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성남고 윤신원 교사
2014학년부터 적용될 수능 개편안 발표 이후에 논란이 가열 되고 있죠. 특히 과학 사회 과목이 대폭 축소되고 제 2 외국어, 한문은 제외되면서 국영수 편중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개편안 발표 당일 학교 현장에서 피켓팅 시위를 하신 분입니다. 지리 과목을 담당하고 계신 서울 성남고 윤신원 선생님 연결 되어있습니다.
◇ 이종훈> 이번에 피켓팅 시위까지 나선 이유가 궁금한데 그 정도로 문제가 많다고 보시는 건가요?
◆ 윤신원> 예. 저는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15년 째 전국 지리교사 모임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교사입니다. 그런데 요즘 독도나 동해 표기 문제 등 영토 교육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영토 교육뿐만 아니라 21세기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아이들을 키워낼 세계 지리 수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리 과목이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수능 개편안으로 인해서 학교 현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지리교육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사회 과목, 과학 과목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요. 그래서 지리교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말 우려스러워서 시위에 나서게 됐습니다.
◇ 이종훈>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수능 과목 수가 줄어들게 되면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 윤신원> 이번 개편 안이요. 시험 과목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학습 부담도 줄고 사교육비가 줄 것처럼 떠들고 있는데요. 교육 전문가나 일선 교사들은 이게 거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교육의 주범은 국영수인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서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매우 낮은 사회나 과학 비중을 대폭 줄였거든요. 상대적으로 국영수 비중이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한마디로 생색내기용 숫자놀음인데요. 더 문제인 건 교육과정과도 상충된다는 거죠. 이번 개편안에서 사회탐구, 과학탐구의 경우에 2개 과목을 묶어서 한 개 영역으로 만들고 학생들에게 한 개만 선택하게 해서 선택권을 대폭 줄였거든요. 그래서 공부해야 할 양은 현재와 거의 비슷합니다. 한 개 영역을 깊이 공부해야 하고 실수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오히려 가중 될 수 있고요. 그리고 국영수 확대로 인해 학교에 개설 되지 못한 사회 과목이 많거든요. 아예 선택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묶어서 선택하라고 하면 한국지리는 개설된 학교들이 많지만 세계지리가 개설되지 않은 학교가 많거든요. 그러면 결국 선택 자체를 아예 못하게 하는 거죠. 또 연구진이 임의로 사탐과목을 어떤 것은 하나, 어떤 것은 두 개, 이렇게 과목을 묶어 놓아서 한 과목 공부해서 받는 점수랑 두 과목 공부해서 받는 점수랑 똑같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즉 학생들은 한 과목짜리 공부하기 쉬운 과목으로 쏠림현상이 우려가 되고요. 그래서 한마디로 사회와 과학, 제 2외국어, 이런 과목은 퇴조가 우려되고 국영수가 전체적으로 강화되면서 기초 교양이 부족한 편식 학생들을 대거 양산해서 교양인을 길러내야 할 공교육 자체가 부실해질까봐 매우 걱정됩니다.
◇ 이종훈> 이번 수능 개편안의 취지가 수능 부담을 줄이고 내신이나 입학사정관 비율을 높이겠다는 건데 평소 내신관리를 위해서 수능에서 보지 않는 다른 과목들도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효과는 없는 겁니까?
◆ 윤신원>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내신만으로 뽑는 인원이 매우 적고 경쟁률이 높아서 내신 1, 2등급, 즉 일반계 고등학교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반에서 4,5등내에 들지 않는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합격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학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은 대체로 대충 공부하고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나 자습시간으로 활용하고 있고요. 이미 1학년 때 내신을 놓쳤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고2 때부터 내신보다는 수능 위주로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은 포기하거든요. 고3이 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십시오. 수시로 가려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이 선택하는 수능 과목 위주로 내신을 관리합니다. 게다가 소위 명문대학들이 수시를 하더라도 최저 등급으로 수능 성적을 요구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수시 전형에서 언어 수학 외국어 영역 모두 1등급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수시 비중이 는다고 해도 수능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거죠. 그래서 한문이나 제 2외국어 같은 경우에 수능 과목이 확 줄게 되면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지금 현재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폐단들이 오히려 더 심화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윤신원> 네 그렇습니다.
◇ 이종훈> 또 하나 큰 변화가 영역별로 난이도를 나누게 된 것 아닙니까? A형 B형 문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던데 취지는 좋아보이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 윤신원> 취지가 좋다고 결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니죠. 고3 교실에서 보면 학생들 절반 이상이 1학기가 다 지날 때까지 수도권, 명문대, 이런 대학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 이야기는 B형, 어려운 수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면 수리 영역이 가, 나로 나뉘어있잖아요. 그 예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것 같아요. 현재 수리의 경우가 문과생들이 범위가 좁은 나형을 선택하고 있지만 문과 학생들 그 누구도 수리 영역이 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학원가에는 수리 나형과 관련된 사교육이 판을 치고 있고요. 또 중하위권 이과생들 같은 경우에 수리 가형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다가 고3 여름방학 때 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 때가서 포기하고 수리 나형으로 바꿉니다. 이미 사교육비는 들어갈 대로 들어간 상태고요. 어차피 수능이라는 것은 상대평가로 줄을 세우는 시험이기 때문에 쉽다, 어렵다, 가 별 소용이 없는 거죠. 범위가 좁냐, 넓냐, 라고 말해야 하는 겁니다. 범위가 넓건 좁건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서 이것이 백분위기 때문에 내가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중요한 시험이거든요. 국영수 비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범위가 넓어졌건 좁아졌건 학업 부담은 줄 것 같지 않습니다.
◇ 이종훈> 그리고 수능을 두 번 치르게 결정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윤신원>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수능 2회 실시인 것 같아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저도 보고 있는데요. 다만 기회가 한 번 더 증가한 것 이외에 확대해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능이 패스 제도인 자격시험이 아니잖아요. 상대평가 시험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두 번 다 응시를 하겠죠. 그럼 큰 시험 부담이 2번이 되는 거고 비용도 2배가 되고요. 두 번 중 더 좋은 성적을 사용하기 때문에 성적이 현재보다 상향 되면서 최상위권이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서 대학들 같은 경우에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서 변별력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될 위험성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지 궁금하고요. 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지도 궁금합니다.
◆ 윤신원> 제가 티비 인터뷰가 잠시 나와서 많은 선생님들이 보신 것 같아요. 개학하는 날 학교 선생님들께서 다들 한 말씀씩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께서 개편안 반대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학교가 무슨 교육학자들이 외국에서 배워온 이론을 실험하는 장이냐, 토로하는 선생님도 계셨고요. 지금 학교에서는 경제학자가 교육을 주무르면서 경쟁과 서열화 정책들이 계속 쏟아져나와서 고등학교 선생님들 전체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거든요. 공교육의 자긍심이 붕괴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파행적으로 수능 개편안이 나왔고 앞으로 2개월 정도 급하게 공청회 몇 번 열고 이것을 마감해서 발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계속 그 과정에서 저희들이 의견 개진 할 생각인데요.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자체가 문제였는데 그 문제인 개정 교육과정을 수능까지 확대시켜서 졸속으로 빠른 속도로 선생님들이나 교과교육전공자의 의견 없이 마구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알릴 생각입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3(월) 윤신원 성남고 교사 "수능 개편안,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절감은 거짓"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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