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수) [설특집 대담] 노회찬 "10만 팔로워 부담? 마실 가는 기분으로 트윗"
2011.02.02
조회 32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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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아니면 10만명과 대화 원천불가
- 자기홍보 열중인 정치인 보기 싫어
- 진보대연합 희생필요, 하지만 작은생명 짓밟지 말아야
- 시민의식 발전, 생활속 작은촛불로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노회찬 진보신당 前 대표

설특집 첫 번째 시간입니다. ‘IT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 중에서 정치를 어떻게 바꿀까, 또 정치인들은 IT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정치인의 시각에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 변상욱> 설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노회찬> 세뱃돈 많이 타시고요. 세뱃돈도 많이 나눠주시고, 일 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한 설이 되시기 바랍니다.

◇ 변상욱> 어떻게든 돈을 안 뺏기려고 움켜쥐고 있는데 이렇게 얘기하시니까 풀어야 되겠습니다. (웃음) 새해 특별한 소망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 노회찬>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어머님께서 건강하게 또 한 해를 보내시길 바라고요. 새해에 우리 국민들 속으로 더 들어가서 더 낮은 곳에서 어려움을 함께 하는 해가 되기를 저는 바랍니다.

◇ 변상욱> 노회찬 전 대표님 트위터 맨 앞 타이틀을 보니까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이렇게 되어있더군요. 설명을 해 주십시오.

◆ 노회찬> 원래는 제가 다녔던 학교의 교훈이었는데, 대개 교훈하면 좀 딱딱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때부터, 제가 청소년 시절이었는데 그때부터 시작처럼 인생의 어떤 지표를 삼고 싶은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 되어야 되겠다, 그래서 지금도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 인생의 나아갈 방향입니다.

◇ 변상욱> 실제 내용 중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0만 명을 돌파하시면서 아마 쓰신 것 같은데, 트위터 이전과 트위터 이후 ‘A.T, B.T’ 이렇게 나누셨더군요.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다릅니까?

◆ 노회찬> 많이 다르죠. 이전은 어떻게 보면 그간에 제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죽 활동이 이어져 왔는데, 트위터를 하면서 단순히 제가 하고 있는 활동 중의 하나, 혹은 인터넷에서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 중의 하나를 제가 습득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소통하고 또 관계를 형성하고 그리고 뭔가를 받아들이고 알리고 하는 그런 종합적인 활동의 새로운 지평 위에 서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들고.

특히 제가 정치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실제 벌어지는 현실의 다양한 어떤 상황들을 빨리 알아야 되고, 또 그런 분들과 널리 가깝게 대화를 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간에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 같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통해서 그런 것들이 워낙 풍성하고 신속하고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그야말로 청동기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듯이 새로운 시대에 진입한, 그런 느낌을 많이 가고 있습니다.

◇ 변상욱> 혹시 보좌관 시켜서 글 올리는 거 아니냐고 누가 물어본 모양입니다. 그런데 노 전 대표께서 그런 사람은 아마 키스도 보좌관 시킬 거라고 하시는 바람에 제가 빵 터졌어요. 그리고 얼른 맞팔을 신청하는 결과가 되었는데요. 일과 중에 몇 번이나 들여다보십니까?

◆ 노회찬> 한 번도 못 들어갈 때도 간혹 있고요. 평균 10번 정도는 아마 들어갈 겁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잠시 잠시 누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 변상욱> 저하고 유형은 비슷하신 것 같군요. 저도 긴 시간은 도저히 할애를 못하겠고, 그때그때 잠깐짬깐 열어보는. 그런데 열어 보기엔 너무 많지 않습니까? 10만 명이 넘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 노회찬> 그렇죠. 10만 명이 대화하고 있는, 그런 동네를 마실 나간다는 기분이죠. 그래서 때로는 10만 명의 얘기를 다 듣기는 아마 힘들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날 때 마다 시간이 많이 나면 많이 듣고, 시간이 적더라도 그때그때 듣고, 또 많이들 다루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서로가 많이들 회자되고 얘기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저도 좀 이렇게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죽 들어보고, 제가 또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 변상욱> 디지털사회에서 인맥을 이런 식으로 넓히고, 확충시키고, 또 유지 관리하는 게 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으신가요?

◆ 노회찬> 힘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다르게 생각한다면 제가 10만 명을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되고 대화를 나누려면 아마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거나, 아니면 대단한 시간이 10년 이상의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되고, 그것은 아마 저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하고 이렇게 대화하다가 “이런 새로운 소통 방식 때문에 전혀 불가능해보였던 대화, 만남이 가능해져서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저도 사실 마찬가지이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다양한 여러 가지 소통도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과거 어떠한 우리의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에게 선물해 주지 못 했던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 또 대화방식, 소통을 보장해 주고 있는 이만큼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어찌 보면 우리는 역사상 어떤 인류도 경험하지 못한 가장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좋은 조건, 좋은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변상욱> 10만, 말이 10만이지 대단한 거죠. 더군다나 나름대로 어느 정도 동질성을 다 갖고 있는 10만 일 것 아니겠습니까? 혹시 비결을 물어보면 뭐라고 얘기하십니까?

◆ 노회찬> 최근에 제 후배 한 사람이 트위터를 하게 됐다고 상당히 긴장을 하더라고요. 의견을 묻길래 그냥 너무 자신을 의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개 보면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을 더 의식하는 거죠.

그래서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 신고 동네를 마실 나갔다고 생각해라, 그러니까 누구한테 꼭 인사를 해야 된다거나 정장 입고 내 모습을 상대가 어떻게 볼까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말고 그냥 대면대면 하게 좋으면 박수치고, 그리고 뜨거우면 뜨겁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때로는 듣기도 하고, 그래서 부담 없이 아무 하고도 얘기할 수 있다, 라는 열린 마음으로 트위터에서 대화를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가장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변상욱> 트위터를 하시면서 제일 기억나시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십니까?

◆ 노회찬> 작년에 번개를 하자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데 매번 저녁에 술 먹기에도 참 부담스럽고 또 직장 다니는 분들 생각도 해서 그냥 갑자기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전에 오늘 점심, 신도림역 몇 번 출구에서 모입시다, 그러면 거기서 좀 가까이 있는 분들, 직장인들 내지 일반 시민들 중에 점심 같이 하고 싶은 분들이 12시에 이렇게 모이는 거예요. 그러면 저하고 같이 근처 식당가서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딱 한 시간 만에 헤어지는, 그런 미팅을 제가 열 몇 번을 했습니다.

◇ 변상욱> 자칫하면 결혼식장에 딸린 뷔페 같은 것을 하나 터야 되는 것 아닙니까? 너무 많이 모이면? (웃음)

◆ 노회찬> 그래서 한 번 채식하는 분들하고는 채식뷔페도 같이 간 적이 있었고요. 그래서 사실 그게 저만이 아니라 거기에 오시는 분들끼리도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트위터에서 서로 팔로워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여가지고 연령, 성이 다른 다양한 분들이 모여가지고 즐겁게 식사하고 대화 나누고 한 시간 만에 흩어지는, 그런 일을 한두 번도 아니고 제가 서울을 죽 돌면서 10여 차례 했던 그런 경험이 새롭습니다.

◇ 변상욱> 정치적으로는 색깔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신 분들이 많던가요?

◆ 노회찬> 아무래도 모임을 갖게 되면 그런 분들이 많은데, 저하고 팔로우를 맺은 분들이 저하고 생각이 같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중에는 대단히 생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대화는 된다거나 또 서로 얘기하는 걸 들어는 보자거나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생각이 꼭 같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달라야 풍성해지고 다양함속에서 서로 배울 게 많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습니다.

◇ 변상욱> 오프라인으로 실제 얼굴들 보시니까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 노회찬> 연령대는 10대에서 시작해서 60대까지 입니다.

◇ 변상욱> 60대까지도요. (웃음) 재밌습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트위터를 한다고 하면 대개 정치적인 자기선전의 도구겠지, 이렇게 흔히 생각을 할 거란 말입니다.

◆ 노회찬> 네, 일단은 트위터를 하기 시작한 정치인들을 저를 포함해서 많이 저도 봤는데요. 자신을 홍보하는 걸 주목적으로 하게 되면 그 트위터 생활이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정치인이지만 자기 홍보에 열중하는 정치인은 제가 봐도 보기 싫거든요. 왜냐하면 그것은 미워서가 아니라 너무 식상하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늘 이렇게 관성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 좀 진솔한 모습, 그리고 또 공식적으로는 하기 힘든 그런 얘기들, 그리고 어차피 반바지 입고 그리고 간편화를 신고 마실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좀 느슨하게 아무 얘기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 자세로 들으려는 노력, 그리고 진심으로 얘기하려는 진정성을 보이는 그런 자세, 그런 것들이 정치인들에게 더욱더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정치인들은 여기서 자기를 알려서 얻는 것보다는 다른 데서 듣지 못하는 얘기를 많이 들음으로써 또 자신에 대한 형식적인 이해보다 좀 진솔한 내면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된다는 것, 그런 데서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에 너무 자기를 알리는 데 급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변상욱> 실제로 노 전 대표님 트위터에 들어가 보니까 정치에 관련된 얘기가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 노회찬> 네, 제 자체가 정치이기 때문에. (웃음)

◇ 변상욱>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얘기나, 진짜 대학 청소하시는 분들의 얘기, 그런 것들이 죽 깔려있지, 오히려 진보대연합이 어떻고 이런 복잡한 글들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웃음)

정치현안 얘기를 그렇다고 안 들어볼 수도 없겠습니다. 요새 복지가 화두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은 무상복지, 이건 진보진영에서 늘 복지담론으로 나왔던 얘기인데, 거기에 대해서 보수진영에서는 다들 망국적 포퓰리즘을 중심으로 해서 이런 저런 비난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러다가 전기도 공짜로 달라는 거 아니냐, 정도로 얘기를 하셨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통이 좀 크게 통일 이후를 걱정해서 그건 안 된다는 건데. 복지담론에 대해서 활발한 건 괜찮은 거겠죠?

◆ 노회찬> 그렇죠. 사실은 복지담론이 활발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좀 선진화되고 있다는 측면이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로 우리 사회의 소득의 양극화라든가 또는 건강, 교육의 양극화 등은 불평등정도의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갈증과 욕구가 더 증대되고 있는 측면도 사실은 동시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하튼 복지는 지금 회피할 수 없는 주요한 정치 사회적, 또 생활과 관련된 사안이 되어있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변상욱> 대표를 그만두시고 나오실 때 각 정당을 돌면서 인사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셨을 때, 지도부가 꼭 좀 다들 어떻게든 힘을 합쳐가지고 진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진행된 상황은 그래도 긍정적이십니까?

◆ 노회찬> 네,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진보정당의 통합은 하나의 시대적 요구이고, 또 국민적인 요청이고요. 또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대세입니다. 다만 이것이 양당의 어떤 어려움에 처한 양당이 그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써의 통합이 아니라 그간 좀 침체상태에 놓여있던 진보정당이 우리 서민 대중들에게 뭔가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밝혀주는 그러한 첫출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고 있고. 그런 점에서 올해 안에 우리 국민들이 흡족해할 그런 성과가 있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 변상욱> 이정희 대표, 조승수 대표,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는 것 같기는 하고. 예를 들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같은 경우 출마를 간접적으로 선언한 셈이 됐습니다. 이렇게 진보진영이 대연합을 꾸려야 되는 입장에서 대권선언을 이렇게 해버리면 그게 나중에 혹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도 은근히 있고요?

◆ 노회찬> 뭐, 꼭 그것 때문에 될 일도 안 되는 일은 아니겠죠. 아니겠는데, 지금 여러 가지 일들이 선거에서 연대하는 문제와 또 당을 합하는 문제와 또 이런 대통령 선거 등을 어떻게 하면 이기고 승리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많이 난마처럼 사실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면한 선거와 관련해서 또 정권을 교체해야 되겠다, 라는 야당으로서의 어떤 그런 의지도 강력히 가짐과 동시에 또 우리사회의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가 사실 물갈이 되어야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정치지형의 변화를 위한 어떤 진보정당의 강화,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 여러 가지가 지금 동시에 필요한 거죠.

◇ 변상욱> 트윗에서도 이 말이 올 초에 회자가 됐던 것 같습니다. 리영희 선생께서 평상시 얘기하셨던 것 같긴 한데, “보수는 결국 서로 떡을 갖다가 많이 먹겠다고 싸우다가 부패로 망하는 거고, 진보진영은 역시 이념의 선명성 가지고 세세하게 따지고 서로의 다름을 강조하다가 또 분열 때문에 망하고” 실제로 아픔을 한번 겪어보셨으니까 말이죠. 진보진영의 어떤 대연합, 이런 점에서 좀 어렵긴 어려운데, 어떻게 보십니까?

◆ 노회찬> 네, 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마치 없는 것처럼 이렇게 위장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다만 차이를 정도 이상으로 과도하게 해석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접히는 일도 금물이라고 보고요. 우리가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만 또 그 다름을 함께 묶으면 더 큰 가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결혼하고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잘못됐고, 또 없는 척 할 필요도 없고요. 다만 그런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요구도 예를 들면 정권교체가 요구된다면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쪽에서는 다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게 맞다고 봅니다. 더 큰 목표를 위해서 작은 것을 희생할 줄은 알아야죠.

그러나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작은 생명까지 짓밟은 이것은 또 우리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진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들도 여럿 쓰라림 경험, 시행착오도 겪었으니만큼 또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도 잘된 부분들도 있지만 또 서로의 인식과 노력의 부족으로 잘 안 된 부분들도 있고, 이런 것들이 좀 더 극복되는 모습으로 내년 총선 대선을 맞이하면 낫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변상욱>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면서의 원칙은 어떤 것입니까?

◆ 노회찬>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인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 다수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더 어려운 많은 사람들 편에 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저는 지금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고.

◇ 변상욱> 평당원이시니까.

◆ 노회찬> 국회의원에서 낙선하게 됐습니다만, 제 직업이 정치이기 때문에 저는 공무원 내지 준 공무원으로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발소 가서도 “공무원식으로 머리깎아주세요” (웃음) 그런 어떤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평소에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가 클 때 고민을 한단 말입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헤쳐 나오시는지요?

◆ 노회찬> 네, 저는 어느 한 쪽을 꼭 택하는 건 아니라고 보고요. 원칙을 되도록 살리면서도 현실적이어야 된다, 일단은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어떠한 선택도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실을 이유로 원칙이 내팽겨진다면 현실조차도 왜곡되고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현실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조화시켜야 되는데 그것을 잘 조화시키는, 무리 없이 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방식으로 조화시키는 그것이 정치이고, 그런 점에서 정치는 예술의 한 영역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변상욱> 지금까지 여정을 둘러보면 학생에서 또는 노동자에서 정치인에서 그것도 정치도 뭐 평탄한 길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니까. (웃음) 제일 궁금한 건 무엇이 저분을 저렇게까지 힘차게 계속 넘어져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일까. 어떤 겁니까?

◆ 노회찬> 저는 저 스스로도 많이 물어봤는데요. 저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교에서 웬만하면 옳더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웬만하면 피해가라고, 이렇게 배운 적이 없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웃음)

◇ 변상욱> 아, 네. 도망가라, 피해가라, 이런 것 배운 적이 없죠. (웃음)

◆ 노회찬>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 잘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회에 나와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실현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과서대로 살고 있습니다.

◇ 변상욱> 상당히 평범한 것처럼 얘기하셨지만, 참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상당히 요동치는 한해입니다. 이제 총선 대선이 바짝 다가와 있기 때문에 올 한해가 정치하시는 분들한테는 중요한 한해입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평당원이시고 낙선자 신분인데, 뭔가 입지와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 하셔야 될 일들이 많겠죠?

◆ 노회찬> 네, 저는 진보정당을 오래 해왔습니다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보정당이 국민들의 뜻을 수렴해서 현실로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해서 그런 더 큰 역할을 진보정당이 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을 정비하는, 또 진보정당의 진영을 통합성을 높여서 국민들의 부름에 응하도록 하는 일이 진보대통합을 이루는 일이 제가 올해 해야 될 주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고요.

또 하나는 저는 국민들에게 자꾸 이렇게 뭔가를 쇼처럼 보여줘 가지고 인기를 얻고 득표를 많이 하는 게 능사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에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더 듣고 정책수단을 결정하거나 정책의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도 이렇게 더 잘 팔리는 것을 내놓은 것보다는 가장 원하는 것을 내놓는, 만들어내는, 그러기 위해서는 더 낮은 곳으로 임해야 되고, 더 국민들 속으로 더 들어가야 되고, 말을 더 많이 하기 보다는 귀를 더 여는, 그런 노력이 더욱 중요한 한해가 아닌가, 어떻게 생각됩니다.

◇ 변상욱> 어찌 보면 귀를 좀 열어두고 마음을 좀 열어둬야 되는 것은 유권자 아닌가 할 때도 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하고 번지르르한 약속들 많이 하고 하면 표가 그쪽으로 휙 기울기도 하고, 아니면 저쪽이 힘이 세보이니까 가면 뭐라도 더 주겠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가끔 원망스럽거나 그러진 않으셨습니까?

◆ 노회찬> 제가 정치 처음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결심한 게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원망하진 않는다, (웃음) 그렇게 원망하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 국민들 하고 바꿔야 되는데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 변상욱> (웃음) 알겠습니다. 지금 ‘마들경제연구소’를 계속 운영하고 계시죠? 거기서 하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죠?

◆ 노회찬>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명사초청특강이라고 그래서 최근에는 서울시 교육감님도 왔다가셨는데, 매달 한번씩 30회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지역의 문화, 예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교육, 이런 문제와 관련된 명사들을 직접 주민들이 접하고 얘기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요. 요즘에는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하고 또 해야 되는지, 그런 학부모교육 아카데미를 지금 몇 달째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지역경제 문제나 또 소외된 이웃과 관련된 문제 등 해서 실천사업들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사람들과 소통을 하시고 또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맺어주시고 죽 흐름을 읽으시면서 지내실 텐데, 뭔가 민심이나 사회가 변해가는 게 느껴지시나요?

◆ 노회찬> 지난 2-3년 사이 우리사회는 그 이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변화들,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렇게 움직여 나가야 되느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먹고 살아가야 되는가.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만, 그 관심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정의란 어떤 것인가, 단순한 정의, 불의가 아니라 다양하단 말이죠.

의료문제라거나 주택문제라거나 소위 무상급식문제라거나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되는가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는 자기 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주였다면, 지금은 과거에 쏟지 못 했던 함께 하는 이웃과 더불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 대한 관심이 확신되고 있다, 하는 점에서 저는 시민의식의 발전이 아닌가. 촛불은 끄셨을지 몰라도 그 촛불광장에 모였던 혹은 촛불광장을 바라보았던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생활로 돌아가서 생활 속의 작은 촛불들로서 자기 주변을 밝히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변상욱> 87년 느꼈던 민중의 시대라고 하는 것들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군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