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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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2(화) 우희종 민교협 의장 "카이스트의 잇단 불행, 무한경쟁 탓"
2011.04.12
조회 29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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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의 새로운 리더쉽 요구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우희종 민교협 상임의장

온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카이스트 사태 짚어보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우희종 교수 연결되어있습니다.

◇ 변상욱> 학생들에 이어서 이제는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고 계십니까?

◆ 우희종> 물론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특히 개인적 사정도 있고요. 그러나 어쨌든 무한경쟁이 가장 추구해야 될 가치로 인식된 학교체제라든지, 그러한 분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변상욱> 명문대면 자살률이 높다, 이 얘기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서울대도 얼마 전에 학생이 자살하면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어쩔 수 없는 겁니까?

◆ 우희종>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것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어떤 변명이나 어떤 대답은 아니겠죠.

◇ 변상욱> 서남표 총장의 사퇴를 민교협에서 요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남표 총장이 꼭 나가야만 되는 이유는 뭐가 되겠습니까?

◆ 우희종> 일단은 그분이 가진 어떤 교육관입니다. 사실 대학이라는 것은 당장 졸업해서 사회에 당장 쓰이는 직업훈련소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졸업한 10년이나 15년 후에 변화하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성인을 만드는 거거든요. 그런데 서 총장님의 말씀은 사회가 이런 경쟁시대니까 대학 때부터 우리가 경쟁을 익혀야 된다든지, 심지어는 나중에 이기기 위해서는 때로는 질 수 있다든지, 여러 가지의 그런 식이었던 사고방식으로 교육의 현장에 무한경쟁을 도입한 것이고.

또 어쨌든 그러한 것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번 사태처럼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요. 그러한 것이 이렇게 불거졌을 때, 그러면 그러한 징벌적등록금제라든지 이런 것을 멈추고 새로운 개혁방향으로 나가겠다, 이랬으면 아마 저희도 그런 요구는 안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8학기 정도는 유예하고 그 다음부터 적용한다든지. 결국 근본적인 시각, 교육관 자체가 이러한 공공성이 필요하고, 또 사회에 대한 애정이나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드는 대학에 있어서 너무나 부적절한 교육관이라고 보고 저희가 사퇴를 요구하기로 정했던 거죠.

◇ 변상욱>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제도를 분명하게 수정한다면 꼭 사퇴를 요구하실 건 아니었다는 말씀이군요?

◆ 우희종> 네, 그렇습니다.

◇ 변상욱> 이 문제 가지고는 카이스트 내 교수님 하고도 많이 통화를 하셨습니까?

◆ 우희종> 네, 일부 교수님들 하고요.

◇ 변상욱> 교수님들은 개혁이냐, 아니면 총장의 사퇴냐, 또는 기권, 이 세 가지를 놓고 각각의 선택을 하신 모양인데. 결국 사퇴요구는 안 하시던데요?

◆ 우희종> 글쎄, 뭐 어떻게 보면 잘못된 것을 정말 전면적으로 바꿔서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결국 지금 하는 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걸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희 요구와 동일하고요. 더욱이 최근 다시 알려지기는 했습니다만, 여러 가지 학교의 행정이나 정책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그러한 어떤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체제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카이스트는 어떻게 보면 이미 법인화된 국립대학이거든요. 요즘처럼 국립대법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저희는 이 카이스트에서 오히려 학생이나 교수님들이 그동안 이런 굉장히 비인간적인 폭력적인 학교제도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거나 혹은 그러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체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요. 지금 그런 학내논의도 그런 것들이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저희는 법인화된 국민대학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매우 착잡합니다.

◇ 변상욱> 비리사실들을 훑어보니까 이사진에 대해서 뭔가 잘 보이려고 애를 쓴 흔적들도 보이고요. 외부인사들, 특히 정치권이나 관료출신의 힘 있는 인사들을 모셔다가 이런 저런 특혜를 주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를 쓴 것, 이런 것들이 결국 법인화되고, 학교의 법인화된 상황에서 총장은 CEO화가 되고, 이런 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 우희종> 그렇죠. 그런 것들이 지금 저희 국립대법인화과정 중에서 저희가 매우 우려를 하는 부분이고요. 사실 지금은 신자유주의적인 어떤 정책방향 때문에 법인화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얻는 부분을 굉장히 과장돼있고, 사실 그런 부분에서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이나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파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제대로 된 검토를 하고 있지 않거든요. 아시다시피 이러한 상황이 단 1분 만에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 같은 것도 잘 나타나있고요. 저희는 이 카이스트 상황이 그러한 한국 고등교육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극명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 변상욱> 지금까지 나름대로 카이스트가 추진해오던 어떤 속도감 있는 개혁이나 정책을 이제 좀 내려놓으라는 요구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대학평가 순위에서 4년 만에 160계단이나 올라가지 않았느냐, 나름대로 개혁의 성과가 있는 것 아니냐, 또는 교수의 정년보장심사를 엄격하게 하면서 교수사회 경각심을 일깨운 것 등 여러 가지 그래도 개혁의 성과가 있는 것 아니냐, 인정을 좀 해 달라,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 우희종> 아, 네. 그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죠. 왜냐하면 저희들도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거든요. 특히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경쟁에는 소위 남을 죽이는 천박한 경쟁이 있고, 또 서로를 인정하면서 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학교는 일반사회나 군대가 아니라 교육기관이거든요. 그랬을 적에 당연히 어떤 무한경쟁,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경쟁을 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평가나 효과가 올라갔겠지만 그러한 것이 이러한 장차 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혹은 그러한 것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적용해서 그러한 당장의 효과만으로 우리가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교육이라는 것은 떨어진 학생들을 지지해서라도 잘하게 이끌고, 잘한 학생에게는 더욱 격려를 하는 거거든요. 따라서 지금 대표적인 징벌제 등록금제처럼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돈을 갖고 오게 한다든지, 이런 식이 아니라 오히려 선의의 경쟁으로써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줘서 해외대학을 견학을 하게 한다든지 이런 긍정적이고 선의의 경쟁을 배우도록 해 줘야죠. 다만 당장 대학의 평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이러한 식의 천박한 경쟁만을 배운 사람들이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고 할 적에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저는 좀 두렵습니다.

◇ 변상욱> 카이스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이성적인 방법, 절차라면 앞으로 어떻게 밟아가야 되겠습니까?

◆ 우희종> 저희가 보기에는 기본적으로 현 정권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더 이상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될 대학고등교육에는 적용하지 않아야 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대학교육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방향설정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서는 지표상의 평가나 그러한 어떤 등급매기기에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더불어 가는 방식을 이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익히게 하고, 그것이 결국은 비록 지금 대학이 권위주의나 시장주의로 달려가지만 대학에서는 서로 힘없는 자들과 더불어 가고 소통하고, 그들과 상생하는 것을 가르치도록 조금은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경쟁을 피할 것은 아니지만, 이 경쟁의 종류와 성격과 그것을 어떻게 당장이 아닌 10년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 능동적인 인재를 실질적으로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겠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