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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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벨트,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에 휩쓸려
- 연구집단 분산 배치, 과학적으로 이해 안돼
- 과학벨트위원회에 유능한 과학자 포함 안됐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과학벨트의 거점지역은 대덕으로 선정 됐습니다. 오늘은 과학계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차기 대한화학계 회장으로 내정되어 계신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를 연결해보겠습니다.
[IMG0] ◇ 변상욱>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계속 연결했습니다만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과학자를 모처럼 모셨으니까 궁금했던 것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기초과학연구라는 것이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사람만 제대로 모아들인다면 백령도든 울릉도든 가능한 것 아닙니까? 입지가 중요한 겁니까?
◆ 이덕환> 그렇습니다. 어디든지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기초과학연구입니다.
◇ 변상욱> 그동안 과연 이 과학벨트에 대해서 어떤 연구 분야를 어떻게 집중 육성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있었습니까?
◆ 이덕환> 그 부분이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확하게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아주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사업은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과학기술계를 안타깝게 만들었는데, 거품이야기만 잔뜩 했었지 정작 내용이 무엇인지,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없었습니다.
◇ 변상욱> 무엇을 얼마나 연구 할 것이고, 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결정 안 됐는데 무엇은 어디로 가고, 25개를 이리저리 나눈다는 것이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으로 계속 있습니다.
◆ 이덕환> 과학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죠. 이건 확실하게 정치적인 결정이고요. 이 정치적인 결정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는 아마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지고 해결을 해줘야 될 것 같습니다.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 되었는데, 그동안 정치논리에 휩쓸리고 지역이기주의에 휩쓸린다고 정작 중요한 생각과 논의는 못했습니다.
◇ 변상욱> 기초과학연구에 대해서 이런 저런 고민들이 있는데, 같이 고민해달라고 이야기는 꺼내보셨습니까?
◆ 이덕환> 끊임없이 주장을 했죠.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왜 이 시점에서 기초과학연구에 이렇게 열을 올려야 되느냐 하는 동기부터가 잘못 제시 되고 있습니다. 흔히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또는 한국이름이 붙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이런 것들이 국민들한테 기초과학을 하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본말이 전도된 해괴한 주장이죠. 기초과학이라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아침에 좀 거북하시겠지만, 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이 해놓은 기초과학의 성과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일에 급급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엄청난 성공을 해서 지금은 세계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을 눈앞에 두고 있게 됐죠. 그런데 정작 우리는 과학이 무엇이고, 자연의 법칙이 무엇인지, 정말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기여를 한 것이 없었습니다. 성과를 따먹는 일에만 급급했죠. 이제 저희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인류를 위해서 기여하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면 못 사는 나라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요. 쉽게 이야기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있고, 그 다음에 충분한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이 그 여유를 즐기고, 남을 위해서 기여하고,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 하는 삶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따로 있는 거죠. 그러니까 기초과학은 선진국의 전유물입니다. 선진국만이 할 수가 있어요. 여유가 있는 국가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되는 의무입니다.
◇ 변상욱> 말씀을 듣고 보니 그동안 언론도 이러한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문제,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너무 등한시 했다는 반성이 이는군요.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입지를 결정했던 그 과정에 대해서도 여쭤볼 수밖에 없는데, 아까 말씀하신대로 기초과학이라면 콘텐츠가 있고, 연구할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 시설만 제대로 갖춘다면 강화도니, 백령도니, 울릉도니 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 말씀하셨지만, 대전으로 일단 결정된 것은 대덕특구하고 연계를 지어보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할 때, 그래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긴 했습니까?
◆ 이덕환> 대덕특구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거점이죠. 그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을 할 수가 없는데요. 국제적인 규모로 봐서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대덕특구는 지금까지 거의 다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단지였습니다. 그런 연구단지 하고 가까이 있음으로 해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겠죠. 그래서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변상욱> 그렇다면 핵심연구단이라고 하는 25개를 경북, 울산, 광주에 분산배치 했는데, 지금 그 결정은 일괄적으로 확정을 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 이덕환> 과학기술계의 입장에서는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고요. 지역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고, 결국 지금까지의 입지선정 과정은 정치적이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 하고요. 저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계가 정치권에 휘둘려서 들러리를 섰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독립해야 됩니다. 특히 기초과학은 초당적인 협력이 필수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권에 의한 독점물이 될 수가 없고, 어느 지역의 독점물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결정이 된 것을 과학기술계가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을 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느냐 하는 데에 더 집중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과학벨트가 어디로 가느냐는 예고편이었고, 이제 진짜 본편이 남았군요.
◆ 이덕환> 그렇죠.
◇ 변상욱> 어떤 것들이 필요하겠습니까?
◆ 이덕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예산확보도 중요하고, 국민의 지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기초과학만큼 사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가 없습니다. 누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느냐가 성패를 결정을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과학기술계를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고, 국가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있는 원장을 선임하는 일입니다. 이 원장을 잘못 선택하면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 변상욱>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좀 깜깜해집니다. 지금까지는 하다못해 방송사 사장도 상당히 정치적으로 선정이 되어서 난리가 났는데, 기초연구원의 원장이 정치권의 압력이나 이런 저런 개입 없이 무사히 선정될 수 있을까요.
◆ 이덕환>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과학기술계가 이렇습니다. 저희가 과학기술계가 비효율적이다, 부패했다, 이런 비판을 많이 받는데요. 한번 돌아보십시오. 사실은 저희가 과학기술에 투자를 한 적이 없습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많이 했지만 진정으로 과학기술계를 위한 투자는 우리 사회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이것은 정치를 잘해서 된 것이 아니고, 기업이 엄청나게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과학기술, 이공계 출신들이 울산도 마다하지 않고 구미도 마다하지 않고 창원, 여천, 광양, 어디든지 가서 정말 물불을 안 가리고 일을 한 결과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카이스트의 아주 유능한 교수가 수 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2천만 원을 횡령한 것도 아니고 의혹이 생겼다, 규정에 어긋나게 썼다는 지적을 받고 목숨을 버릴 정도로 깨끗한 집단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느 다른 집단보다도 윤리적으로 투명하고 능력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과학기술계를 믿고 맡겨주셔야 됩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도 그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원장선임에 임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이제 본편에 들어가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하나씩 실행해나가고, 거기에 수행할 사람들을 다 뽑아야 하는데요. 여기에서 합리적인 원칙이라든가 어떤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개입 같은 것을 다 막아내야 되는데, 이것은 국민들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겠군요.
◆ 이덕환> 그렇죠.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그 원장에 대해서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됩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하나로 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 이덕환> 그래야 되죠. 정치적으로 모여서 목소리를 높이고, 국회 앞에 가서 시위를 하는 노력이 아니고요. 과학기술계는 우리 사회를 선도하는 정말 지도층입니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해야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다른 분야에서 내는 그러한 목소리가 아니고 과학기술계가 모여서 냉정하고 차분하게, 전문지식을 가지고 토론을 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내야죠.
◇ 변상욱> 청취자들이 반문을 하기로는 이번 입지선정에도 과학자들이 잔뜩 들어가 있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 이덕환> 들어가 있었죠. 참 안타깝게도 제가 말씀드린, 그런 유능한 과학자는 거기에 안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가서 겨우 내놓은 것은 접근성, 정주성 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450킬로입니다. KTX로 2시간 걸립니다. 어디가 접근성이 나쁜지 저는 잘 모르겠고요. 우리나라처럼 자연환경이 좋은 나라가 없습니다. 정주성이라는, 과학자들이 원하는 정주성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그런 조건을 내세웠던 것만 보더라도 과학기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는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단이 크게 빚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좀 어리석은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경제효과가 213조 원이다, 136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떠들어놓으니까 서로 가져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건데, 기초과학연구단지가 세워지면 이런 효과가 과연 있는 겁니까?
◆ 이덕환> (웃음)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사회로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해서 걱정이 되는데요. 냉정하게는 이렇습니다. 지금 과학벨트에 투자되는 돈은 7년 동안에 5조 2천억입니다. 대덕 전자통신연구소라고 출연연이 하나있습니다. 그 연구소 한해 운영비가 8천억이 넘습니다. 그러면 지금 7년 동안 5조2천 억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거죠. 결국 지금 만드는 것은 단군 이래 최대의 투자, 이런 것이 아니고 그저 지금 있는 출연연 정도의 규모를 하나 더 만드는 겁니다.
◇ 변상욱> 정부출연연구소 하나 정도가 더 생기는 것입니까?
◆ 이덕환> 그렇죠. 그런 정도의 투자고요. 이것의 경제효과가 2백 몇 십 조가 된다 하는 것은 몇 년 동안에 걸쳐서 나타나는지가 중요한 거죠. 기초과학연구는 눈앞의 성과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성과는 장기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심지어는 국민의 의식수준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거죠.
◇ 변상욱> 이제는 지역적, 정치적인 논쟁을 끝내고 순수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정말 범국민적으로 애를 써 달라, 그리고 불필요한 간섭을 제발 중지해달라는 말씀은 저희가 꼭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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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7(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과학벨트 선정, 과학자 정치권 들러리"
20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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