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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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금) 조원철 교수 "바람 강한 태풍에 침수대비만 강조... 엉뚱한 대책"
20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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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연세대학교 조원철 교수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주 깊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나게 공포스러운 시간을 경험 했는데요. 피해를 좀 더 최소화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방재전문가인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와 짚어보겠습니다.

◇ 이종훈> 이번 태풍재난시스템, 뭐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시나요?

◆ 조원철> 자연재해의 가장 기본은 예보에 있습니다. 기상예보를 기초로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데, 예보에서 두 가지 조금 모자란 게 있었죠. 하나는 태풍이 진행하는 속도에 대한 관측에 있어서 상당히 문제가 있었고, 또 그것에 따라서 육지로 상륙하는 위치가 어디냐, 라고 하는 데서 굉장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 이종훈> 우리나라 기상정보시스템, 그동안에 엄청나게 개선도 하고 돈도 많이 투입했는데 여전히 부실하다는 의미인가요?

◆ 조원철> 기상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범위를 가지고는 우리가 예측을 하려고 무척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기상예보에서 저는 가장 문제를 느끼는 것이 사람이 부족하다, 라고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저도 기상자료를 이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상청의 기상예보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퍼컴퓨터도 있고 기상모델도 있고 한데 기상청도 있습니다만, 거기에 전문가 양성에서 숫자적인 부족이 늘 마음에 와서 거리끼게 남아있습니다.

◇ 이종훈> 이번에도 미국의 기상정보기관이 예측을 더 정확하게 했다고 하던데요. 전문가풀의 문제다?

◆ 조원철> 전문가들 하고, 그 다음에 전문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기상청이라고 하더라도 한 직책에 있다가 대개 2년 정도면 다른 직책으로 옮겨요. 소위 순환보직이라는 하는 것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상당히 제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되어있습니다.

◇ 이종훈> 그런 부분은 앞으로 개선이 돼야 할 텐데요?

◆ 조원철> 개선해야 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비단 기상청뿐만 아니라 방재안전관리 쪽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행정관리에서 개선이 잘 안 되고 있어요.

◇ 이종훈> 이번에 태풍이 잠깐 머물다 간 정도가 그 정도였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사실 더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 조원철> 태풍의 속도에 따라서, 언론에 다 알려졌습니다만, 천천히 가게 되면 비가 많아져요, 상대적으로. 이번 같이 시속 50㎞ 이상으로 달리면 비가 내릴 겨를이 없이 바람이 강한 태풍인데, 이번에는 바람이 강한 태풍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만, 바람이 강한 태풍을 처음 맞이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낳았죠.

비가 많은 경우는 주로 침수피해가 일어나고, 홍수피해로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한강이 범람한다든지 서울시에 침수가 발생한다든지 하는 현상이 되고. 이번처럼 강한 바람이 불게 되면 각종 시설물, 특히 건물의 부착물들이 전부 날아서 많은 피해를 나타내는 그런 특징을 보이는데, 우리가 이런 것들의 특징을 책에서 공부는 하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실감을 못 했고. 그러다보니까 이번에도 서울지방을 통과할 때, 경기지방을 통과할 때까지도 자꾸 정부기관에서 침수대비 하라는 얘기만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엉뚱한 대책이 나와 버린 거죠.

◇ 이종훈> 그러니까 특성에 맞춰서 사실은 맞춤대책을 해야 되는 거군요?

◆ 조원철> 그렇습니다.

◇ 이종훈> 갖가지 사후대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거든요. 등교시간을 2시간 늦추긴 했지만 이게 제대로 전달도 안 되고 말이죠. 또 얘기 들어보니까 휴교예비령을 내려야 되는 지침도 안 지켜졌다고 그러고. 그런 시스템도 지금 미비한 상황인 모양입니다?

◆ 조원철> 우리도 예를 들어 어제 상황 같으면 그저께 밤 11시쯤 해서는 예비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에 보도가 되어야 돼요. 그것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것을 사전에 그런 행정조치를 했는데 만약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서 조금 낭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책임을 묻게 돼요. 그러다보니까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사전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방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거군요?

◆ 조원철> 네.

◇ 이종훈> 그런데 정말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긴 한 겁니까?

◆ 조원철> 매뉴얼은 최근 7∼8년 사이에 상당히 많이 만들었습니다. 매뉴얼을 잘 이해를 하셔야 돼요. 매뉴얼이라는 게 표준이거든요. 표준이라는 건 평균치를 갖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자연현상이 평균치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평균치보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실제 일어나는 현상은 평균치에 가까운 것이 별로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유동성 있게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상황에 맞게 결정을 해야 되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방재관리하시는 공무원들도 길면 2년이면 보직이 바뀌어서 다른 데로 가시거든요. 그러니까 경험을 쌓고 지식을 쌓을 시간적 겨를이 없는 겁니다.

◇ 이종훈> 매뉴얼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그것을 적용하는 데는 경험이 많이 작용을 하는데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얘기시네요?

◆ 조원철> 아, 그럼요. 그게 기본입니다.

◇ 이종훈> 이번에 인천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파손된 것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 조원철> 저도 마찬가지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이종훈> 우리 지진이라든가 태풍대비설계, 이런 것들이 여전히 미비한 상태인가요?

◆ 조원철> 우리가 지진대비한 설계는 수준을 높이면, 즉 안전하게 하려면 우선 돈이 많이 들게 되고요. 그래서 기술적인 문제도 우리가 세계적으로 따라 오긴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돈과 관계된 문제고. 이번 문학경기장도 재질자체, 설계자체, 그 다음에 그 설계에 따른 시공상의 문제, 어느 건지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종훈> 이번에도 사실은 태풍 양상이 과거하고 많이 달라진 것들이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앞으로 수퍼태풍, 이번에 분 것보다도 속도가 거의 2배 이상 되고, 이런 강력한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앞으로 대비를 해야 되겠죠?

◆ 조원철> 대비하는 것이 한순간에 한두 달에 1∼2년에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시설물을 강한 태풍이나 또는 지진에 대해서 정비한다고 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일반시민들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이 그것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대비를 전부 아직까지는 낭비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투자로 보지 않고요. 그게 가장 중요한 개념상의 문제점이 거기에 있습니다.

◇ 이종훈> 전문인력 양성 부분도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되겠군요?

◆ 조원철> 그럼요. 우리 공무원들도 훈련을 하고, 대학 같은 데서 전공이 이제 생겨서 시작을 한 지 한 5년 됐습니다만. 이제 전문가 양성을 더 많이 해야 되고,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많이 해야 됩니다.

◇ 이종훈>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태풍 대책이 있다면?

◆ 조원철>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예보가 보다 정확해줘야 되겠다, 우리 천리안 같은 위성도 올렸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게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상예보 전문가를 더 양성할 수 있도록 기상청의 인원 티오 있지 않습니까, 티오를 정부에서 더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상예보에서 예보만 제대로 되면 그 다음에 뒤따른 조처는 소방방재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소방방재청의 문제가 아까 인사문제라고 제가 지적을 했는데, 그 개선이 필요합니다.

◇ 이종훈>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