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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수) 체벌금지 논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처벌금지 아닌 학생인권 존중"
2010.11.03
조회 289
- 인프라 구축 후 체벌금지? 20년 허송세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 전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 변상욱> 북유럽 출장 다녀오셨다고요, 어디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 곽노현> 스웨덴과 핀란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톡홀름과 헬싱키, 여러 학교들을 방문했습니다.
◇ 변상욱> 방문하신 목적은요?
◆ 곽노현> 제가 보편적 복지와 공교육혁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역시 복지와 교육에서 제일 앞선 나라들이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요즈음 핀란드는 교육개혁의 메카로 불립니다. 그래서 교육혁신의 순례길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아시다시피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 비교에서 1위하는 나라고요. 1970-80년대 교육개혁을 진행시켜서 그 결과로 현재 국가청렴도, 국가경쟁력, 양성평등, 친환경책임, 이런 국제비교에서 모조리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다녀왔죠.
◇ 변상욱> 북유럽 국가 가셨을 때, 현직 교육관계자들한테 체벌 얘기도 꺼내보셨습니까?
◆ 곽노현> 물론이죠, 네. (웃음)
◇ 변상욱> 뭐라고 합니까?
◆ 곽노현> 제가 한 50-60대 교장선생님들, 거기 교육행정 당국자들한테 질문을 했는데요. “본인 세대에서는 체벌을 당해본 적도 없고, 구경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다만 아버지 세대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들어는 봤다고. 그래서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갈 수가 없었는데요. 그리고나서 보니까 G20회의를 주재하는 도시의 교육책임자로서 참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했다, 그런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 변상욱> 그러나 당장 언론보도들을 보셨겠습니다만, 현장에서는 교실 공황상태, 교육붕괴, 이런 얘기들이 나온단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 곽노현> 체벌이 우리 교실문화, 학교문화의 뿌리 깊은 관행이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몇 달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규정 변경절차를 거쳤지 않았습니까? 그런 생활규정 변경절차의 하나로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같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개최했고요. 그래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희가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 어려움들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체벌금지라는 게 시대정신의 요구라는 점을 선생님들께서도 잘 이해하고 계시고, 불편하고 또 당장은 마땅한 수단이 없어 보이고 하더라도 매를 내려놓으셨어요. 그러면서 변화가 시작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변화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인프라를 갖추는 일, 몹시 중요하고 그렇게 할 겁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변화는 손에 든 매를 내려놓은 데 있습니다. 이것은 결단이고요, 이 결단을 해 주신 학교현장의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 변상욱> 학생들이 제재가 없는 선생님들 시간에는 자버린다든가 조금만 터치 하려고 해도 교육감한테 전화 걸겠다, 이렇게 대든다거나 하는 이런 언론 보도들이 이념적인 공격이라고 보십니까?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돼서 운영하는 것에 대한?
◆ 곽노현> 아니, 저는 꼭 그렇게 보지 않고요. 기본적으로 그렇게 우리 교육의 실태의 한 단면이겠죠. 공교육 실태의 한 단면으로써 그렇게 버릇없고 개념 없는 아이들도 일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책임 때문에라도 더 고통스러워해야 됩니다. 이 교육계 모두가, 우리 교육과정 모두가 정말 가슴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할 때만이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아이들과 학부모가 고통스러운 것 이상으로 우리 선생님들께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체벌을 금지한 것이 처벌을 금지한 것이 아니고, 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지, 교권을 무시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교권의 본질은 권위에 있고, 권위라는 것은 누구든지 획득하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교사로서의 깊은 전문성과 도덕성이라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늦었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응전할 때, 여기에 응답할 때만이 새로운 교육의 지평이 열린다고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혹시 학생들이 ‘교육감님, 바꿔주세요, 체벌 있어요’ 라거나 교사들 편에서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이런 전화가 교육청으로 온 게 있습니까?
◆ 곽노현> 아직은 그런 얘기 듣지 못했습니다.
◇ 변상욱> 지금 교사들에게 매를 내려놓으시고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셨지만, 현장의 개혁이 교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서 시작인데,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 곽노현> 선생님들께서 교육개혁의 주체시죠. 선생님들께서 개혁을 주도하실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학교현장에서 개혁이 체감되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현장과의 대화, 특히 선생님과의 대화, 또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를 부쩍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제가 핀란드에서 만났던 핀란드 ‘교육개혁의 아버지’라고 하는 ‘에르키 아오’ 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이 분도 현장과의 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라고 저한테 조언을 해 주셨어요.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저도 ‘현장형’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고,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면서 다진 그런 ‘현장형’의 모습이 있지만 이것을 더 넘어서 선생님들과의 정말 긴밀한 소통, 이해, 토론과정을 거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런데 내놓으신 체벌에 대한 대안들에서 구속력이 좀 약하다,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인력이나 시설도 부족하고, 상세한 매뉴얼이 아직 숙지가 제대로 안 되고, 전문상담교사도 부족하다는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들으셨겠죠?
◆ 곽노현> 물론이죠, 제가 이런 핀란드나 스웨덴을 가서도 가장 눈여겨 본 것이 어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는데요. 역시 학교마다 전문심리상담교사, 전문심리상담인력, 그리고 진로상담교사, 또 사회복지사, 또 보건교사, 이런 시스템들이 잘 갖춰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와 같은 시스템이 다소 미흡한 상태에서 좀 섣부른 거 아니냐는 말씀을 주시는 것들도 일리가 있고요. 그래서 이것을 빨리 구축을 해야겠는데요.
사실 모든 것을 선후를 따져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먼저 제시하고 가야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체벌은 어떻게 보면 후자라고 저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것을 그냥 놔두면서 준비하자고 해서 준비된 적이 없었고요. 또 그냥 놔두면 논란만 늘 계속될 뿐이지 참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20년을 허송세월하면서 체벌금지문화를 만들어오지 못한 거거든요.
그것이 우리의 학교에 대한 추억을 체벌에 대한 추억으로 점철시키고, 그 과정에서 그런 자기의 아주 분한 마음도 들고 말이죠. 또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떨어지고 그랬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저는 지금 현재 학교현장에서 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생님들께서 잘 취지를 이해하시고, 또 역시 교육자로서 그렇게 행동하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일단 현장을 돌면서 계속 교사들을 만나고 몸으로 어떻게든 설득을 시키시겠다고 하니까 반갑고요. 교총이나 교과부도 좀 자주 만나서 설득을 하시고 설명을 좀 하셔야 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교실 하나당 학생수가 OECD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인프라도 개선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애 많이 쓰시겠군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