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9(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한미 FTA, 국회 비준 안해도 큰 일 안나"
2010.11.09
조회 306
- G20 정상회의, 환율 조정 합의 도출 어려워
- 감세논란, 증감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장하준 교수

‘자유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화제의 신간이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목차 중의 두어 개를 읽어드렸습니다. 장하준 교수를 연결해보겠습니다.

◇ 변상욱> 우선 FTA가 나왔습니다만, 우리가 미국한테 다시 자동차 부문에서 많이 양보를 하려는 것 같고, 아무래도 우리가 손해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FTA는 결국 힘없는 쪽이 손해를 봐야 되는 겁니까?

◆ 장하준> (웃음) 글쎄요, 그런 양국 간의 소위 FTA, ‘자유무역협정’ 이라고 부르지만 그런 협정들이 사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우리가 미국이 됐든 EU가 됐든 조약을 맺어가지고 그 나라 물건을 더 자유롭게 들어오게 하면 사실 다른 나라 물건을 차별하는 거거든요. 미국 쇠고기를 싸게 들어오게 하면 호주 쇠고기를 차별하는 거고, 유럽 자동차를 싸게 들어오면 일본 자동차를 차별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 자유무역론자들 중에도 이런 식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인식 자체를 이게 진짜 자유무역이 아니라는 걸 우선 지적을 해야 되고, 그 다음에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EU 같이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나라하고 자유무역을 하면 당장은 시장 확대 효과 같은 게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우리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첨단산업을 발달을 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한테 결국 손해거든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EU하고 수준이 한 80-90%정도 되면 그런 걸 해가지고 자극도 받고, 생산성을 늘린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도 그런 나라들의 생산성의 40-50%밖에 안 되는 나라인데, 그런 것으로 우리가 잘 되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또 협상을 하면서 또 주고받고 하는 데에서 힘이 딸리니까 자꾸 불리하게 나갔는데, 그것을 미국이 더 내놓으라고 하는데, 제 바람 같아서는 이런 것을 계기로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워낙 그것을 해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이 굳은 분들이 많아서 제가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 한 두 마디 한다고 뭐 되겠습니까?

◇ 변상욱> 없던 일로 한다고 국민의 하나의 통합된 의견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현실적으로.

◆ 장하준> 그렇죠. 조약이라는 게 맺었다가 파기도 하는 건데, 이것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비준도 아직 안 했기 때문에 그거 안 하겠다고 한다고 뭐 큰일 나는 거 아니거든요.

◇ 변상욱> 그러나 대통령은 G20정상회의에서 미국 대통령하고 만나서 멋있게 FTA까지 타결을 짓는 것을 아마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G20정상회의가 국격과 국익을 높이고 수천억 달러의 경제권을 갖고 오느니, 수천억 원의 경제권을 가져오느니, 그런 이야기도 합니다만, 여기에 대해서 경제학자로서 동의하십니까?

◆ 장하준> 글쎄요, 저는 그게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의 소득을 늘리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고요. 그런 자세한 이야기를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서 별로 코멘트를 할 수가 없네요.

◇ 변상욱> 그런데 G20에서 환율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 장하준> 그런 게 해결이 안 되죠. 자꾸 미국 같은 경우는 환율문제로 돌리는데, 이게 사실 구조적인 문제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환율 좀 조정한다고 이게 될 일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해서 진짜 환율조절해서 큰 효과를 본다면, 옛날에 일본하고 플라자 조약 맺은 것처럼 한 번에 환율을 3-4배씩 올려야 무슨 효과가 나올 텐데... 사실 그때 그렇게 해서도 결국 미국은 계속 무역적자를 냈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그것도 그 효과가 완전히 난 게 아닌데, 그런 정도로 하는 것은 그때 그렇게 해서 일본이 거품 생기고 해서 완전히 경제가 큰일이 났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절대로 안 하려고 그러겠죠. 조금 그거 조정해봤자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불균형이 생기는 거니까 별 되지도 않겠지만 G20회의에 성질상 무슨 그런 합의를 그렇게 명확하게 끌어내기도 힘들겠죠.

◇ 변상욱> 그러면 정상들이 만나서 악수하고, 덕담도 하고, 이것저것 몇 마디씩 서로 자기들 입장 이야기하다가 끝나게 되는, 그런 겁니까?

◆ 장하준> 아니, 꼭 그렇게 아주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고요. 그런 식으로 국제회의를 해가지고 어떤 중요한 모임을 가져서 어떤 사안들을 아젠다에 올려놓으면 거기서 그 회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그게 이슈가 돼가지고 나중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완전히 만나서 점심 먹고, 사진 찍고 끝나는 거다, 이런 식으로 보면 안 되고요. 그렇지만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일이 별로 없다는 거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책을 내셨는데 책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왜 23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잡으셨는지, 왜 23가지입니까?

◆ 장하준> 글쎄, 그거는 그냥 듣기 좋게 뽑아낸 숫자고요. ‘23’이라는 자체에 별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 변상욱> 그런데 저는 한 가지 거기서 여쭤보고 싶은 것은, 현 정부도 공정사회를 내걸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 이야기, 또 친 서민 복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자감세가 오히려 추진정책 중의 하나란 말이죠. 지금 감세가 맞습니까? 아니면 세금을 더 걷어서 재정적자를 메우고 복지를 힘써야 됩니까? 아니면 해법이 있습니까?

◆ 장하준>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조세부담률이 OECD에서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사실 세금 때문에 경제가 안 되는, 그런 나라는 아니거든요. 세금이 도리어 낮아서 문제지. 자꾸 세금 깎자고 하는 분들은 세금 거두어 가면 정부가 그 돈 갖다가 어디다 태워버리고 그냥 사라지는 돈으로 생각하시니까 그런데... 세금 거두면 그걸로 다 복지지출 하건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하건 R&D투자를 하건 다 쓰거든요. 그러니까 잘 걷어서 잘 쓰는 게 중요한 거지, 세금에 양 자체가 문제가 아니거든요. 세금이 적은 게 무조건 좋은 거라면, 아프리카 같은 데는 세금 굉장히 조금 거두는데, 그런 나라 경제가 잘 되지 않잖아요. 그리고 스웨덴 같이 세계 최고수준의 세금을 걷어도 경제가 잘 되는 나라가 있고, 그러니까 그것을 그냥 감세 자체가 좋다, 나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상황이 뭐며, 세금을 어디다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이냐, 이런 식으로 봐야죠.

◇ 변상욱> 쓸 곳은 많고, 만약에 세금을 좀 더 걷어야겠다면 거기에 합당하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것이고, 이런 문제겠군요?

◆ 장하준> 그럼요. 지금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이 GDP대비 20%에서 25%사이인데, 유럽 나라들... 그렇게 세금 낮다고 하는 미국도 30%가 넘고, 유럽나라들은 보통 40%대고, 스웨덴, 이런 나라는 50%가 넘는 나라들도 있는데, 굉장히 세금부담이 굉장히 작은 나라죠.

◇ 변상욱> 경제학자시니까 하나 더 여쭤보면, 국내의 경제학계에 비주류경제학자가 이제 거의 없다고 자꾸들 아쉬운 이야기들을 합니다. 경제학계에 대해서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 장하준> 글쎄요, 지금 소위 주류경제학이라고 되어있는 경제학들이, 말하자면 현실에서 좀 괴리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제가 자꾸 다른 이야기하고 나오겠죠. 그런데 현실이라는 게 복잡하기 때문에 뭐, 한 가지 학파로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소위 주류가 되는 신고전파경제학도 유용한 면이 많고, 또 하다못해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도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배울 점이 있고, 제가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는 제도학파, 이런 것들도 좋은 점이 많이 있고 그런데... 아쉬운 것은 지금 주류경제학이 갖고 있는 태도가 다른 학파들은 다 틀렸다,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문제가 있죠. 현실이라는 게 복잡하기 때문에 학파마다 장단점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이 학파가 더 유용하고, 저 학파가 유용하고,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신고전파경제학만 맞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런 것은 아니다, 라고 책에서도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자꾸 어렵게만 만들어가지고... 책에서도 이야기한 거지만, 제 주장은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어렵게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거고, 나머지 5%도 상식을 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핵심은 상식선에서 설명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책을 쓸 때에도 중점을 둔 게 평소에 그냥 ‘경제학이라는 것은 어렵다.’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경제학이 꼭 그런 게 아니다, 물론 전문가가 읽는 거하고 보통사람이 읽는 거하고 다를 수밖에는 없지만 경제학이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보통 사람들도 다 이해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전달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책, 저도 꼼꼼히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