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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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4(금) 도경정 가대위&김형오의원 "한진重,내 전화도 안받던데 노동자에겐 오죽했을까"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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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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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실패 일차적 책임은 사주에게
- 한진重, 재계 이미지 흐리고 있어
- 가족 "다음달 사원숙소 쫓겨나 막막"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 씨,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한진중공업이 공장을 필리핀으로 이전하면서 한국공장의 노동자들 170여명을 해고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가장과 그 가족들의 농성이 시작됐고 반년이 다 돼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국회가 나섰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한진중공업의 회장을 출석시키는 청문회가 열리는데요. 먼저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도경정 씨가 연결되어있습니다.

◇ 김현정> 남편분이 해고당하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 도경정> 2월 14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았고요. 그전에 해고예고통보라는 것은 12월에 받았으니까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집에 계속 계시는 거예요? 아니면?

◆ 도경정> 제가 사원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7월 31일자로 사원아파트에서 나가라는 통보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가기가 힘들어서 일단은 아파트에 있습니다.

◇ 김현정> 가족들은 아파트에 있고, 남편 분은?

◆ 도경정> 회사에서 농성중입니다.

◇ 김현정> 생계는 어떻게 꾸리세요?

◆ 도경정> 여기 계신 언니들은 거의 부업을 하고 있고요.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아니면 밤에 스티로폼 공장에서 하는 야간알바가 있거든요. 스티로폼을 비닐로 씌우는 단순작업인데 밤11시에 가면 아침7시에 오는 아르바이트거든요. 언니들은 그걸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선 스티로폼 공장으로 가시는 거예요?

◆ 도경정> 아기들 다 재워놓고 밤에 자는 것보고 나갔다가 깨기 전에 와서 다시 옆에 누워있으면 애들은 잘 모르고. (웃음)

◇ 김현정> 살짝 갔다 오시는 거군요?

◆ 도경정> 네.

◇ 김현정> 가장 힘든 건 뭡니까?

◆ 도경정> 일단 저희가 목돈을 모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당장 다음 달에 집을 나가라고 하면 작은 전세집이라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되고, 그 다음은 농성이 너무 장기화되니까 아기아빠 건강이나 저희 아기가 11개월인데 4개월 이후로 아빠 얼굴을 잘 본적이 없어서 아기가 아빠 보면 낯을 가리거든요.

◇ 김현정> 아빠 보면 막 울어요?

◆ 도경정> 잘 안 가려고 그래요. 그런 게 마음이 많이 아프죠. 아기아빠도 아기 안았다가 울면 자기도 서먹하고, 눈물 나고, 이러니까 그런 게 제일 마음이 아프죠.

◇ 김현정> 170명 직원이 해고당했으니까 달린 가족들을 다 합치면 몇 명이나 되는 건가요?

◆ 도경정> 기본 4명이고 저희처럼 신혼부부였던 사람은 3명이니까...

◇ 김현정> 한 500명, 600명, 그쯤 되겠네요. 가정마다 딱한 사연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어요?

◆ 도경정> 네. 언니 중의 제일 딱한 가정은 아기가 약간 자폐증세가 있는데 매일 그림으로 심리치료를 하거든요. 어느 순간에 가족그림을 그리는데 아빠얼굴이 아예 없는 거예요. 엄마, 형, 자기만 딱 그리고 아빠가 없는 거예요. 심리치료사분이 애한테는 아빠의 존재가 없다는 했고요. 그 형은 정상인데, 그 아이가 그림을 그렸을 때에는 아빠의 눈, 코, 입이 없고 구석에 제일 작게 그려진 거예요. 자기는 제일 크고. 이유를 물어보니까 중학교 3학년인데 스스로가 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아빠는 가족을 지켜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옆에 눈, 코, 입 없이 그려진 거예요. 그런 모습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죠. 중학교 3학년도 그렇게 그리고, 자폐 친구도 아빠존재를 모르니까.

◇ 김현정> 자녀들 볼 때 가장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말씀이신데, 지금 민주노총의 김진숙 지도위원은 170일째 크레인에서 고공시위를 하고 있잖아요. 배우 김여진 씨도 나서서 힘을 보태고 있고, 이분들을 옆에서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도경정> 사실 김진숙 지도위원님은 저희가 아이들 데리고 회사에 방문해도 계속 손 흔들어주시고 웃는 모습만 보여주시는데, 가끔은 여자 혼자 몸으로 계속 위에 있으니까 힘들어하실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올라가실 때 하신 말이 “자기는 해고를 예전에 당했는데 너무 삶이 힘들었다, 자기 동생들, 한진 사람들이 자기 같은 삶을 안 살았으면 좋겠어서 너희들 때문에 올라 간다.”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맙고, 사실 지도위원님이 이렇게 올라가주시니까 김여진 씨도, 언론에서도 관심 가져 주시니까 저희는 정말 고맙죠.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해고, 현대사회에서 당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젊은 데 다른 직장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니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도경정> 저도 만약에 아기아빠가 조선소 도면을 훔치거나 배를 잘못 만들어서 해고를 당했다면 “여보, 해고 당할 수도 있지요. 다른 회사 찾아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아니라 저희 아빠는 명령을 어긴 적도 없고, 회사 다니면서 논적도 없고, 일을 잘못한 적도 없는데 해고라니까 아기 보기에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뭘 잘못했길래 회사에서 잘리나,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 김현정> 힘내시고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이어서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서 뛰고 계신 한 분을 더 연결하는데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입니다. 이 분의 지역구가 바로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영도입니다. 연결해보죠.

지금 앞에서 가족의 말씀을 들어봐도 사태해결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일단 대량정리해고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 김형오> 책임여부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죠. 그러나 회사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사람은 전문경영인 차원이 아니고 그 회사의 오너 아니겠습니까? 사주, 총수라고 하죠. 회장이 어떤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주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말씀은 일단 일차적인 책임은 사주에게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김형오> 가장 핵심적인 결정권자이니까요. 이 분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왜 대화를 하지 않는지, 그런 것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런데 사측에서는 경영환경이 변하면서 생긴 상황이다, 해고는 불가피한 거라고 말하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형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왜 경영환경이 이렇게 나빠졌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합리적인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경영환경이 나빠졌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다른 조선소와 달리 한진중공업은 수주물량이 단 한건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왜 한 건도 확보하지 못했냐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 해명이 있어야 되는데 석연치가 않아요. 그리고 수주물량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수주물량을 확보 못한 것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사주, 경영일선에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경영인은 번듯이 있고 노동자만 해고한다, 형평에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는 것이죠. 이 문제는 조남호 회장이 와서 불가피성을 확실하게 설명 하고, 또 노동자들과 대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죠.

◇ 김현정> 공장시설을 필리핀으로 옮겼기 때문에 한국 쪽으로는 수주가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사측입장에서는 필리핀이 인력도 싸고, 여러 가지로 유리하니까 그쪽으로 공장을 돌리려는 게 경영상으로는 좀 효율성이 있는 판단이 아닌가요?

◆ 김형오> 해외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경영인이 한두 명입니까? 우리 조선회사도. 다 잘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잘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잘하고 있어요. 영업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방법이 적법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국내조선소는 텅 비어놓고 해외만 하는 경우는 이게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게 또 납득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필리핀 공장을 다시 옮겨서 한국에 멈춘 공장을 다시 돌리고 사측은 정리해고 철회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 김형오> 극단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필리핀에 있는 조선소는 그대로 돌리고, 또 여기는 여기대로 전문화하고 특성화하면서 돌리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겁니다. 조선업계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식에 관한 문제거든요. 조선업계가 한두 개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다 잘하고 있고, 외국에 조선소 가지고 있고, 한국에 조선소 가지고 있는 회사가 어디 한진중공업밖에 없습니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무책임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일단 사주를 만나서 뭔가 대화를 해봐야 어떻게든 실마리가 풀릴 텐데, 아직 한 번도 못 만나셨어요?

◆ 김형오> 제가 이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 만나려고 했는데요. 왜 만나려고 했는냐면 제가 이 노조 측과는 그동안에 비공개로 비밀접촉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사주 측 입장을 들어봐야 되겠다 했더니, 사주 측에서 서면답변을 가지고 왔어요. 이것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했더니 이번엔 또 전문경영인이, 영도조선소 소장이라고 하는 사장이 만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것은 사장의 차원이 아니다, 사주의 입장을 들어봐야 되겠다, 라고 했더니 사주는 지금 해외에 갔다고 하고 또 국내에 오면 다른 일이 바쁘다고 하고, 또 전화 하면 또 해외에 갔다, 그러고 해외에 있어도 전화통화 하자하니 시차 때문에 안 된다고.

◇ 김현정> 전화통화도 못하셨어요?

◆ 김형오> 네. 그래서 내가 해외에 그 분이 계시든 안 계시든 밤이고 새벽이고 간에 그 분 전화만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소식불통입니다.

◇ 김현정> 국회의장을 지내셨던 분인데도 전화통화 조차도 안 되는군요.

◆ 김형오> 그래서 제가 참 창피하죠. 보통 누구든지 제가 만나고 또 대화를 할 수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이분을 만날 일도 없고, 그런 생각도 없는 사람인데, 이런 공적인 지역구 일, 공적인 업무를 가지고 만나겠다고 하는데, 대화도, 전화통화도 안 된다니, 나한테도 이러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오직 했겠나, 대량해고 된 노동자들한테 오죽 했겠느냐, 심정이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조남호 회장한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참고인으로 출석하라고 했는데 안 나왔고, 아예 29일에 청문회를 열 테니까 출석하라고 그러셨더라고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재계가 반발을 합니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 대중영합적인 정책과 발언의 도를 높이고 있다, 민간영역에 무분별한 개입을 하고 있다, 경제인을 소환하지 말라.”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김형오> 재계가 그런 것, 전문을 아직 못 봤어요. 봐야 되겠습니다만, 저는 본질적으로 친기업적인 사람입니다. 그 기업이 이 나라의 오늘을 이렇게까지 만든 데에 대해서, 그 역할에 대해서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 김현정> 제가 그 부분이 좀 의아했어요. 김형오 의원님은 불법파업을 굉장히 싫어하시는 분이셨잖아요.

◆ 김형오> 제가 불법파업이라든지 과격시위행동을 한 번도 눈감아준 적도, 동조해준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구에서는 한진중공업이 제일 큰 기업이기 때문에 여기 노조들은 저에 대해서 항상 반대해온 노조들이에요. 그러나 이것은 재계전부와 노조전부의 싸움이 아닙니다. 한진중공업이라는 특수한 사안에 대해서 400명이라는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대량 해고된 데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고, 경영을 이렇게 부실하게 한 책임을 왜 노동자에게 돌리느냐, 하는 것이지, 그리고 적어도 저는 이런 노사문제를 어디까지나 비공개적으로 해서 타협의 실마리를 마련하려고 했던 사람인데요. 그동안에 노동자와 사주 측에서 대화만 됐더라도 이런 일이 안 났죠. 이것은 아주 자기가 사서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재계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하는 것, 저는 오히려 저같이 대한민국의 기업을 사랑하고 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는 이 재계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 이번 일에 대해서, 한진중공업에 대해서 분명히 따져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김현정> 한 회사의 문제로 놓을 수만은 없다,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말씀이세요. 이분 참 만나기 어려운 분인데 만약 조남호 회장을 만나면, 가장 먼저 뭐라고 말씀하고 싶으세요?

◆ 김형오> 저는 그동안에 수십 번을 만나려고 했지만 참, 모욕적인 행위를 당했습니다만.

◇ 김현정> 모욕을 당했다고요?

◆ 김형오> 그렇죠. 비서실에서 그렇게 냉대를, 전화통화조차 안 되고, 이것은 냉대죠. 국민대표기관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해서. 제가 국회의장 지냈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모욕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일반인이라 하더라도요. 저는 그것을 따지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이 영도조선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왜 수주물량을 단 한건도 확보하지 않았으며, 그것으로 인해서 왜 사주나 최고경영진이 책임을 안지고 노동자만 대량해고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 분명히 따지고 싶습니다.

◇ 김현정>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서 더 노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