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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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립경찰대학 표창원 교수
◇ 김현정>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사건으로 K리그는 비상대책워크숍을 했습니다. 약 천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승부조작 심리에 대한 강의를 하셨는데, 현장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 표창원> 한마디로 숙연함을 느꼈고요. 바로 전에 정종관 선수의 자살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가 상당히 침울하고 숙연하면서도 바뀌어야 되겠다는 결의들이 많이 보였던 분위기였습니다.
◇ 김현정> 선수나 코칭스태프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셨습니까?
◆ 표창원> 강의 끝나고 선수들이 트위터로 연락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갈등, 불안, 혼란이 있었는데 좀 갈피를 잡은 것 같다, 용기를 내겠다, 그동안 방관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잘못했다, 이런 반응들이 선수들 중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 김현정> ‘승부조작범죄자의 심리’ 의 주제로 강연을 하셨는데, 그 심리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 표창원> 조금 크게 나누자면 소극적으로 동조한 형태의 선수들 숫자가 가장 많죠. 일단 처음에는 과거에 잘 알고 지낸 같이 운동했던 친구라든지, 지금은 선수가 아닌 도박업자라든지, 조직폭력배라든지, 고향선후배를 사칭하며 나타난 이 사람들을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만났다가 밥 먹고, 술 마시고, 이러면서 유혹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들은 단순가담자죠. 늘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시는 안 되겠다, 걸릴 것 같다, 코치님이나 감독님이나 다른 분들이 자기를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 계속 고민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일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세력들은 이런 불안감, 죄책감은 거의 느끼지 않고요. 이익에만 골몰하게 되고, 오히려 자기가 승부를 좌지우지한다, 신이 된 듯한 느낌,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 일부의 반사회적인 주동자들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고 정종관 선수의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됐는데요. 어떤 심리상태였을까요?
◆ 표창원> 본인이 유서에서 밝히기로는 ‘다 나 때문이다, 내 책임이다.’ 라고 했지만 실제 자살에 이르기까지 정종관 선수의 심리적인 갈등과 고민을 보면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보이고요. 주도하고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친구들을 모두 다 끌어들여서 이렇게까지 한 선수는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연락을 취하고 중간에서 매개역할을 하긴 했겠지만, 그걸 본인책임이라고 다 받아들이려고 하는 죄책감이 강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상태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그 말씀은 더 위에 반사회적인 주동자, 몸통들은 지금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표창원> 그런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죠. 정종관 선수의 자살이 만약 본인 스스로의 명예심에만 해당된다면 선수들끼리만 이루어진 소규모의 조작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종관 선수도 누군가에 의해서 끌려들어가서 소극적으로 가담하다가 자기가 자꾸 다른 동료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이 되니까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것이 결국은 견디지 못한 상황이 됐다, 이렇게 본다면 정종관 선수를 끌어들이거나 계속 그런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고, 또는 협박하고 했던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승부조작이 지금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나요?
◆ 표창원> 1914년 영국의 이피엘, 1964년에도 또 있었고요. 2005년, 2006년 독일, 이탈리아는 너무 유명하죠. 대개 일단은 철저한 조사가 가장 첫 단계였고요. 그래서 모든 가담자들을 밝혀냈고, 그들을 다 영구제명 했고, 아울러 형사처벌 했고요. 그리고 관련된 구단들은 무거운 벌금과 하위리그로의 강등, 이러한 조치들이 있었고요. 제재만이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 규율과 윤리강령의 확립, 조사시스템의 완비, 이런 조치들이 다 이루어졌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막연한 신뢰감과 믿음으로 이렇게 한 번 밝혀졌으니까 이제는 안 그러겠지,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거죠?
◆ 표창원>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예상 못했다, 라고 한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는 거죠. 사실 프로축구에서 도박이 이렇게 성행하고, 사설 토토가 난무하는 상황이 됐다면 이미 검은 세력이 우리 선수들이나 심판 또는 코칭스태프들에게 다가갔었을 수 있다는 예상을 했어야 하고, 그 예상을 기반으로 제도적 개선책과 예방책, 또는 근절책, 적발책을 마련했어야죠. 그런데 '이제 좀 정신 차렸겠지, 앞으로 문제 없겠지' 이건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선수들도 동료의 부정에 눈감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이래선 안 되겠죠?
◆ 표창원> 절대로 그래선 안 되죠. 극단적 선택은 도피입니다. 비겁한 행동이고요. 그 용기로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지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죠. 다른 선수들을 알고 있다면 눈감아주는 게 의리가 아니고요. 반드시 밝혀내서 진실을 드러내고 다른 길로 동료를 인도하는 것이 오히려 용기입니다.
◇ 김현정> 선수들이 좀 명심했으면 좋겠고, 이번 기회에 좀 철저하게 몸통까지 수사를 하고, 제도적인 개선책까지 확실한 마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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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목) 표창원 국립경찰대학 교수 인터뷰 전문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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