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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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변상욱의 뉴스쇼>
- 인간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 높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과 전문의)
2007년 학력위조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 이번에 출간한 책이 화제입니다. 정운찬 전 총리, 고 노무현 대통령 등 유력인사의 실명이 거론되고, 책 내용이 워낙 폭로성도 짙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하나하나 살펴볼까 합니다. 건국대병원 정신과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연결되어있습니다.
[IMG0]◇ 변상욱> 신정아씨 개인으로는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자기 나름대로의 치유나 극복의 과정이었을까요?
◆ 하지현> 일반적으로 글쓰기라는 게 치유적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블로그라든지 미니홈피 같은 것을 하는 것도 꽤 자기 치유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얘기들을 하고요. 하지만 이번에 낸 책의 내용들을 보면 정말 글이 치유적 효과만 있는 것인가, 라는 데 의문을 갖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 신정아씨가 밝히기로는 원고지로 8천 매 가량을 썼다고 그러거든요. A4용지로 한 700매 가까이를 쓴 편인데요. 굉장히 많은, 거의 대하역사소설 쓰는 정도의 양인데, 그 과정을 치유적인 관점을 가지고 썼는지 아니면 복수와 자기 합리화의 어떤 칼을 갈기 위해서 쓴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변상욱> 굉장히 큰일을 겪지 않았습니까? 또 부끄러운 치부도 드러났고 그래서 이런 일로 감옥까지 갔다 왔으니까 그 뒤에 벌어질 일은 대개 조용히 파묻혀서 소리 없이 지내는 것이라든가, 이런 것을 택할 수도 있는데... 온몸으로 이렇게 부딪치고 나오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요?
◆ 하지현> 어떻게 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지금 말씀하신대로 나는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고 싶고,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신정아 씨가 수감생활을 하고 또 굉장히 오랫동안 시달림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과정에 언뜻 사람에 따라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왜 나랑 같이 함께 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등을 돌리고, 다 내가 한 거라고 얘기하고. 나에 대해서 전혀 손을 잡아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까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끼면서 나만 혼자, 속칭 우리가 덤터기라고 하죠? 혼자 다 뒤집어쓸 수는 없다, 차라리 판을 다 깨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래야만 모두가 공평해진다, 그게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까지... 논리적으로 자기 안에서는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변상욱> 자기의 그런 감정이나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어떤 “하겠다”는 의지 같은 것을 스스로 합리화 시켜나갈 수 있는 거군요?
◆ 하지현> 그렇죠. 사실 보면 최근에 카다피라든지 이런 독재자들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싶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수십년 동안 자기가 생각해온 어떤 하나의 자기의 논리체계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갖는 하나의 신념이라는 거거든요. 밖에서 볼 때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게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을 하지?’ 싶지만.
그 사람의 마음 안에서 돌아가는 것은 그냥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하나의 소명의식내지 신념과 같은 식으로까지 작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주변에서 “이렇게 되면 당신한테 큰 해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왜 이렇게까지 해서 어려움을 자초하니?”, 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 그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죠.
◇ 변상욱> 실명이 거론된 사람들은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라고 치부를 해버리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피해망상 아니냐 얘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는 증상인가요?
◆ 하지현> 글쎄요, 망상이라는 이름까지 붙일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사실 저도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 위주로 읽어봤는데 상당히 구체적이거든요. 거기서 어느 선을 넘어갔느냐, 안 넘어갔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전혀 없는 일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다만 어떤 약간의 작은 단초들을 자기가 확대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요.
예를 들면 제가 굉장히 높은 정치적인 분이나 유명한 스타를 스쳐서 한번 인사를 했는데 그분이 “반갑습니다” 얘기하면 저한테는 평생 기억에 남겠지만 상대방은 수백 명을 만나기 때문에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상대방은 만난 적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저는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분이 저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것은 정말 누구, 꼭 신정아씨가 망상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그 사람 혼자서 어떤 벌어진 일을 복기하고, 복기하고 여러 번 되씹다보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버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변상욱> 나중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를 진짜 그랬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겠군요?
◆ 하지현> 그렇죠. 그래서 청문회나 이런 데 보면 과거에 로비사건, 이런 부분들을 증거들을 들이대도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울거든요. 그런 부분을 보면 저 사람이 정말 연기 잘한다, 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그분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신정아 씨의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신정아 씨가 정말 생각이 많았고,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거꾸로 해볼 수 있겠습니다.
◇ 변상욱> 그 책을 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됩니까?
◆ 하지현> 저는 특히 40-50대 남성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그 분들이 갖는 관음증적 생각들, 어떤 연예인들이 낸 가십적인 책들에 비해서 여기에 나오는 실명으로 등장하는 분들은 대부분이 우리가 다 알만한 분들 아닙니까? 일종의 공인들의 사생활이라고 할까요. 공인들의 사생활을 은밀하게 엿보는 즐거움.
그리고 두 번째로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드러내 주고 있는 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공정한 절차에 의해서 채용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큰일이 주어지거나 어떤 신문기사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게 아니라 알음알음 저녁에 따로 만난다든지 술을 마신다든지 이런 식의, 아니면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이야기해 주면서 호감이 있기 때문에 뭔가 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하다못해 대학교 채용이라든지 관장이 된다든지, 하는 모든 부분들이 그런 네트워크에 의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면이 있기 때문에 물증은 없다고 하더라도 신정아씨 본인이 그렇다고 주장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갖는 어떤 공정성이 깨졌다, 라고 하는 부분에서의 분노라고 할까요, 실망이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들이 더욱 더 그 책을 보고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30-40대 주부들도 많이 사본다고 하는데 이것은 왜 그럴까요?
◆ 하지현> 주부들이 사보시는 것은 “이 아가씨가 당차다”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보면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고. “어떻게 저럴 수 있어, 어머 어머”하면서 보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죠.
◇ 변상욱> 어떻게 보면 세상이 좀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점에서는 좋아지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 개인이 나도 한번 권력자들한테 부딪혀보겠다고 마음먹으면 부딪혀볼 수도 있는 세상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웃음) 그러면 이제 시작이니까 당분간 이 여파는 계속 퍼져나가겠군요?
◆ 하지현> 저는 이게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인데요. 과거에 유사한 사례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를 냈었고. 좀 더 전에 서갑숙 씨가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로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는데, 사실 이번 책이 그 둘의 중간쯤에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김용철 변호사의 책은 삼성가의 내부를 다룬 면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직관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 꽤 있지 않았습니까? 신정아씨 책도 공인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는 부분에서 그런 면이 있지만, 그 책이 오래갈 수 있는 사회적 의미를 경고 하거나 직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책이 가질 수 있는 파장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자연발아해서 커지기보다 거기에 거론된 분들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 변상욱>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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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5(금) 하지현 교수(정신과) "신정아 책 열풍, 4-50대 남성관음증 탓"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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