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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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1(월) 고은 시인 "민족시인, 아내를 노래하다"
2011.07.11
조회 39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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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 은 시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시인, 저항시인 하면 바로 고은시인이죠. 그런데 팔순을 바라보는 고은 선생이 생애 첫 사랑시집을 냈습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자그마치 118편이나 담은연시집인데요. 사실 독자들에게는 좀 어색한데 고은 선생님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아침 화제의 인터뷰에서 모셔보죠. 고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항시인에게 사랑시집이라고 하니까, 죄송한 말씀입니다마는 의외입니다. 어떻게 내게 되신 거예요?

◆ 고 은> 사람들의 기억 일부에는 내가 저항시인이다, 이렇게 못 박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나는 또 그것만이 아니죠. 나는 그외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시를 쓰는 사람이기도 하죠. 시인인 바에는 인간인 바에는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의 세계가 아닌가 그렇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것은 물론 나 자신에게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전혀 낮선 것은 아니겠죠?

◇ 김현정> 아예 제목도 아내 이상화 교수의 이름을 따서 상화시편이라고 지으셨어요. 아내 분이 감동을 하셨습니까, 어떻습니까?

◆ 고 은> 이 시집이 특별히 느닷없이 사랑선물이 아니라 그동안 몇십년 동안 살아온 삶의 하루하루 일상 자체가 한 인간이 한 인간에게 주는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을 내가 일부를 기록했죠.

◇ 김현정> 많이들 아십니다마는 아내 이상화 교수는 중앙대 영문학과교수고요. 14살 연하입니다. 책을 펼치면 아내 이상화 교수의 시가 제일 먼저 배치가 되어 있어요. 여기에도 이유가 있으실까요?

◆ 고 은> 우리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나 가족 안의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그림을 그려서 축하해 주고 또 편지를 써서 축하하고 또 시를 써서 전하고 그러죠.

◇ 김현정> 선물이 시를 주고받는 게 선물이세요?

◆ 고 은> 네. 그래서 올해 5월이 우리가 결혼한 달인데 결혼날짜에 맞춰서 아내가 2편이나 시를 써서 줬어요. 그래서 그 시 중에 하나를 내가 아내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이 시집 맨 앞에 서시로 이렇게 내가 실었어요.

◇ 김현정> 이것도 일종의 선물이네요. 얘기하지 않고.

◆ 고 은> 그렇습니다.

◇ 김현정> 나는 태아였다. 상화라는 자궁 속의 태아였다. 아내는 내 시의 분화를 조절하는 분화구였다, 이런 시구가 있습니다. 아내 이상화 선생이 고 은 선생님에게는 어떤 의미, 어떤 존재였을까요?

◆ 고 은> 나에게는 아내가 한 여자, 한 여성이기보다는 유토피아 자체가 아닌가 그렇게 여겨지면서 살고 있죠. 그리고 아내를 통해서 내 문학이 다시 한 번 더 깨어지지 않았나 이렇게 여겨집니다.

◇ 김현정> 아내가 그 자체가 유토피아다, 이거 최고의 찬사네요.

◆ 고 은> 뭐 그렇게 찬사도 아닙니다.

◇ 김현정> 아내분이 그 말씀 들으면 좋아하지 않으세요? (웃음)

◆ 고 은> 아내는 가만히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두 분이 지금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랑의 감동이 저는 와닿습니다. 두 분이 83년에 만나셨어요. 그래서 결혼할 때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결합이다, 이런 찬사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팔순을 앞둔 지금도 아내를 바라보면 예전처럼 설레고 애틋하고 그러세요?

◆ 고 은> 네. 자고 나면 그렇죠. 자고 나면 또 그렇고요.

◇ 김현정> 그러십니까? 어떤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우세요?

◆ 고 은> 그냥 늘 서로 그래요. 우리는 연애가 아주 깁니다.

◇ 김현정> 그 비결이 뭘까요? 사실 결혼은 4, 5년만 결혼생활해도 서로 질린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헤어지기도 많이 하고.

◆ 고 은> 글쎄요.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질리지 않습니다.

◇ 김현정> 참 부럽습니다, 선생님.

◆ 고 은> 네. (웃음)

◇ 김현정> 이런 연시집을 좀 일찍 내지 그러셨어요? 좀 젊었을 적에 말입니다.

◆ 고 은> 아닙니다. 저는 다른 일들을 많이 해 왔고 그래서 이제쯤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번에 나온 것이 가장 맞는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여겨졌습니다.

◇ 김현정> 왜 그럴까요?

◆ 고 은> 또 이 다음에 또 내고 싶습니다.

◇ 김현정> 한 편 더. 그렇게 생각을 하시군요. 어떻게 보면 계획에 이쯤 내야겠다, 생각이 있으셨던 건가요?

◆ 고 은> 아니요. 제가 여러 작업들을 마치고 지난해 만인보라는 아주 긴 시간을 들여서 쓴 작업도 마치고 그래서 이제 이런 시를 한번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아도 좋겠다 하고 나온 것이죠.

◇ 김현정> 그래서 그런지 스무살 청춘들의 연시집, 사랑시집하고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말하자면 아주 오래 우려낸 진국 같아요.

◆ 고 은>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오늘 아침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건강하십시오.

◆ 고 은>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생애 최초의 연시집을 냈습니다. 시인 고은 선생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