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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금)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한미FTA 상황심각, 파기도 각오해야"
2010.11.19
조회 322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홍정욱 의원을 만나보겠습니다.
◇ 변상욱> 정부가 처음엔 FTA와 관련해서 “협정문에서는 점 하나 고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는데, “미국 측 요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얘기가 여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협상을 인정한 거라고 봐야겠습니까?
◆ 홍정욱> 네, 물론입니다. 그동안 “재협상은 없다, 본문 건드리는 재협상은 없다.”고 여러 가지로 공언했던 정부가 끝내 추가협의를 넘어서서 본문마저 고치는 재협상의 필요성을 인정 한 것이죠.
◇ 변상욱> 홍 의원님도 역시 그렇게 보시는군요?
◆ 홍정욱> 그렇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 변상욱> 우리 정부는 “주고받기 식 협상이 될 거니까 너무 걱정들 마시라.” 얘기를 하는데.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거센 요구에 맞서서 상당히 아무래도 양보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는데, 다른 영역은 어느 영역일까요?
◆ 홍정욱> 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요구를 한 것으로 보여지고, 쇠고기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지금까지의 협상 상황은 사실상 우리가 반대 급부를 요청한 게 밖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죠. 물론 자동차가 미국의 취약분야라면 우리의 취약분야는 농산물, 섬유, 의약품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분명히 “협정은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진 결과고, 재협상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죠. 앞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우리나라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즉시 철폐,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이게 서로 합의가 됐던 사안 같은데, 이걸 다시 연기하겠다고 하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홍정욱> 관세철폐 부분은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모든 미국 차에 대해서 8%관세를 즉시 폐지하게 되어있어요. 미국은 우리 차에 대한 관세를 3000cc 이하 중소형차에 한해서만 폐지하고, 3000cc초과하는 대형차는 3년 뒤에 철폐하기로 되어있거든요. 미국은 우리 차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는 것을, 이 기간을 즉시 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더 미루자는 취지죠. 그러면 우리 차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에 불리한 조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 변상욱> 그리고 세이프가드도 다시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세이프가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합의를 해주더라도 적용할 가능성이 별로 없고, 예상되는 피해가 안 클 거라고 정부 관계자는 얘기하는데, 세이프 가드가 과연 그렇습니까?
◆ 홍정욱> 세이프 가드라고 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 차의 수입이 급격히 늘면 관세 같은 것을 적용해서 그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거든요. 3년 전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 같은 수입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미국은 현재 협정을 위반하게 되면, 우리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 관세를 환원하는 스냅백 조항이 이미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중적인 보호조치이고, 우리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것은 간단한 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 변상욱>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협정문에 자기네가 이용할 조항이 들어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용을 하지, 그걸 그냥 혹시 모를 안전장치를 놔둔 거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죠?
◆ 홍정욱> 그럼요. 그럴 순 없습니다.
◇ 변상욱> 아무튼 우리 교섭대표들이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리고 관세환급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3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돌려주기로 한 관세환급제도 폐지나 제한을 요구하는데. “국내업계에 큰 타격은 없을 거다.”라고 합니다.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홍정욱> 우리 자동차를 우리 부품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들로 만드는데, 그 부품들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기업에게 물었던 관세를 돌려주는 제도 아닙니까? 결국 그럼으로써 우리 자동차 가격이 낮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인데, 한EU FTA에서는 특정한 경우에 이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그래서 미국이 “한EU FTA와 형평성을 맞춰 달라.” 이렇게 요구를 하는데,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우리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에 대한 관세를 정부로부터 되돌려 받지 못하니까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 변상욱> 이산화가스 배출가스 기준하고 연비 등에 대해서도 “이것은 지금 한미 FTA협정에 규정된 게 전혀 없는데 이걸 따로 마련한다면 새로 내주는 거지 협정문을 고친 건 아니다”라고 하는데,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만 새로 고친 건 아니겠죠. 그런데 이것은 대폭 양보한 것을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홍 의원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 홍정욱> 사실상 관세철폐나 관세환급, 세이프가드 부분에 비해서 차라리 환경규제와 연비규제완화만 내줄 수 있었다면 나름대로 잘 방어한 협상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두 부분은 이제 1만 대 이하, 미국차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팔리는 양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바꾼다고 해서 국내 차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국내 자동차업계도 인정을 한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그 정도 부분에서 방어를 잘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했는데, 미국 측 요구사항이 우리가 생각했던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대단히 우려가 됩니다.
◇ 변상욱> 결국 이렇게 되면 자동차 쪽에서는 대폭 내줄 수밖에 없는 그런 쪽으로 몰려가는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 홍정욱> 지금 현재 상황으로 우리 국민과 국회에 비춰진 메시지는 그렇습니다.
◇ 변상욱> 그렇다면 우리도 뭔가를 얻었으면 좋겠는데, 국민들이 제일 불안해하는 것은 한 점도 안 고치겠다고 했는데 여기까지 떠밀려 왔는데, 아무래도 좀 고쳐야 되겠다고 얘기하면 도대체 얼마나 뜯어고치려고 그러는지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우리의 교섭력이 어떻게 더 안 될까요?
◆ 홍정욱> 글쎄, 지금까지 “콤마 하나, 점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 그런 공언을 여러 차례 했던 정부가 이제 끝내 재협상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공언한 바를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요, 물론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려는 협상전략이었다, 그 부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과 국회에게 말장난, 은폐를 하게 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고, 또 국회비준도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거든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고, 우리 정부가 통감해야 되는 과오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쇠고기 문제 얘기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국은 반드시 어떻게든 별도 채널로라도 이걸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로 지금 걱정하고 계신지요?
◆ 홍정욱> 저는 쇠고기는, 한마디로 딜브레이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한미FTA를 깨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쇠고기 문제의 민감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고요. 힘들게 우리가 개선해온 반미정서를 자극하고, 또 한미동맹, 외교라는 것이 미국의 어떤 국익차원에서 봤을 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입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시장점유율도 우리나라에서는 더 낮지 않습니까? 30개월 이상 수입한다고 해도 그 양도 미미할 것이고요. 미국의 입장에서도 조용히 지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 이 문제를 재거론하는 것은 도움이 절대 되지 않습니다.
◇ 변상욱> 한미 FTA 내용을 죽 살펴보셨을 텐데, 다른 쪽은 일단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이 부분에서는 좀 더 얻어냈으면, 또 이것은 좀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을 생각하십니까?
◆ 홍정욱> 추가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되는 거고요. 당연히 반대급부를 우리가 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거나 더 큰 것을 요구하면 미국의회가 용납 안 할 것이고, 또 작은 것을 요구하면 우리 국민이 용납 안 할 것이고. 글쎄요, 자동차 분야에서 요구가 들어온다면 우리도 자동차 분야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자동차가 미국의 취약점이라면 우리의 취약점은 농산물, 섬유, 의약품, 이런 분야가 있거든요. 그런 분야를 충분히 반대급부를 활용해서 반드시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죠.
◇ 변상욱>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끈질기게 열 차례건 스물 차례건 만나면서 뒤로 미뤄도 좋겠습니까? 아니면 그래도 어떻게든 빨리 끝내는 게 좋겠습니까?
◆ 홍정욱> 한미 FTA는 윈윈이라는 생각에서 우리가 출발을 했고, 당위성에 대한 믿음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와 같이 된 이상은 이제까지의 협상은 한마디로 미국의 요구와 일정에 우리가 수세적인 방어로 일관하는 그런 모습으로 갔거든요. 이제 재협상이라고 하는 예측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기 때문에 한미FTA 깰 수도 있다, 라는 각오로 아주 반대급부를 제시하고, 협상 내용에 대해서 국민하고 적절히 소통을 해야만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