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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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성국도 외국도 아닌 안방에서?
- 성과주의가 무리수
- 불법용납? 장기적으로 국익해쳐
- 국회 정보위 열어 책임 물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신건 민주당 의원(前 국정원장)

우리 국정원 직원들의 첩보활동이 문제가 돼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격손상이다, 왜 이렇게 어설프냐, 참 지적들이 많은데요. 국정원 상황을 잘 아는 분을 모셨습니다. 국민의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민주당의 신건 의원을 연결해보겠습니다.

◇ 변상욱> 3차장 산하의 산업보안단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국정원이 아직 공식입장을 안 내놓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한 게 맞긴 맞는 거겠죠?

◆ 신건> 저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되었고, 다른 쪽에서 정보를 받은 적이 없어서 제가 확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정원은 기관특성상 ‘NCND’죠.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아마 국회 정보위를 열어서 명확히 확인을 해야 될 사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신건 의원께서는 수사지휘를 맡은 검사도 해보셨고, 국정원의 수장도 해보셨고 잘 아실텐데. 그런데 무슨 첩보활동이 이렇게 허술하죠? 훔치는 데 망도 안 보고 말이죠.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됩니까?

◆ 신건> 저는 전직 국정원장이기 때문에 현 국정원의 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 아닙니다만, 이게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정원 직원의 공식적인 정보활동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굳이 말씀드린다면요. 이게 코미디 영화에 속할 정도로 터무니가 좀 없고, 유치한 실수라고 봐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봅니다. 정보활동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고 어려운 그런 적성국이나 외국에서의 작전도 아니고 우리나라 안방에서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어설픈 수준의 활동이고,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게 문제는 직원의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외교적 파장이 너무 크고, 또 외국의 오지에서 힘들게 정보활동을 하고 있는 다른 국정원 직원들도 있을 텐데 그들도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는 그런 치명적인 실수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 변상욱> 외신들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면, 국익을 위해서 정보수집을 한 거니까 언론에 어떻게든 크게 알려지지 않게 잘 수습할 수 있는 매뉴얼 같은 게 있지 않겠습니까?

◆ 신건>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저는 외교전문가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측에서 외교부에 진실파악 요청을 했을 것이고, 특사단도 이미 우리 경찰 측에 수사요청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벌써 외교부나 경찰에서 알고 있다면 이것은 국정원이다 하더라도 무마시킬 방법은 지금 현재로써는 없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무마가 된다고 봐서는 안 되죠.

◇ 변상욱> 한편으로는 군부독재 같았으면 까짓것 롯데호텔이나 남대문 경찰서쯤이야 간단하게 침묵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닌 걸보면 오히려 민주화가 되긴 됐구나, 생각이 들긴 듭니다.

◆ 신건> 지금 무엇이든지 민주화가 됐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또 합법적이야 한다는 게 항상 전제되어야 합니다.

◇ 변상욱> 이것을 저지른 게 수치스러운 겁니까? 들킨 게 수치스러운 겁니까?

◆ 신건> (웃음) 이것은 지금 일부 국익을 위해서는 이렇게 불법적인 수단을 포함한 어떤 방법도 허용될 수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방법,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성과만 내면 된다, 하는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처럼 무리한 일을 하게 된 것으로 저는 보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주장도 아까 말씀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사건으로 국가의 품격이 훼손되고, 또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오히려 그것이 국익을 크게 해치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국익 때문에 이게 합리화된다, 이런 논리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저는 봅니다.

◇ 변상욱> 발생 시각으로 따지자면 대통령이 만나자고 청와대로 부르고 붙잡아놓고 있는 사이에 뒤진 게 되어서 참, 말씀하신 대로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고, 큰 아무튼 국격의 손상을 가져왔습니다. 경찰청장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름대로의 직무수행이니까 처벌한다는 게 실익이 있겠느냐고 하는데. 보통 이런 실수가 생기면 국정원에서 어떻게 처리를 합니까?

◆ 신건> 이것은 처벌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는 좀 잘못됐다고 봅니다. 세계가 지금 정보전쟁 하에 있지 않습니까? 정보전쟁의 승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말도 있고, 사실 정보가 국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면에 정보수집절차를 잘못하거나 또는 잘못된 정보 하나를 얻거나 했을 때 엄청난 오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국가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이익을 위해서 어떤 불법이든 용납된다는 사고방식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저는 보는데.

결국 이번에 그렇게 실수를 했다면, 다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보기관과 정보원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먼저 밝혀야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을 적당히 무마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변상욱> 인도네시아에 한류열풍이 한창 불고 있다고 하고, 또 인도네시아 하고 전략적 동반자관계까지 맺은 마당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한 건이 아니란 말이죠. 리비아에서도 지난번에 첩보활동 벌이다 들켜서 쫓겨났고,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을 뒤따라 다니면서 미행하다가 발각당해서 항의를 받았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슬그머니 미국에 갔다 오는 것도 어떻게 또 확인이 돼가지고 망신을 당했고. 이런 것 내부기강을 아니면 내부에 어떤 나름대로의 파워를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 신건> 저는 그런 일련의 일들이 사실은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수집활동을 하다가보면 한두 가지 실패 사례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보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런 사례들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우연히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국익을 이유로 해서 오로지 과시적 성과에만 집착을 했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행위나 엄연한 외교적 전쟁을 무릅쓰고 정보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면 문제점이 아닌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것을 엄격하게 조사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개선책을 마련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렇게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 변상욱> 야당 입장에서는 국정조사를 좀 하셔야겠습니까?

◆ 신건> 우선 제 생각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정보위원회를 개최해서 진실 여부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국정원 개입여부 등에 대해서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국정원의 개입으로 밝혀진다면 국가안보를 책임진 정보기관이 오히려 국익을 훼손한 그런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일단 해당 상임위원회가 있으니까 해당 상임위원회가 청문회부터 확실히 열고 진상조사를 해보는 걸로?

◆ 신건> 그렇죠.

◇ 변상욱> 그 다음에 처벌수준을 정하는 걸로?

◆ 신건> 네.

◇ 변상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