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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월) 최갑수 서울대 교수 "서울대법인화? 겉만 자율, 속은 官治"
2010.12.13
조회 409
- 이사회가 주인, 교육부가 장악할 것
- 장기적인 등록금 인상 불가피
- 일본? 최상위 대학들은 다 국립대학
- 기초학문도 위축될 것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최갑수 교수(서울대 법인화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이번 국회 예산안처리에서 직권상정 돼 처리된 법안들이 큰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서울대법인화법, ‘국민대학법인서울대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인데요. 서울대 교수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들어보죠. 서울대학교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대 최갑수 교수를 연결합니다.
◇ 변상욱> 바로 질문을 드리죠. 서울대 법인화는 어떻게 보면 특혜 아닌가요?
◆ 최갑수>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립대는 전체로 해서 예산이 편성이 되는데요. 서울대에 대해서 일정한 특혜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대가 더 많이 가져가면 당연히 다른 국립대학은 덜 가져가는 것이고요. 그러나 법의 내용은 문제가 굉장히 많습니다.
◇ 변상욱> 인사 쪽을 먼저 본다면 어떻습니까?
◆ 최갑수> 법인화라는 게 무엇보다도 대학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지금은 교수들이 총장을 직선으로 뽑고, 그 총장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총장은 예산편성권이나 직원인사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교육부가 큰 통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안에서는 총장이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그렇지만 또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통해서 학교에다가 발언권을 행사하는. 법인화가 되면 이사회라고 하는 것이 학교의 사실상 주인이 됩니다. 이사회를 보면 총장과 부총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게 돼있고요, 교수대표는 딱 한 명만 들어가게 돼있습니다. 나머지는 다 외부자 중심으로요. 그러니까 특히 교육부 차관, 기획부 차관, 이래가지고 사실상 겉만 자율성이지 대학이사회를 교육부가 장악할 수가 있고요. 지금보다도 훨씬 더 관치가 강화되는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 변상욱> 예산은 그렇다 치고, 인사도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하게 되는 거고요?
◆ 최갑수> 그렇습니다.
◇ 변상욱> 정부가 재정지원을 한다고 하고, 또 수익사업도 서울대가 마음대로 벌일 수 있다고 하면 재정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는 거 아니냐,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최갑수> 수익사업을 가지고 대학예산에 도움이 되는 예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미국대학에서도 수익사업 비중이 제일 큰 대학이 예컨대, 버클리 같은 대학인데요. 겨우 대학예산의 2-3%를 넘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문제점이 서울대학 같은 경우에는 국가가 재정지원을 일정하게 하고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 과연 국가가 대학에 투자를 계속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가 명확치 않습니다. 만약에 정말 국가가 고등교육... 우리나라가 전 세계 OECD 국가 가운데 고등교육에서 국가가 재정지원 하는 비중이 제일 작은 나라입니다. GDP대비 0.5%이고요.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이 제일 높은 나라입니다. 학부수준으로 80%가 사립대학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사립대학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유럽이나 제3세계는 없습니다. 다 국립대학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사립대학의 비중이 제일 높은 나라가 일본인데요. 우리나라가 학부 수준으로 80%가 사립대학이고, 일본은 75%인데, 물론 일본이 법인화했죠. 일본은 그래도 최상위 대학들은 다 국립대학입니다. 국가가 대학을 재정지원 하는 원칙이 확고하고요. 일본은 학부에서는 75%가 사립대학이지만 대학원에서는 65%가 국립대학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 사립대학이 많음에도 국립대학을 갖고 고등교육의 발전에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될 역할은 오히려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 가야 하는데, 사실상 서울대 법인화는 더 나아가서 국립대 법인화는 국가의 책임성을 오히려 늘리기는커녕 줄이기 위한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대학은 결국은 일반 기업들의 기부금이나 수익사업이나 이런 것에 의논하게 되는데, 사실상 그것은 전망이 명확치가 않거든요. 결국 그렇게 되면 일반사립대학하고 마찬가지로 학생 등록금을 장기적으로는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 변상욱> 수익사업을 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이 없으면 서울대 법인화가 안착되기가 좀 어렵겠군요?
◆ 최갑수> 현재는 그런 정도의 조치는 취해 놓고 있습니다. 5년 안에서는 이제 재정 뒷받침이 어떻게 돼있냐면, 매년 9%의 예산지원을 올리고, 학생등록금은 3%로 묶는 것으로 지금 돼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이고요. 고등교육예산이 절대 늘지 않은 한에 있어서 서울대가 많이 가져가려면 당연히 지방 국립대의 경우에는 더 큰 재정적 압박에 처하게 돼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것은 서울대 이기주의라고 얘기할 수 있죠.
◇ 변상욱> 일각에서는 교수와 교직원들이 나름대로 정부공무원이라고 하는 신분, 안정적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여기에 대해서 지휘가 흔들릴까봐 반대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내고 있습니다만?
◆ 최갑수> 사실은 대학이라고 하는 것이 뭐냐는 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던져져야 됩니다. 대학은 국가나 기업하고는 다르거든요. 대학의 효율성은 이를 테면 돈을 많이 번다든가 국민을 위한 봉사, 이것하고 다른 학문의 효율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학문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 내부의 소통구조가 있어야 되고요.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사실상 신분이 안정되어야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교수들 철밥통 아닙니다. 이미 정년보장 받을 때까지 사실 상당한 경쟁체제에 이미 들어와 있고요. 대학은 국가나 기업과는 다른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대학은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 성찰능력을 행해야 되는 조직입니다. 이게 바로 대학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대학 구성원들이 일정한 수준의 신분적 보장이 주어줘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렇다면 법인화가 되었을 경우, 요즈음도 좀 그런 기미가 보입니다만, 대학에서 결과나 성과에 연연하는 또 수익에 연연하는 쪽으로 학문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 최갑수>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은 교수평가가 문제인데요. 지금 교수평가를 1년 단위로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입니다. 그런데 저는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요. 그러나 1년 단위식의 평가를 하게 되면 이것은 정말 교수들이 학문적 내용에 엄청난 왜곡이 가해질 수 있거든요. 예컨대, 승진할 때 4년-6년마다 승진하니까요. 그럴 때 한다든가 그런 점에 있어서 좀 더 장기적인 평가를 해야 되고요. 중요한 것은 국립대학이라는 것의 존재이유가 또한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발전, 국공립대학하고 사립대학의 균형발전, 그리고 수도권대학하고 지방대학의 균형발전을 유지를 위해서 국립대 체제가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요.
서울대가 법인화된다고 하는 것은 이런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특히 응용학문과 기초학문의 균형발전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인데요. 법인화를 하게 되면 기초학문이 아무래도 큰 위축을 받게 되고, 사실은 기초학문을 사립대에서 하긴 어렵거든요. 국가가 재정지원 하는 국립대학에서 해야 되는데, 법인화를 하게 되면 이것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것이죠.
◇ 변상욱> 그러면 교수협의회에서 나름대로 주장하시는 서울대의 모습은 어떤 겁니까?
◆ 최갑수> 법인화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이겁니다. 총장에게 직원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없기 때문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하는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현재 국립대학의 틀 속에서도 총장한테 그런 권한을 줘서 대학이 진정한 자치를 누리면서 정말 국민이 바라는, 그러한 국가발전에 대학이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행고등교육법을 고쳐서 그렇게 해야 되는데, 이미 법인화법이 통과가 됐습니다. 됐기 때문에 정말 참으로 심각한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변상욱> 그럼 일단 교수협의회에서는 법이 통과됐으니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최갑수>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서울대 법인화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는 모든 게 다 바뀝니다. 일종의 서울대학은 국립대학에서 민영화로의 체제전환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체제전환 속에서 그나마 대학의 모양이 좀 덜 망가지도록 노력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로서는 여전히 폐기를 위해서 저는 싸울 생각입니다, 당분간.
◇ 변상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