서 일본 정부가 부담을 많이 느낀 것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 이태진> 저는 지난 7월 말에 공동성명을 주관했던 사람들이 동경에서 만나자고 해서 간단한 발표회도 하고, 일본정부에 내가 대신들, 국가전략상이라든가 간 총리가 보낸 민주당의 국회부장, 국회의원입니다만, 그분들 만나서 우리 서명과 성명서를 전달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한국 속담에... 일본사람들은 경제적인 계산이 굉장히 빠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불법이라고 했을 때, 일본이 국가가 질 경제적인 부담을 굉장히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론 개인배상 같은 것은 다 해야 됩니다. 얼마나 비인도적인 짓을 많이 했습니까? 그런데 정부차원에서는 65년 한일협정에서 어느 정도 국가배상은 했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런 뜻에서 제가 우리가 이러이런 일을 하는 것은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한국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깜짝 놀라서 눈이 둥그레 지던데... 일본인과 우리 한국인들은 정서상의 차이라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가 있습니다.

◇ 이종훈> 그리고 조선왕실의궤에 관한 부분도 그래도 좀 성과가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 이태진> 오히려 그것은 평년에 했어야 될 일이죠. 100년을 맞이하는 해에 그걸 가지고 그렇게 이런 것을 내놓으면 때우기로 보입니다. 잘못하면 한국을 우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 이종훈> 하지만 이번 일로 해서 문화재 반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 이태진> 저는 순서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간 총리 담화에서는 무슨 얘기를 해야 되냐면, 문화재의 경우 일제하에서 일본에 건너온 여러 가지 경로에서 들어온 굉장히 많다는 거 다 아니까... 그것들 한국으로 돌아가야 될 것도 있다, 그런데 그 많은 게 다 돌아가기에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러니까 여기에 대해서 분간 처리를 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65년 협정 때 미진했던 문화재반환 협상을 위한 정부차원의 회담, 이것을 열겠다, 구성하도록 하겠다, 이런 식의 원칙적인 표명을 하고.

그 속에서 상징성이 있는, 그게 일본천황가가 조선 이왕가를 예속시킨 상태에서 영친왕이 있는 곳에 왕실의궤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가져간 것 같아 보이거든요. 이런 상징성이 있어야 이런 것을 돌려주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도라는 말로 반환이 아니라, 그렇게 한 것도 문제가 있지만 좀 큰 틀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먼저 이것을 돌아가도록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야 맞는 거죠.

◇ 이종훈> 이번에 일본 쪽에서의 생각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나왔다고 볼 수 있고요. 우리 대통령이 8.15때 여기에 대해서 뭔가 얘기를 하지 않을까, 예상이 되고 있는데... 어떤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태진> 저는 우리 대통령님께서 상당히 조심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게 지난 100년 역사의 민족의 한과 억울함, 이런 게 전부 담겨있는 그런 발표를 해야 되는, 그런 입장에 계시는 거예요.

◇ 이종훈> 그렇죠. 역사적인 선언이라고 볼 수 있죠.

◆ 이태진> 그러니까 학회의 소리도 다 들어야 됩니다. 정부차원, 정권차원에서의 얘기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럼 그게 굉장히 지탄을 받고, 그게 국민의 정신적 결속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굉장히 신중하게 구성을 해야 되고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한, 한계에 대한 지적도 분명하게 좀 하셔야 됩니다.

◇ 이종훈>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