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 수상 무산 아쉬워
- 차기 과제, 첫째도 번역 둘째도 번역
- 한글날, 우리말 소중히 여겨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 대담 : 시인 도종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고은 시인이 유력시 된다, 이런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어제 전국이 들썩였는데요. 아쉽게도 수상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은 시인, 그리고 우리 문학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계기는 되지 않았나, 이렇게 여겨지는데요. 고은 시인과 각별한 관계인 도종환 시인과 함께 아쉬움과 의의, 그리고 고은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IMG0]◇ 이종훈>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 도종환> 요즘 가을이 돼서 여러 가지 문학행사도 많고요. 또 문학강연이라던가 신문에 연재하는 글이 있어서요. 그래서 그런 일들로 좀 분주하게 지냅니다.
◇ 이종훈> 어제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지 않았습니까? 페루의 소설가 바르가스 요사가 수상을 했는데 많이 아쉬웠죠?
◆ 도종환> 저희들 벌써 몇 년째 사무실에서 작가들이 대기를 했습니다. (웃음) 각종 언론에서 어느 해보다도 특히 더 주목을 했고, 많은 국민들, 언론, 외국 언론까지도 가장 유력시되는 후보라고 해서 대기하고 또 여러 가지 언론이라든가 인터뷰나 글 쓰는 분들을 배치하는, 이런 일들까지 하느라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올해가 가장 가능성 있다고들 이야기들 했었는데요. 전 세계가 주목했는데 그만 올해도 역시 실패를 했습니다.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 이종훈> 어제 결과 발표되고 고은 시인하고 통화를 한번 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도종환> 일부러 통화 안 했습니다. (웃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괴롭히리라고 생각하고요. 또 댁 근처에서 기자들이 대기를 많이 했었고. 고은 선생님은 차분하게 혼자 집에서 기다리셨지만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저희들끼리 술 한 잔 했습니다.
◇ 이종훈> 그래도 이번에 국내언론에도 많이 알려지기도 하고 말이죠.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의 의의라 할까, 이런 게 있지 않을까요?
◆ 도종환> 그래도 아시아의 한 모서리에 있는 한국, 한국의 문학에 대해서 그래도 가장 유력하다고 하면서 이름을 계속 거론하고, 또 한국, 한국문학, 한국의 시인에 대해서 주목을 계속 하게 되는, 그런 정도의 의의는 물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을 바라는데 그게 되지 않아서 안타깝죠.
◇ 이종훈> 올해만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또 있는 거고요.
◆ 도종환> 다른 노벨문학상을 받는 후보들도 6∼7년 이상 계속 거론되다가 받곤 했죠.
◇ 이종훈> 이번에 받으신 분도 한동안 거론되다가 또 거론이 안 돼서 본인도 얼떨떨했다는 그런 보도가 나오더라고요?
◆ 도종환> 외신은 마지막까지 주목한 한 명 내지 두 명의 이름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주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마 본인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리라 봅니다.
◇ 이종훈> 우리한테도 그런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웃음)
◆ 도종환> 지금 이쪽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첫 수상자라고 해서 굉장히 대륙전체가 들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이종훈> 매번 후보에 거론되면서 수상에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어떤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도종환>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역시 번역이죠. 번역을 정말 폭넓게 더 많이 깊이 있게 하는 일, 첫째도 번역, 둘째도 번역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 우리가 번역원을 2001년을 설립해서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우리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우리가 한 28개국 언어로 450점 정도를 번역했다면 일본의 경우에는 한 2만 점 가까운 번역을 하고 있는 수준이니까요. 수준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고요. 또 스페인어권이라든가 독일어, 프랑스어, 이런 언어들은 거의 영어와 같은 수준의 언어로 사용되는, 그런 언어이기 때문에 자연히 유럽 쪽으로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사실 우리 언어를 보게 되면 맛깔스러운 표현들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외국어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만.
◆ 도종환> 굉장히 어렵죠. 그게 번역자체도, 시는 특히 쉽지가 않은데, 감동을 주는 일은 더 어려운 문제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번역의 문제에서 굉장히 걸리고 있기 때문에 더 폭넓게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신경을 쓰는 일과 지원을 하는 일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한 사람에게 자꾸 의존하는 것보다는 더 체계적인 번역작업과 다른 나라 문인들과의 교류, 우리 문학을 알리는 일들, 이런 것들이 계속 진행이 되는 저변확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평소에 고은 시인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외로운 짐승처럼 고은 시인의 뒤를 쫓았다’ 이렇게 글에서도 고백하신 적이 있으시던데요.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도종환> 본래 저희가 문학청년기에 가장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란한, 황홀한 언어들, 황무지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시들 때문에 매료됐다가 그분이 다시 저항시인으로 리얼리즘 세계로 선시와 리얼리즘의 회통으로 나중에 올해 완간한 ‘만인보’의 세계로 폭과 깊이에 있어서 추종을 부러워 할 정도의 그런 훌륭한 작품을 풍성한 분량으로 그렇게 많이 써내는 분이라서 존경스럽고요. 그리고 또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으로 늘 현역시인일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존경스러운 거죠.
◇ 이종훈> 정말 열정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특히 시 낭송 하고 계실 때 보면. (웃음)
◆ 도종환> 넘치시는 분이죠. (웃음)
◇ 이종훈> 일전에 김용택 시인이 고은 시인의 시비를 세우러 가는 길에 있었던 일화를 말한 바가 있거든요. 당시 고은 시인께서 도종환 시인에게 “도종환, 너는 문학에도 정치에도 진실한 놈이다, 너만 그래” 이렇게 이야기하셨다고 그러던데요? 좀 많이 아끼시나봐요, 고은 시인께서? (웃음)
◆ 도종환> 아니, 다른 분도 많이 아끼시죠. (웃음)
◇ 이종훈> 기억에 남는 고은 시인과의 에피소드, 이런 것도 하나 소개를 해 주시죠.
◆ 도종환> 지금도 서울대학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수강신청을 하는 그런 교수님으로 활동을 하시는데요. 한번은 행사 때문에 가는 길에 셔츠 주머니에서 갱지 한 장을 펼치시는데 보니까 거기에 1부터 30까지 쭉 써 있어요. 뭔가 하고 봤더니 일정표예요. 일정표를 수첩이나 거창한 데 적는 게 아니고 그냥 A4용지 하나, 갱지 한 장 꼬깃꼬깃 접어서 거기다가 일정표를 쓰시고 귀퉁이에 책 이름이 쭉 십여 권이 써 있기에 이게 뭐냐고 여쭤봤더니 읽어야 할 책, 이번 주에 사서 읽어보려고 써둔 책 제목이라고 하세요.
제가 보니까 제가 아는 책 이름은 몇 권 안 되고 모르는 책이 훨씬 더 많아요. “이걸 다 사서 읽으시려고요?” 했더니 아직도 책 읽고 싶은 욕구와 열망, 이런 것들이 끓어 넘친다고 그러세요. “아니, 요즘에도 그 연세에도 책을 많이 읽으십니까?”그랬더니 그런 공부에 대한 가르치고 배우고 어떤 것들을 읽고 쓰고 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아직도 끓어 넘치시는 분이세요. 그래서 참, 대단하시다, 우리도 저렇게 늘 현역일 수 있을까, 늘 80을 바라보면서도 늘 저렇게 공부하고, 또 읽고, 쓰기 위한 에너지가 저렇게 현역으로 끓어 넘칠 수 있을까, 이런 생각하면서 부럽고 존경스러웠고 우리가 정신 차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 이종훈> (웃음) 그렇게 마음이 청춘이시니 앞으로도 기회가 또 오지 않겠습니까? 노벨문학상.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 도종환> 언제까지 노벨문학상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받을만한 충분한 저력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역사를 우리가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받게 되리라봅니다.
◇ 이종훈> 그런데 말이죠. 얼마 전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도 있었지만 요즘 세대들이 시를 별로 즐기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도 많이 아쉽게 느껴지시죠?
◆ 도종환> 영상 쪽으로 더 끌려가있고, 문학, 특히 시, 이런 것들은 덜 주목을 하죠. 그렇지만 또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국내에서 이렇게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있는 그런 나라도 많지는 않습니다. 덜 주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일간지에 늘 실을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생각해보고, 행사 때마다 축시라는 것을 꼭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나, 문학지나 잡지나 책을 내면 그 앞에 꼭 교지, 사보 등 그 앞에 시 한편은 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도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국민들이 시에 대한 호감, 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들, 작은 홈페이지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만들어도 거기에 시 몇 편은 갖다놔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게 일반화되어있는 이런 나라도 많은 건 아니거든요.
◇ 이종훈> 요즈음에 트위터가 굉장히 유행이잖아요. 140자, 짧은 글속에서 자신을 알리고 그러는데, 사실 시하고 트위터가 결합력이 뛰어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개인적으로 많이 해봤거든요.
◆ 도종환> 이번에 어제도 많은 트위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것을 봤어요. 노벨문학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는 응원들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을 봤는데, 이번 기회에 짧은 시 한두 줄이라도, 한두 행이라도 서로 주고받는 트위터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 이종훈> 그리고 내일 한글날 아닙니까? 공휴일 제정 문제가 계속 논의만 되고 불발이 되고 있는데, 이것도 좀 문제 아닐까요?
◆ 도종환> 우리가 우리 언어를 소중히 여기고 주목하고 그래야지 다른 나라에서도 더 주목할 거라고 보고요. 특히 이렇게 좋은 언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원래대로 다시 공휴일 지정하고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국가차원에서 좀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우리말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말을 사랑해 주겠어요.
◇ 이종훈> 얼마 전에 광화문 광장 조성할 때에도 세종대왕상을 세웠는데 그 옆에는 영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고 그래서 언어오염 문제도 지적들을 요새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도 시와 관련해서도 그런 것들이 오염되고 그런 사례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 도종환> 최근에는 젊은 시인들 시에는 이국취향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죠. 외국을 여행하면서 쓰는 시도 넓어지고 있고, 시 자체에다가 이국풍을 섞어서 창작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보물창고처럼 널려져있고 감춰져있어요. 우리말을 더 소중히 여기고 찾아내고 보급시키는 일, 이런 것들에 더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시인들이.
◇ 이종훈> 맞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개인적인 노력도 물론 많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좀 뭔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도종환> 이렇게 매년 대기만 하다 아쉬운 상태로 내년을 기약하는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는데요. 국가차원에서 번역원을 더 많이 지원하고, 더 많이 번역할 수 있도록 또 더 많이 교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번역작업이 될 수 있도록 이렇게 투자하고 또 지원하고 그러지 않으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이종훈>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8(금) 도종환 시인 "트위터에서도 시 한 줄 주고받았으면"
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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