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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월)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남북비밀접촉 가능성 충분"
2010.09.13
조회 268
- 천안함 정국 공개적 행보 어려워
- 北 유화제스처, 김정은 후계와 관련
- 제2공단, 임진-예성 합류 나들섬?
- 北 이산가족 '카드'로 활용, 정례화 어려울 듯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
최근 북한수해 긴급지원에 이어서 쌀 지원으로 확대되는가 하면 이산가족상봉까지, 전반적으로 남북한 관계가 좀 개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전문가인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이종훈> 남북한 관계가 좀 갑자기 좋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 배경이 뭘까요?
◆ 홍현익> 지난 달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평양에 가서 북미관계가 조금 가동을 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수해지원을 지난 달 말에 두 차례 제안을 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북한은 쌀과 건축 재건장비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사표현을 했고요. 그리고 호의의 표시로 대승호 배와 선원들을 돌려보내줬고. 그 다음에 우리 정부가 쌀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까지 제안을 해서, 또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그냥 한 번 만나는 것보다는 정례화해서 계속적으로 만나자, 이런 제안을 해서 남북관계가 이제 비로소 좀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요.
그 배경의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서, 또 후계문제를 하는 데 3대 세습을 하자니 서른도 안 된 젊은이에게 세습을 하자니 주민들의 눈초리가 좋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주민들에게 어떤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 한 축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조금은 했다고 하면, 또 하나의 축인 남북관계도 개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앞으로는 후계가 되면서 좀 삶이 나아질 수 있겠다, 이런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요.
또 근본적으로는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가 도저히 풀리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단 화해 제스처를 보여서 천안함의 국제적 고립과 남북대결 국면에서 좀 벗어나보자, 또 6자회담에서도 미국이 북한과의 6자회담이 되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좀 선행됐으면 좋겠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게도 남북관계개선을 통해서 선의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런 것도 있겠습니다.
◇ 이종훈> 우리 측에서 이산가족 정례화를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도 계속 해오던 제안 중의 하나인데, 이게 사실은 북측의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에도 힘들다고 했던 건데요. 이번에도 가능성은 좀 높지 않다고 봐야 되겠죠?
◆ 홍현익> 북한은 사실 남북 간의 체제경쟁에서 이미 패배했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항상 어떻게 보면 경제력이 남한의 50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열등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 간의 접촉과 교류가 많아지면 체제가 위험해진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요. 우리로서는 이산가족 12만 명 이상이 신청을 해놨는데 그분들을 가능한 빨리 만나주게 하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정기적으로 또 자주 만나게,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북한은 아무래도 체제의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북 간의 관계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이산가족상봉은 하나의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협상카드를 정례화 한다는 것은 카드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례화를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이종훈> 이번 이산가족상봉이 금강산 관광 재개의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 홍현익> 북한적십자사에서 이번에 제안할 때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만나자, 이렇게 했는데요. 지난 3월에 북한이 금강산 관광의 한국자산을 동결했거든요. 동결된 상태인데 거기서 만나자고 하니까 북한 스스로 동결한 곳에서 다시 문을 열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금강산의 활용에 대해서 남한에게 한 번 검토해보지 않겠나, 하는 넌지시 한 제스처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은 박왕자 씨 피살사건과 직결돼있고,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해야 된다고 우리 정부가 입장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 재개의 시동은 걸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국면이 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 이렇게 보겠습니다.
◇ 이종훈>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 인터뷰에서 제2 개성공단 가능성을 밝혔단 말이죠.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만약에 이게 성사가 된다면 어디가 과연 될 거냐 궁금한데요?
◆ 홍현익> 대통령께서 제안 하신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을 바라는데 북한이 자꾸 개성공단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것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자꾸 위협하고 하니까 기업가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업을 해야 되는데 투자환경이 매우 나쁘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지금 3단계까지 가야 되는데 사실 3분의 1도 진척이 못 됐습니다. 그런 상황이 사실은 북한의 책임이라는 것을 넌지시 비치면서 그런 상황만 개선이 된다면 제2, 제3의 개성공단도 가능하다, 따라서 원칙적인 말씀을 하신 거라고 보고요.
사실은 개성공단 자체를 2, 3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먼저 돼야 된다, 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그러나 제2공단을 만약 한다면 이번 정부 출범 시 인수위에서 예성강과 임진강이 합류되는 지점에 나들섬을 건설해서 거기에 남북한 근로자들이 출퇴근 하면서 합작공단을 만들자,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아마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이종훈> 북한이 이번에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좀 일시적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금 전에 언급도 하셨지만,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과정, 이것만 무사히 넘겨보자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 홍현익> 단순히 김정은으로의 후계차원은 아닌 것 같고요. 일단 그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라고는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말씀드렸듯이 28살의 젊은이가 독재자의 아들이라고 후계를 하는 게, 김정은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혀 알려진 바가 없고, 능력이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뭔가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 같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된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데요.
그러나 이제 국제 분위기도 상당히 변하고 있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중국이 북한에게 개혁 개방을 권고했을 뿐 아니라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아냈고요. 그리고 6자회담 재개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신선한 대안을 검토해보고. 그래서 이제는 6자회담을 서서히 재개할 시점이 됐다, 라고 보고 움직이고 있고요. 그리고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서울에 와 있는데요. 한국 정부와 상의한 뒤 일본과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보면 6자회담 주요 당사국들이 6자회담을 해야 된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고, 남북한도 여기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아직 천안함 국면에서 북한의 사과 같은 게 있으면 선뜻 6자회담에 나설 수 있고, 또 쌀 지원도 대대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그렇게 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요. 그리고 중국과 미국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나 북한 정부 양측이 조금씩 우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6자회담 쪽으로 가자, 이런 국면전환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 봐야 되겠습니다.
◇ 이종훈> 일본 아사히신문이 개성에서 지난 8월 중순께 남북고위관계자가 비밀접촉을 했다, 이런 보도를 했고, 지금 청와대가 부인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개연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홍현익> 사실 작년 10월과 11월에 임태희, 지금 청와대 비서실장께서 장관시절에 남북 접촉을 한 것으로 지금 기정사실화 돼있거든요. 그리고 통일부가 11월에도 두 차례 개성에서 만났다고 지금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정부로서는 남북관계는 돌파는 해야 되겠는데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돌파된다, 라고 다짐해왔기 때문에 공개적인 행보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남북 간의 이런 비밀접촉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라고 보이고요. 사실 그렇게라도 남북경색을 푸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이종훈>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