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31(수) 가수 인순이 "아버지는 내게 용서이자 치유"
2011.08.31
조회 77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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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과의 소통 위해 '나가수' 출연 결정
- 설사 꼴찌한다해도 나는 만족
- 이승철, 신승훈 등 경연하고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가수 인순이

노래라는 건 가수가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영혼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업이죠. 영혼을 담은 노래만이 듣는 이의 영혼도 울릴 수 있을 텐데요. 인순이 씨 공연에 가면 유독 눈물을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명불허전, 요즘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수 인순이 씨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 김현정> 인순이 씨, 안녕하세요?

◆ 인순이>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왜 그렇게 사람들을 울리세요?

◆ 인순이> 글쎄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우신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 김현정>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울렸다 웃겼다, 들었다 놨다,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떠세요?

◆ 인순이> 그 방송 나가기 전하고 후가 마치 신데렐라가 된 느낌이던데요.

◇ 김현정> 인순이 씨는 원래부터 유명한 국민 가수인데도 그렇습니까?

◆ 인순이> 그냥 가는 데마다, 특히 남자분들께서 음식 값 안 받겠노라고 하세요. 아버지 생각하면서 너무 울었노라고... 하여튼 뭘 사러가더라도 이제 돈을 잘 안 받으시려고 해요.

◇ 김현정> 그 아버지라는 곡이 첫무대에서 불렀던 곡이잖아요. 혹시 인순이 씨도 부르면서 울컥한 적 있으세요?

◆ 인순이> 많았어요. 제가 카네기홀에서도 이 노래를 불렀었거든요. 107분의 참전용사 분들을 모시고 당신은 '제 아버지이십니다.'라고 이 노래를 불렀고, 그 전날도 역시 교민과 함께한 모임에서도 부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전국민이, 또 해외에 계신 교민까지도 우셨노라고 연락 주시네요.

◇ 김현정> 누구에게나 아버지라는 세 글자가 주는 아련함, 애틋함도 있는 것 같죠?

◆ 인순이> 특히 아버지는 가깝기도 하지만 조금 어렵기도 하고, 또 특별히 아들과 아버지 사이는 남자들끼리라 그런지 왠지 나이가 들수록 더 서먹서먹해지는 것 같고, 사랑한다는 얘기를 서로가 가슴에 있으면서도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남자분들이 이번에 더 절절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인순이 씨도 그 생각하면서 눈물도 나고 그러셨던 거죠?

◆ 인순이> 가끔 그렇죠. 저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용서와 치유가 함께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슴이 많이 절절하죠.

◇ 김현정> 그런 심정을 담아서 노래를 부르니까 듣는 사람도 같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인순이 씨도 '나는 가수다' 무대에 서기 전에 떨리세요?

◆ 인순이> 저도 긴장돼요. 떨리고요.

◇ 김현정> 아니, 30년 넘게 노래를 하시는 분인데요?

◆ 인순이> 사실은 갈수록 무대가 더 떨리거든요. 왜냐하면 관객 한 분, 한 분을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무대조명이 굉장히 강한데도 관객 얼굴이 보입니까?

◆ 인순이> 다 보여요. 그래서 겁나요.

◇ 김현정> 그런데도 아주 파워풀한 무대로, 파워풀한 목소리로 높은 음도 너무 쉽게 올라가버리니까 뒤에 나오는 가수들이 참 곤란할 것 같은데요?

◆ 인순이> 후배들이 그냥 하는 얘기가 앞뒤로 안 붙고 싶다고 해요.

◇ 김현정> (웃음) 제발 그 자리는 좀 피해달라고요. 지금 같이 출연중인 가수들이 전부 후배죠? 후배들과의 경쟁이 조금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 인순이> 저는 그 무대를 후배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팬과 나와의 소통이라는 생각을 갖고 나갔어요. 해 본 후회, 안 해 본 후회라는 게 있는데 해 본 후회는 갈수록 작지만, 안 해 본 후회는 갈수록 제 가슴에 크게 남아 있을 것 같고, 저한테는 어쩌면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때를 놓치지 않겠다, 나는 경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했는데요. 저는 그 무대를 밟았다는 것과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봐 줬다는 관객이 있는 곳에서 노래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실 만족하거든요.

◇ 김현정> 이럴 일은 없겠지만 설사 꼴찌를 하는 날이 있더라도 그것조차 즐길 수 있으세요?

◆ 인순이> 그럼요. 그것조차도 감사하죠.

◇ 김현정> 잘한다는 선수만 모아놓고 한판 벌이는 진검승부인데, 이 가수를 한번 초대하고 싶다, 이 가수와 한 무대에서 겨루어 보고 싶다, 이런 선배나 후배가 있으세요?

◆ 인순이> 이승철도 있고 신승훈도 있고 성시경도 얼마 전에 만나서 얘기를 해 봤는데 나올 듯하더니 안 나오네요. 박미경이라든지 신효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참 많거든요. 그래서 이 무대 나와서 다시 한 번 재조명을 받고, 이런 가수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올해가 데뷔 34주년 맞으시죠? 1978년에 희자매로 데뷔를 하셨는데 먼 훗날에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 예상을 하셨어요?

◆ 인순이> 저는 예상 못했습니다. 그냥 '겨우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꿈은 버리지 않았고요. 저는 나이트클럽에서 돈을 벌어서 모두 저한테 다 썼어요. 노래를 공부하고 밴드를 만들고 의상을 화려하게 입고, 공연 연출이나 그런 걸 공부하면서 언젠가 내 무대가 오면 나는 이렇게 한번 해 보리라, 하며 준비했던 것이 어느 날 빛을 보게 된 거죠.

◇ 김현정> 그게 언제쯤부터죠? 좀 되는구나 싶었던 때가 언제부터라고 생각하세요?

◆ 인순이> 제가 열린음악회로 재조명을 받았는데, 그때가 93년도쯤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34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어떤 무대일까요?

◆ 인순이> 작년에 유방암 환자분들의 걷기 대회가 있었어요. 그분들이 먼저 걷고 어떤 교각 밑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거기서 우리가 같이 노래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가 참 제 가슴을 많이 울렸던 것 같았어요.

◇ 김현정> 34년 동안 세종문화회관, 카네기홀까지도 서 봤는데, 그것보다도 다리 밑에서 옹기종기 부른 그 노래가 더 기억나세요. 인순이 씨, 참 따뜻한 분이십니다. 오늘도 인터뷰하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공식주제가를 불렀고요. 또 9월부터는 다문화 다국적노래단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할 예정도 잡혀 있고, 뮤지컬 캣츠도 출연하시고 개인콘서트 계획도 있으세요. 도대체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 인순이> 글쎄 말이에요. 이건 아마도 여러분이 저를 기대하시고 기다려 주시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 김현정> 쉰이 넘으셨잖아요?

◆ 인순이> 네.

◇ 김현정> 체력은 괜찮으세요?

◆ 인순이>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 김현정> 무엇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세요?

◆ 인순이> 노래할 때와 가족이 함께 있을 때요. 서로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은 노래할 때 에너지가 되고, 노래할 때의 그 기쁨은 가족한테 에너지가 되고요.

◇ 김현정> 파워풀한 무대를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가족과 노래 안에서 행복하십시오.

◆ 인순이> 감사합니다.

◇ 김현정>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수 인순이 씨를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