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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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화) 합창 대부 윤학원 예술감독 "합창이 국민을 울린 이유"
2010.09.28
조회 300
- "혼자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감
- 다른 사람 인정하기 "민주주의 발전"
- 개인주의...합창 없어진 학교 아쉬워
- 박칼린 합창 대단해 "눈물 나던데..."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예술감독 (지휘자)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요즘 갑자기 화제로 떠오른 곡이죠.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한 합창단이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많은 감동을 주고 있기도 한데요. 합창이 국민들을 울리고 또 웃기는 이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합창음악의 선구자입니다.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감독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합니다.

[IMG0]◇ 이종훈> 한국 합창음악의 선구자, 대부, 이런 수식어로 불리고 계신데요. 문제가 많았던 인천시립합창단, 세계적인 수준의 합창단으로 끌어올려놓으시기도 했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윤학원> 요즘은 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프랑스 세인트에서 있을 세계박람회 준비하느라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요즈음 넬라 판타지아가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합창단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윤학원> 물론이죠. 계속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눈물이 나던데요. (웃음)

◇ 이종훈> 힘든 과정들을 겪으셨잖아요. 예전에 사실은 인천시립합창단도 한때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그런 합창단이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울리고 웃기는 이유라 할까, 어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요?

◆ 윤학원> 글쎄요, 요즈음 다 자기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나 혼자만 뭘 해야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그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마음을 합쳐서 무엇을 해낸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겠죠. 그런 데서 어떤 새로운 행복감, 이런 것을 느끼는 게 아닌가...

◇ 이종훈> 혹시 아마추어 합창단을 지휘하시면서, 또 훈련을 시켜가시면서 어떤 재미난 에피소드라 할까, 기억에 남는 일들, 이런 일들 좀 있으신지요? (웃음)

◆ 윤학원> 네, 사실 지난번에 이번 여름에 대만 세계합창제에 다녀왔는데요. 그때도 보면 버스타고 네 시간 가서 연주하고, 또 네 시간 오고, 새벽 두 시에 들어와서 호텔에서 잠자고, 그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다. 그게 합창에 대한 어떤 희열, 그걸 느끼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 이종훈> 기억에 남는 합창단이 있으세요?

◆ 윤학원> 많죠. 옛날 대우 합창단 때도 그랬고 인천시립합창단도 지난 3월에 미국 ACDA컨벤션에 가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해가지고 미국에 합창 지휘자들만 한 6천 명 모인 자리에서 저희가 노래를 했는데 첫 곡부터 기립박수가 나왔을 때 우리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 이종훈> 그럴 때 이번에 프로그램에서도 다들 느꼈지만 그런 과정들이 실제로 실현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보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합창을 잘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 윤학원> 그렇습니다. 여자들이 아무래도 빠르죠.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여자들은 그런 빠른 면도 있기는 하며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교육을 부모님들이 다 시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음악을 미리 좀 많이 공부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유럽 같은 데는 보이스콰이어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남자들도 아주 유럽 같은 데에는 빠른데, 한국은 남자들은 음악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래서 좀 조기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나... (웃음)

◇ 이종훈> 그런데 이게 사회에 나와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데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는 그런 상황이 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옆에서 보시면서 많이 아쉬움을 느끼시겠어요?

◆ 윤학원>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인천시 의회에 계신 분한테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합창을 해야 된다, 그러니까 합창을 하기 위해서 각 동회의 동 합창단을 다 만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 이종훈>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이신데요. (웃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합창을 보급해라. 다른 나라 경우는 아마추어 합창단이 상당히 많다면서요?

◆ 윤학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마추어가 한 400∼500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약 1만 5,000에서 2만 개 아마추어 합창단이 있습니다. 또 중국도 지난 번 보니까 콰이어 올림픽 제가 심사 갔었는데 그때 유럽에서 신종플루, 이런 것 때문에 합창단이 예상보다 적게 참가했어요. 그러니까 당장 150개 합창단을 거기에 투입시키더라고요. 그만큼 준비된 합창단이 많다는 이야기죠.

◇ 이종훈> 프로 합창단은 국내에도 좀 있지 않습니까? 아마추어 합창단은 적은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한?

◆ 윤학원> 아무래도 프로는 우리나라가 좀 많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자기 직업이 아니고 취미로 또 희생해야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희생하면서 뭘 하려다 보니까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 거고... 또 하나는 합창을 배운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아 가지고 사실 합창을 배울 시간이 좀 있어야 되는데 우리나라의 지금 학교에서 합창을 하려고 그러면 합창할 시간이 없어요. 어느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연습한다고 그러는데, 그런 것 하는 것조차도 교장선생님이 별로 좋아하시지 않고, 또 학부모님들이 항의를 하신대요. 공부해야지 무슨 합창이냐, 하시면서.

◇ 이종훈> 맞습니다. 초등학교 정도에서는 하고, 중·고등학교 가면 아예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 윤학원> 네, 그런 것 때문에 그냥 개인주의만 갖고,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들 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울 시간이 없는 거죠. 이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우리 교육 자체가 좀 고등학교까지 전부 합창을 하는, 그런 교육프로그램이 좀 됐으면 좋겠어요.

◇ 이종훈> 네, 맞습니다. 그나마 중·고등학교 음악수업도 많이 줄고 있다고 그러던데요.

◆ 윤학원> 많이 줄었죠.

◇ 이종훈> 이번에 박칼린 감독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윤학원 교수님께서 합창단을 통해서 인간성을 기를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합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 조금 전에 민주주의 발전도 이야기하셨지만 그 이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윤학원> 제일 중요한 게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합창할 때 자기만 해서는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서 독창자가 있다, 그러면 그 독창자를 질투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고 독창자를 돋보이게 만들고 자기는 화음을 잘 만들어주는 거죠. 또 자기가 만일 독창을 맡거나 멜로디 파트를 했을 때에는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자기 것을 제대로 해내는 것.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하나의 민주주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죠.

◇ 이종훈> 사실 화음이 아주 잘 되면 노래를 부르면서도 전율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 윤학원> 그렇죠.

◇ 이종훈> 오늘 말씀을 듣고 음악이 주는 여유, 기쁨, 합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한국 합창음악의 거장 윤학원 감독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