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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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월) 연평도 잔류주민, 이유성 씨(83세) "연평도는 지금 기자촌이야"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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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연평도 주민, 이유성 씨(83세)

연평도는 지금 주민들이 대부분 빠져나와서 황량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연평도 지키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그중의 한 분을 전화로 연결해 볼까 합니다. 60년 가까이 연평도에서 사셨다고 하는데요. 이유성 할아버님이 지금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 변상욱> 뭣 때문에 섬을 안 떠나고 자리에 계속 지키고 계신 겁니까?

◆ 이유성> 아이들도 다 여기 있고, 또 우리가 새끼들을 버리고 부모가 도망간다는 게 말이 잘 안 되지 않습니까? 피난 간다는 게. 새끼들을 놔두고 어떻게 갑니까? 또, 내 새끼를 지키는 것도 지키는 거지만 60년간 산 내 고향도 지키는 마음...

◇ 변상욱> 가족들도 아직 연평도에 다 계십니까?

◆ 이유성> 네, 가족이라야 우리 할머니(아내)하고 우리 아들하고 손주, 그렇습니다.

◇ 변상욱> 그래도 자꾸 남들은 위험하다고 겁이 나서 나오는데, 안 나오고 지키고 계시는군요?

◆ 이유성> 아들, 딸들은 자꾸 나오라고 하죠. 그런데 나가봤자 그거고, 또 우리는 살만큼 살았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 변상욱> 집에 다 같이 계십니까? 아니면 방공호에 계십니까?

◆ 이유성> 집에 있죠. 당국에서 방공호로 가라고 방송을 한다든지 사이렌이 분다든지 하면 빨리 방공호로 가는 겁니다.

◇ 변상욱> 연평도를 떠난 분들은 연평도 말고 다른 데 살도록 자리를 마련해달라고도 하시고 그런데. 섬을 다시 사람들이 북적북적 되도록 마을을 꾸미는 게 낫겠습니까? 다들 다른 데로 사는 게 낫습니까?

◆ 이유성> 나간 사람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이 죽고, 집이 불나서 다시 살 생각이 없으니까 딴 데로 좀 편안한 고장으로 이주시켜 달라,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래요. 나부터도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폭탄 떨어지는 데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고장이래야 하루라도 편안하게 살 거 아니에요? 저는 나가지 않고 있지만, 나간 사람의 대부분이 다 그런 마음이에요. 저도 거기 나가는 데 찬성했습니다.

◇ 변상욱> 마을을 돌아보시기도 하십니까? 아니면 집에만 계십니까?

◆ 이유성> 네, 매일 한 바퀴씩 돕니다.

◇ 변상욱> 아무도 만날만한 사람은 없을 것 아닙니까?

◆ 이유성> 네, 동네사람들은 별로 만나는 사람은 없고요. 만나는 사람은 기자, 기자가 수백 명 온 것 같아. 기자촌이야, 기자촌. 정부에서 집도 학교마당에도 열대 채 짓고 있고, 적십자사에서도 밥차가 와서 밥을 해먹이더라고요. 돌아다니다가 보니까 적십자 차가 보여서 “뭐하는 사람들이냐?” 하니까 밥차라고 그래요. 연평도 사람들이 다 인천 쪽으로 나가고 남은 사람들이 사려니까 각 상점이라든지 모든 데가 문이 닫혀서 살 수가 없잖아요. 사다 먹을 데가 없어요. 다 문을 닫아서. 밥차가 와서 동네사람들, 남은 사람들을 아마 해 먹이는 것 같더라고.

◇ 변상욱> 면사무소에서 남아계신 어르신들 돌아보면서, 잘 계시나 안부를 물어보기도 하고 그럽니까?

◆ 이유성> 보건소, 또 해병부대. 어제 보니까 우리 집에 왔더라고. 보건소에서도 늙은이들이 몸이나 편안한가, 어디 아프지 않은가, 이걸 조사하러 와서 혈압도 재고 의료진들이 보건소도 두 번이나 왔어요. 해병대 의무진들이 또 왔더라고. 와서 많이 얘기하더라고.

◇ 변상욱> 이런 일이 오리라고는 생각 못하셨죠?

◆ 이유성> 그럼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어요?

◇ 변상욱> 알겠습니다. 아무튼 건강하시고요, 몸 조심조심해서 잘 다니시고...

◆ 이유성> 오늘도 밥 먹고 한 바퀴 돌 겁니다.

◇ 변상욱> 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