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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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아버지 위한 성욱씨의 감동시구"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사직구장 롯데-KIA전 시구자 정성욱 씨
지난 수요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가 벌어지던 저녁.
그라운드에 불이 들어오고 한 명의 시구자가 걸어 들어옵니다. 40대의 이 평범한 샐러리맨이 공을 던지는 순간 관중석에 있던 한 노신사가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죠? 지난 수요일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이 프로야구 시구가 지금 대단한 화제입니다. 유명인도 아니고 평범한 일반인인데요.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아주 의미 있는 시구였다고 하네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부산에 사시는 정성욱 씨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공은 안 떨고 잘 던지셨어요?
◆ 정성욱> 솔직히 제가 공을 강민호 포수 바로 앞에 땅볼로 던졌어요.
◇ 김현정> (웃음) 좀 떨리셨던 거예요?
◆ 정성욱> 떨리는 것보다는 원래 시구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제가 어깨 수술날짜를 잡고 하여튼 어깨가 안 좋아서요. 주심이 저보고 어떻게 남자가 그렇게 가까이에서 던지냐고, 계속 뒤로 가라고 하는데 주심이 그냥 미워 죽는 줄 알았어요.
◇ 김현정> 시구를 신청한 사연이 있다면서요. 어떤 사연입니까?
◆ 정성욱> 제가 롯데 홈페이지를 우연히 보다가 일반인 시구를 공모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버지하고 아이들한테 좋은 추억거리도 만들어드리고, 또 우리 아버지가 사직구장을 손자들하고 가보는 게 소원이셨어요. 암 투병중인 아버지한테 희망시구가 좋겠다 싶어서 신청 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버지가 지금 암투병중이신데 희망을 드리고 싶으셨군요. 그러니까 위암 판정이시라고 하던데,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건가요?
◆ 정성욱> 2003년도에 위암수술을 받으셨고, 5년 만에 2008년도에 재발하셔서 올 6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으셨어요. 그런데 연세가 70살 정도 되다 보니까 이제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대요. 그래서 현재는 집에서 요양중이시고, 병원에서는 한 2개월 정도 사시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많이 안 좋으신 상태군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어깨가 안 좋은데도 이번 시구를 하셨던 거고요. 그런데 왜 시구입니까? 희망을 드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 정성욱> 아버님이 워낙 야구를 좋아하시고 저 역시도 야구광이기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됐죠. 특별한 이벤트인 것 같아서요.
◇ 김현정> 아버지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세요?
◆ 정성욱> 저희 아버지가 야구는 2003년 위암 판정 받으시고, 한 6시간의 대수술을 받으시고 나온 이후에도 처음 물어보시는 말이 '야구 어떻게 됐노?'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 김현정> 암수술을 받고 나오셔서 롯데는 어떻게 됐니? 이러신 거예요?
◆ 정성욱> 그게 상당히 궁금하셨나 봐요. 그리고 수술하시고 항암치료 하시고 입원하실 때도 다른 건 몰라도 야구중계는 꼭 보세요. 저희 아버지가 대수술만 세 번 정도 받으셨고, 한 쪽 눈을 실명하셨는데도 항암치료 받으면서 계속 버티는 게 야구 보시는 힘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그날 그렇게도 바라던 시구를 아들이 했습니다. 보고는 뭐라고 하셨어요?
◆ 정성욱> 상당히 흐뭇해 하셨고요. 그리고 힘드시지만 야구장에 끝까지 계셨고, 그날 롯데 경기보고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 김현정> 그날 롯데가 12:4로 대승을 거뒀잖아요.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겠네요?
◆ 천정배> 네. 그리고 홈런도 4방이나 나와서 더 좋아하셨습니다.
◇ 김현정> 시구덕분인가 봅니다.
◆ 정성욱> 강민호 선수가 저하고 악수를 하고 난 다음에, 바로 그 회에 홈런을 날리더라고요. 뭔가 통했나 싶습니다.
◇ 김현정> 아버지가 정성욱 씨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야구 팬이셨으면 아버지와 야구장에 얽힌 추억도 많으시겠어요?
◆ 정성욱>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야구가 출범을 했는데 그때 돈을 5000원을 주시면서 어린이회원에 가입을 해주셨죠. 그래서 지금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롯데 어린이회원 1기 회원이에요. 또 84년도 롯데가 처음 우승한 해가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시험기간이었는데 다른 TV는 절대 못 보게 하면서도 야구중계는 허용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86년도 사직구장 개장한 해에 고등학교를 입학 했는데, 그때 동문고등학교라는 야구장 바로 위의 학교를 제가 나왔습니다. 저희 학교가 산이라서 야구장 전광판도 보이고 관중석도 훤히 보여요. 흔히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고 있으면 와, 함성이 들리고 불빛도 밝으니까 공부가 안 되잖아요. 흔히 이야기하는 야간자율학습 땡땡이도 쳤지요.
◇ 김현정> 산 넘어서 야구장 가셨군요?
◆ 정성욱> 야구장을 자주 갔고 공짜 구경도 많이 했죠. 제가 참고로 탤런트 공유 아시죠? 공유가 본명이 공지철인데, 걔 아버지가 롯데 프런트 출신이고 저희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그래서 이 방송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공유를 다음에 만나면 제가 선배로서 소주 한 잔 사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그래요. 정성욱 씨. 재미있는 추억이 끝도 없네요. 방송출연 처음 하시는 거죠?
◆ 정성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런 기회가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께 공개적으로 한 말씀, 평소에 얼굴 보고 못했던 이야기 하실 기회를 드릴게요.
◆ 정성욱> 아버지. 아버지가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장성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아버지의 삶, 그리고 강한 의지를 제가 본받아서 아버지만큼 제가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희 곁에 오래오래 남아주셨으면 좋겠고요. 꼭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야구장에 같이 가서 우승하는 것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참 이것은 너무 아픈 사연인데요. 아버지 한 쪽 눈이 실명하신 것을 저희 어릴 때 자식들한테 안 보이려고, 기 안 죽이려고 항상 돌아누워 주무셨어요. 그리고 의안이라서 그걸 빼고 주무셔야 돼요. 그걸 자식들한테 안 보이려고 했는데 저희는 다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 손주들한테도 그렇게 가슴 아프게 돌아누워 주무시고 이렇게 하시는데, 아버지 이제 안 그러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가 그런 거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기 때문에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 김현정> 뭉클해지네요. 아버님 건강하셔서 정말 한국시리즈, 롯데가 우승하는 거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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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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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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