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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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25(월)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교수"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은 왜 13위로 추락했을까"
2011.07.25
조회 152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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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 속 원인 분석 중
- 정부의 '수학 영재 발굴 억제 시스템' 부작용
- 수학과 음악은 영재 발굴이 중요
- 입학사정관 제도와 학교장 추천으로는 한계
- '수학의 김연아' '수학의 모차르트' 발굴 원천 봉쇄
- 사교육으로 풀 수 없는 차별화한 시험통해 영재 발굴 필요성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포항공대 수학과 박형주 교수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 과학은 참 잘한다,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하죠. 실제 국제 대회에 나가면 상위권을 싹쓸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끝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100개 참가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7위로 선전했네요. 등수야 떨어질 수도 있죠. 등수에 연연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교육 시스템의 어떤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아닌가, 이런 우려의 소리가 나와서 오늘 그 문제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국제 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이자 대한수학회 국제교류위원장을 맡고 계세요. 포항공대 박형주 수학과 교수 연결해 보죠.

◇ 김현정> 2005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5위 밖으로 밀려나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13위,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박형주>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죠. 당황한 분들이 많고요. 원인을 분석해 보려고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당황했다,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건 원인일 겁니다. 왜 이렇게 성적이 갑자기 뚝 떨어진 건가요?

◆ 박형주> 내용을 보면 답안 작성 과정에서 작은 실수들이 겹친 탓이 있습니다만, 교육 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시스템 탓도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금 더 설명 드리죠. 영재성 발굴이 가장 중요한 분야로 흔히 음악과 수학을 꼽습니다. 훈련만으로는 살리에르는 될 수 있어도 모차르트는 될 수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재능이 있어야 된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된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형주> 그렇죠. 그러니까 훈련만을 통해서 다다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분야에 따라서는 올림피아드도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다른 물리나 화학, 생물, 지구화학도 있고 각각 특성이 있죠. 공통적인 거라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서 집중적인 학습의 기회를 부여해서 훈련하는 방식인데요. 그런데 이 학습과 훈련이 더 중요한 분야도 있고 영재성 발굴이 중요한 분야도 있죠. 수학은 영재성 발굴이 사활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2년 전부터 올림피아드도 학생 선발을 위한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누가 잘하는지 가늠하는 대회가 없어져버린 거군요.

◆ 박형주> 네. 그러니까 올림피아드 결과를 학교기록에 남길 수도 없고요, 입시에 사용할 수도 없어요. 이렇게 비유할 수 있죠. 저희들이 빙상 사교육이 염려된다고 국내빙상대회를 없애버리면 사교육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만 지금의 김연아 선수는 발굴할 수 없었겠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도 없었을 것이고요. 현재 상황을 비유한다면 수학의 김연아를 찾아낼 방법이 원천봉쇄 된 겁니다. 어린 모차르트를 찾을 방법이 없고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올림피아드 나간 학생들은 어떻게 선발된 학생들이에요?

◆ 박형주> 그러니까 교육당국의 현재 정책에 따르면 영재발굴도 사정관제도를 사용하라는 겁니다.

◇ 김현정> 사정관 제도, 그럼 사람이 지금까지의 프로필을 보고 면접해서 뽑는 건가요?

◆ 박형주> 면접도 안 하죠. 1차 시험은 없고요. 그러니까 교사추천서와 본인소개서 등을 활용하는 게 사정관제도인데요. 이런 사정관제도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 발굴의 방법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숨어 있는 영재를 찾아내는 좋은 방법인가에는 의문이 있죠.

◇ 김현정> 그렇군요. 사교육 열풍을 우려해서 국내의 대회를 싹 없애버리면서 그 다음부터 영재 뽑는 방식이 교장선생님, 교사들의 추천으로, 또 자기가 내가 하겠습니다. 이런 학생들 위주로 뽑다보니까 제대로 영재 발굴이 안 됐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시는군요?

◆ 박형주> 물론 좋은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나오는데요. 그렇지만 보통의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폭발적인 재능을 나타내는 영재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영재를 찾아낼 방법이 없는 건데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불가능합니다. 용을 찾으러 개천에 가야 되는데 그 개천에 못 가는 거죠.

◇ 김현정> 솔직히 무슨 경시대회 입상 성적 이런 게 대학입시하고 연관이 되면서부터 그 입상을 타겟으로 한 사교육 열풍이 심각했던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그것 좀 없애달라는 학부모 요구도 많았고 그래서 말입니다, 국제대회에서 우리 체면도 중요하지만 사교육 부작용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 아니었느냐 이런 의견도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 박형주> 사교육 문제해결도 물론 중요합니다. 수학교수들도 관심이 많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영재 발굴의 영역과 대입 입시의 영역은 조금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올림피아드에서 나오는 문제를 훈련만을, 학원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문제풀이 기계를 만드는 이런 형태로 그 정도 레벨에 가기 힘들다고 저희들이 판단을 합니다. 문제의 수준이나 식을 풀이하는 방식이나. 왜냐하면 올림피아드 같은 경우는 6개 문제가 모두 주관식이고요. 6개 문제를 9시간 동안 풉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가 입시문제와 겹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물론 올림피아드만을 준비시키는 그런 학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저는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우리의 체면, 등수가 13등에서 너무 창피하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영재가 발굴돼야 지원도 하고 육성도 하고 이렇게 할 텐데 지금 도대체 어디에 영재가 숨어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 부분을 지적하시는 거예요. 진짜 영재들이 영재 교육 못 받고 묻혀 있을 수 있다 이 부분. 그 말씀이신데. 그러면 이번 결과가 이런 시스템의 문제라면 앞으로 올림피아드에서도 계속해서 저조한 성적이 나올 수도 있는 거네요.

◆ 박형주> 아마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 박형주> 지금 제도가 시행된 지 2년 됐거든요. 그래서 이전 시스템 하에서 공부를 하던, 준비를 하던 이런 학생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말 점점 더 오리무중이라서 그러니까 이전에 중학교 때라든지, 이전의 기록이 있거든요, 저희들이 참고할 만한 그런데 이제는 정말 오리무중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정말 누가 잘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 발굴도 발굴이지만 지원육성도 중요한데 어떻게 그쪽 시스템은 괜찮은가요?

◆ 박형주> 이게 이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문제풀이 기계를 만들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수학적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발굴해서 자신감을 주는 그런 기회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로 사용을 하는 것이죠. 순위를 통해서 이런 것들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 김현정> 교수님 제가 궁금한 게요 수학자들이 데려다가 개인지도를 한다든지 이런 지원 시스템이 돼 있는지 궁금해서요.

◆ 박형주> 저희들이 대한수학회에서 실제 학생들을 위한 여름 학기의 캠프를 개최해서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제대로 뽑는 게 중요한데 그 부분이 막혀 있다. 자, 그렇다면 좀 이상적인 대안, 사교육 부작용도 없애면서 영재도 제대로 발굴할 수 있는 이런 이상적인 대안은 없습니까?

◆ 박형주> 저희들이 시험을 통해서 1차적으로 학생들을 기본적으로 어떤 학생들이 있는지 어떤 학생들을 발굴할 필요는 있습니다. 시험의 수준이나 그리고 그 시험에서 실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통해서 잘하는 학생들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이해를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저희들이 만들어야겠죠.

◇ 김현정> 청취자들 질문이 들어오는데 북한은 이번에 7위,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박형주> 사실 갑작스러운 돌풍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는 올해가 8회째 참여인데요. 초기에 90년부터 초기에 3번 참여를 했었고요. 그리고 그때 부정행위에 연루되었습니다. 그래서 쭉 참여 안 하다가 2007년부터 5년 연속 참여를 하는 건데요. 2007년이 사실은 실제적인 첫 번째 참여인데 8위를 했습니다. 그 다음에 2008년에 7위를 했고요.

◇ 김현정> 거기는 그러면 영재발굴시스템이 괜찮은 건가요?

◆ 박형주> 알려져 있기는 아마 우수한 영재를 조기에 발굴해서 집중적인 훈련을 시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시스템이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2009년에는 한국이 4위였었고 북한이 바짝 따라붙어서 5위를 했었습니다.

◇ 김현정> 우리의 영재발굴 시스템, 수학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번 체크 해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 듭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