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31(수) 고동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해고 2년... 우리는 돌아가고 싶다"
2011.08.31
조회 50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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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동민 씨


2009년 5월, 여러분은 쌍용차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회사가 2600여 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발표를 했고요. 여기에 반발한 직원들이 77일간 공장 안을 지키면서 파업을 했습니다. 결국은 공권력이 투입된 끝에 세 가지 형태로 정리가 됐습니다. 희망퇴직으로 1500명, 무급휴직으로 462명, 정리해고로 159명,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잊고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쌍용차 전 직원 고동민 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정리해고당하고 나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 고동민> 저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파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수감 되었다가 작년 2월에 나왔어요.

◇ 김현정> 구속 되셨군요?

◆ 고동민> 그리고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복직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복직사업을 하신다는 이야기는 취업을 안 하셨다는 이야기네요?

◆ 고동민>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복직하려면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간에 찜질방에서 불을 떼는 아르바이트라든지, 새벽에 우유배달 하는 것을 계속 지금 해 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족이 어떻게 되세요?

◆ 고동민> 저희는 집사람과 아이 세 명 있습니다.

◇ 김현정> 아이가 세 명이나 있으세요? 막내가 몇 살입니까?

◆ 고동민> 막내는 2009년 10월에 제가 구속수감 됐을 때 아이를 낳아서 두 살 되었습니다. 10월이면 두 돌입니다.

◇ 김현정> 첫째는 몇 살입니까?

◆ 고동민> 9살입니다.

◇ 김현정> 그럼 다섯 가족의 생활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하세요?

◆ 고동민> 일단 쌍용자동차에서 강제 퇴직 당했을 때, 가압류 된 것 빼고 1000만 원 정도가 저희들한테 지급이 되었고요. 이 돈과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퇴직금 1000만 원과 찜질방에서 일하고 우유 아르바이트를 해도 큰돈은 안 될 텐데요?

◆ 고동민> 많은 해고자 분들이 파산 신청도 하셨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서 부부관계도 악화되고, 이혼들도 많이 하시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죠.

◇ 김현정> 부인은 일 안 하시고요?

◆ 고동민> 아기가 아직 어려서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돌 지난 막내를 포함해서 아이 3명,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시겠어요?

◆ 고동민>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서 가족관계도 안 좋고 이혼도 많이 하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들도 많은데요. 솔직히 아이들을 보면 그냥 살아야지, 살아내야지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해요.

◇ 김현정> 지금 인터뷰하면서도 고동민 씨가 이를 악물고 하시는 것 같아요. 슬픔이 복받쳐 오르는데 이를 악물고 기운내시면서 하는 거 같은데요. 이 상황이 고동민 씨의 특수한 상황인가요? 아니면 2000명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건가요?

◆ 고동민>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지만 사실 해고자들의 삶이라는 게 여러 가지로 지금 비슷합니다. 훨씬 더 어려운 분들도 많고요. 예를 들면 올 2월에 무급휴급자인 임 모 조합원이 돌아가셨는데요. 작년에 그 분 부인께서 자살을 하셨어요. 이 분이 돌아가실 때 아이들 둘만 남겨놓고 통장 잔고 3만 원, 그리고 카드빚이 150만원 있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고자들한테는 동료의식보다도 통장에 3만원, 카드빚 150만원이 가슴에 확 박히거든요. 진짜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적어도 무급휴직자 462명은 이제 해고가 아니라 휴직상태인 거잖아요. 2년이나 지났는데 이분들은 들어갔어야 하는 시점 아닙니까?

◆ 고동민> 그렇습니다. 1년 뒤에 복귀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원래 462명인데 돌아가신 임 모 무급자 한 분이 돌아가셔서 461명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분들은 왜 못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 고동민> 일단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로 쌍용자동차가 계속 약속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회사경영이 정말 어려운 건 아닌가요?

◆ 고동민>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합의했던 내용들에는 만약 어려울 때도 고통분담을 전체적으로 함께하자는 차원에서 약속했던 것들이 따로 있거든요.

◇ 김현정> 월급을 좀 줄이더라도 우리 함께해 나가자, 이렇게 약속을 했던 것이군요?

◆ 고동민> 약속했던 겁니다. 예를 들면 저희 약속한 것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 중 19명을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요. 신규 인력이 54명이 발생했는데 사실 이건 비용문제가 아니거든요. 비정규직 신규인력이 54명이 충원이 됐는데, 사실 약속 사항을 지킬 마음이 없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게 점점 절망 속에서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2년 사이에 14분이 돌아가셨더라고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 과로로 사망한 분들도 있는데, 이런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모여서 얘기들 좀 하고 그러세요?

◆ 고동민>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저희가 올 1월부터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님하고 집단심리치료를 함께 받고 있거든요. 평택시청에서 쭉 받다가 올 9월에 심리치료센터를 만들어서 계속적으로 해고자들이나 가족들, 또 아이들 심리치료까지 함께 고민하면서 이어갈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아이들도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가요?

◆ 고동민> 그럼요. 엄청나게 심각한 상태죠.

◇ 김현정>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 우리가 항상 다른 일자리 찾으면 되지 않느냐, 아직 젊지 않느냐, 이렇게 쉽게 말을 합니다만, 그게 내 일이 됐을 때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 대책 없는 해고를 너무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