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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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금) 월계동 산사태 생존자 김은희씨 “아들 덕에 월계동 산사태에서 살아났어요"
2011.07.01
조회 44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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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월계동 산사태 생존자 김은희 씨.

서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9일. 월계동 국철 1호선 공사 현장에서 순식간에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무려 토사 1500톤이 쏟아져버린 건데요. 하필 그 순간에 길을 지나던 차량 3대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1500톤 흙더미에 깔렸습니다. 1명이 사망. 3명은 다쳤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에는 목숨을 걸고 쏟아지는 흙더미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어머니를 구한 아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어머니 김은희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사고가 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몸 상태가 어떠세요?

◆ 김은희> 그때 흙더미에 눌려서 그런가? 계속 눌리는 기분이고 몸이 더 무겁고 일어나기가 힘드네요.

◇ 김현정> 아들은 어떻습니까?

◆ 김은희> 약간 공황상태라고 해야 되나, 잠을 못 자네요.

◇ 김현정> 지금 멀쩡한 상태일 수 없겠죠. 1500톤 흙더미에 깔렸던 분들인데 당시 상황을 좀 짚어봐야겠습니다. 29일이었죠. 어머니하고 군인인 아들 임세진 씨하고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흙더미가 덮친 겁니까?

◆ 김은희> 그 지역이 평소에 가끔 이용하던 도로였거든요. 거기를 보면 항상 불안했었어요. 전철 길인데 어디 펜스며, 뭐며, 약해 보이고 불안하다고 느꼈던 곳인데 딱 그 자리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악 소리도 못 하고 바로 위에서 뭔가 확 내덮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우리 아이쪽으로 그 흙더미가 갑자기 쏟아져 내려가는 거예요.

◇ 김현정> 피할 겨를이 전혀 없었던 건가요?

◆ 김은희> 피하고 뭐고 그 자리에서 그냥 떨어지는데. 그래서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괜찮니?’ 하는데 ‘니’자도 하기도 전에 폭발하면서 저한테 더 크게 떨어진 거예요.

◇ 김현정> 흙이 어디까지 쌓였습니까?

◆ 김은희> 목 아래로는 다 흙더미에 묻히는 상황. 거의 목 밑, 가슴 위까지 쌓인 거예요. 그게 순식간이에요.

◇ 김현정> 몸을 움직여보려고 하셨을 거 아닙니까?

◆ 김은희> 움직이기도 전에 우리 아들이 걱정이 되어서... 애는 ‘엄마, 엄마’하고 저는 아들 이름 부르면서 ‘괜찮니, 괜찮니’ 그러는데 ‘엄마, 나 움직일 수 있어요’, ‘너 빨리 나가라, 빨리 문 열고 나가라’, ‘그런데 엄마, 앞에서 또 흙더미가 밀려와요’, ‘빨리 나가라, 빨리 나가’ 그리고 저는 두 번째 흙더미가 오면서 잠깐 기절을 한 것 같아요.

잠깐 정신을 잃은 상태인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애 생각도 순식간에 나서 눈을 떠 보니까 아이가 나가서 ‘엄마, 엄마, 엄마’ 부르더라고요. 빨리 나오라고. 그때 정신 차려서 ‘안 된다, 엄마 움직일 수 없으니까 너 가까이 오지 말고 뒤쪽으로 피해’ 라고 그랬더니 ‘엄마, 또 몰려오려고 그래요. 또 몰려오려고 그래요.’ 막 울면서 제 옆쪽을 파더라고요.

◇ 김현정> 군대 갔던 아들이 휴가 잠깐 나와서 이런 일을 당했고 어머니는 너 움직일 수 있으니 너라도 가라. 계속 흙이 떠내려온다, 너라도 살아야한다 하는데 아들이 갈 수가 있겠습니까? 어머니를 어떻게 구한 거예요?

◆ 김은희> 막 울면서 아주 미친 애처럼 ‘빨리 나와야 돼요, 빨리 나와야 돼요.’ 모래를 파면서 빨리 움직여 보라고.

◇ 김현정> 손으로 흙을 파내는 거예요?

◆ 김은희> 왜냐하면 이게 덮쳐서 문을 열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애가 안에서 막 그러는데 다행히 흙더미가 비가 와서 물하고 같이 부드러워져서 이것을 비트니까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아들이 계속 흙을 파 주는데 손이고 뭐고 엉망이 되도록 일단 판 거네요. 흙을 막으면서.

◆ 김은희> 파서 간신히 문을 20cm 정도 살짝 열더라고요. 정신없이 겨우 빠져 나왔어요. 그러니까 애가 나를 안고 잡아 당겨서.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이 모자가 극적으로, 정말 영화 같은 얘기네요. 극적으로 구조가 됐습니다.

◆ 김은희> 정말 진짜 이거는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지. 그러고 나왔는데 우리 일 같지도 않고요.

◇ 김현정> 어머니, 수도 서울의 도로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나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히시죠?

◆ 김은희> 상상이 안 되죠. 거기는 전철길인데 어떻게 이 많은 토사가 어디서 왔나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안전불감증을 우리가 뉴스에서만 들었는데 제대로 실감을 하셨겠어요.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

◆ 김은희> 너무 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 김현정> 지금 말씀을 쭉 듣고 보니까 아드님이 정말 몸을 불살라서 어머니를 구한 건데, 지금 몸 상태는 엄마보다 더 안 좋은 상태?

◆ 김은희> 어느 아들이든지 엄마가 그랬는데 그렇게 안 할 아들이 어디 있겠어요.

◇ 김현정> 물론 그렇습니다만, 이 시대에 또 이런 효자를 보기가 드물어요. 자기 목숨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말이죠. 그래서 이게 보도가 되면서 칭찬이 쏟아지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는 건데요. 군대 갔다가 잠깐 휴가 나와서 이런 일을 당한 아들, 고마운 아들, 장한 아들한테 한마디 해 주시죠? 지금 아들은 병원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은희> 네. 같이 있는데요. 정말 감사하죠. 다시 사는 기분이고요. 정말 아들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감사하죠. 정말.

◇ 김현정> 월계동 끔찍한 사고의 현장에 이런 영화 같은 사연이 있다고 해서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봤습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신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월계동 산사태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 나온 모자의 이야기, 그 중에 어머니 김은희 씨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