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기에는 건조 안되기 때문에 제작하지 말았어야
- 10여 개의 크고 작은 틈이 벌어지고 갈라져
- 균열은 자연스런 현상? 오래된 현판일수록 갈라짐 없어
- 비오면 축대가 많이 젖는 것도 당장 조사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
광화문 현판에 금이 갔습니다. 복원 된지 3달 밖에 안된 건데요. 세로로 쫙 갈라져서 밑에서 올려다보면 다 보이는데 말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을 연결해보겠습니다.
[IMG0]◇ 변상욱> 광화문에 직접 다녀오셨죠?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 황평우> 언론에서는 ‘광’자하고 ‘화’자로 말씀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크고 작은 게 10개 정도 틈이 벌어지고 갈라졌어요. 보면 심각한 상태고, 우리의 얼굴인데 창피합니다.
◇ 변상욱> 쉽게 생각하면 낡은 아파트에 금 쩍쩍 가서 땜질 해 놓은 그런 셈이 되는 겁니까?
◆ 황평우> 사실은 그것보다 더 한 거죠. 왜냐하면 이게 상징적인 의미가 굉장히 컸던 편액이었잖습니까? 그것에 비해서 3개월 만에, 그것도 빨리 공사 끝내라고 지시를 하고 이런 상태에서 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난감하죠.
◇ 변상욱> 그런데 광화문 현판이 어떻게 해서 복원되어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먼저 소개해주시죠.
◆ 황평우> 제가 어제 확인을 했는데요. 보통 현판 같은 경우는 넓은 나무 판자가 사용되기 때문에 옆으로 세로로 가는 부분하고 가로로 가는 게 우리나라 편액을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주로 보면 옆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길잖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건 짧게 9조각을 붙였고요. 그 나무를 주신 분이 신응수 대목장인데 금강송을 들였습니다. 3년 동안 말렸다고 하시는데 그리고 난 다음에 다시 켜야 하지 않습니까? 판자로 켜 놓은 상태에서 다시 말렸어야 하는데 이 제작과정에서 오욱진 선생이 어제도 증언을 하셨지만 주로 만드는 시점에서 장마가 지고 습해서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었는데 충분하게 건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실제로 나무의 특성이나 현판의 특성을 가지고 굉장히 빛에 노출 되어있지 않습니까? 이런 걸 감안하지 못한 졸속이죠.
◇ 변상욱> 장마철이고 습했으니까 더 말렸다가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을 갖지 못했네요?
◆ 황평우> 사실 장마 때는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아닙니다. 안 하는 게 좋은 거죠.
◇ 변상욱>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 말고 다른 문제점도 추측 할만한 게 있습니까?
◆ 황평우> 가장 큰 문제가 이런 과정이고요. 그런데 문화재청에서는 우리나라 나무 특성상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제가 안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우리나라 궁궐 현판에 대한 자료, 우리나라 궁궐에 있는 사진, 편액을 다 봤는데 오래된 현판일수록 오히려 갈라짐이 없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덕수궁, 경희궁 쪽의 것은 갈라짐이 있지만 오히려 오래 된 것은 없는데 그러면 이것은 우리가 전통기법이나 전통적인 편액 제작 방식을 너무 찾지 않고 편의적으로 글자만 무리하게 만드는 데 신경 쓴 게 아닌가, 전통의 개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죠. 또 하나의 문제는 숭례문 현판 같은 경우는 다시 복원을 했는데 복원을 하면서 주변에 끼워 맞춰진 새로운 부재 들어간 것, 이것도 충분히 건조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봐야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벌어지면 이미 오래된, 말라있던 나무에 까지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변상욱> 그런데 당국자는 “다 때우면 됩니다.” 라고 하는데 다 때우면 됩니까?
◆ 황평우> 저는 그 발상이 정말 이해가 안 가는데요. 우리 전통 나무에서는 충분하게 건조해서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옛날에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 했던 건물들은 3개월 만에 갈라지느냐, 그런 문제인데요. 나무의 특성상 갈라질 수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너무 당당하게 보편적으로 다 맞다고 주장하는 문화재청이, 제가 볼 땐 너무 안일하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조선시대에, 또 고려시대에 했던 방식, 나무를 어떤 기둥이나 여러 가지 재료로 쓸 때 훈증을 해서 완전하게 건조를 한다거나 아니면 전통적인 한지를 발라서 비틀어짐이 없게 한다거나, 이런 건 전혀 개발하지 않고 ‘그냥 갈라지니까 그대로 간다’ 이것은 정말... 이런 식의 문화재청 공무원이라면 좀 문제가 있죠. 그리고 현판에 대해서 틈을 메운다, 이것은 저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 변상욱> 혹시 광화문 현판 복원 당시에 참여했던 다른 관계자들도 전화해보시거나 만나보시거나 하셨습니까?
◆ 황평우> 네. 어제 바로 문제가 있고 난 다음에 신응수 대목장도 전화를 했고요. 지금 외국에 나가 계신데 국제 전화로 확인 했고요. 그 다음에 나무도 좋은 것 줬다, 육송이 아니라 금강송을 줬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오늘 해명자료 보니까 육송, 육송하는데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육지에서 자란 나무는 육송이라고 하고 해변가에 있는 건 해송, 곰솔이라고 합니다. 그럼 육송 중에서도 금강산에서 울진 쪽에 있는 것을 금강형 소나무라고 해서 줄여서 금강송이라고 하는데 여긴 더 단단하고 송진이 많습니다. 이건 더 곧게 쭉 올라갑니다. 이것은 일반 육송보다 결이 더 좋은 거거든요. 송진이 많이 있으면 송진이 나오면서 갈라질 수 있으니까 충분히 건조해서 써야죠.
◇ 변상욱> 결국은 8.15라는 큰 행사에 맞춰서 얼른 마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여기에 맞춘 졸속이었다고 봐야 됩니까?
◆ 황평우> 맞습니다. 제가 그때도 걱정 했던 게 G20때문에 한달정도 앞당기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이걸 3개월, 합쳐서 4개월을 8.15 때문에 앞당겼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었고, 만약 문화재청에서 현판 같은 경우가 기후에 노출이 돼서, 올해 가을이 기온 변화가 심했다고 하는데 아니, 우리나라 기온 변화가 얼마나 심했다고 영하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3달도 못 버티는 현판을 가지고 이 기온 변화가 심했다고 말씀하시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겠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8월부터 11월 말까지 충분히 현판을 제작하기 위해서 넓은 판을 제작하고 여기서 기후 변화에 익숙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말리고 건조하고, 놔두고 난 다음에 조각을 합니다. 그러고 나서 걸었다면 과연 3개월 후에 이렇게 갈라졌을까요. 저는 아니라는 거죠. 그동안 충분하게 공기 동안에 말리고 건조시키고, 이런 작업들을 했어야 할 것을 4개월이나 당겨서 한 것이 문제고요. 그리고 광화문 글자가 늦게 나온 이유도 있어요. 우리가 디지털 자료로 해서 복원을 했잖습니까? 이게 좀 더 1, 2년 전에 빨리 나와서 작업을 했더라면 이런 경우가 안 생겼겠죠. 만약 디지털 복원이 늦었다고 하면 일단 좀 후에, 천천히 했었어야죠.
◇ 변상욱> 듣고 보니까 참 답답합니다. 그렇다면 현판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둥, 서까래, 기와 올린 것, 일제 점검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 황평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요. 지금도 나무 벌어짐이나 틀어짐 같은 게 많기 때문에요. 그리고 광화문 같은 경우는 비가 한번 오면 축대가 많이 젖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하고 당장 팀을 꾸려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팀에서 기존에 참여했던 분들은 전원 나오는 게 아니라 반만 하고 기존에 참여 하지 않았던 분들, 예를 들어서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분들을 참여 시켜야 한다 이거죠.
◇ 변상욱> 애를 많이 써주십시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4(목) 황평우 소장 "광화문 현판 균열, 무리한 공기단축이 원인"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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