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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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질감, 카타르시스 얻고자 욕설
- 인터넷 등 자극적 대중매체가 부추겨
- 욕설, 무조건 막을땐 더 반발 부작용
- 꾸짖기보다는 어른들부터 언어순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얼마 전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 됐는데, 무려 66%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매일 욕을 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하루에 자주 또는 습관적으로 욕을 한다는 학생들도 29%나 됐습니다.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어제 대책을 하나 내놨는데요. 욕설을 많이 하는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니다. 뭔가 방안이 필요한 건 사실인데,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좀 의문이 드네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우선 요즘 10대들에게 욕설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 곽금주> 과거에도 우리가 은어를 쓴다든지, 선생님이나 친구들 별명 부르기가 있어 왔죠. 그런데 요즘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서 욕설을 하는 걸로 번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욕설하는 것이 청소년 때에는 자기들만의 어떤 동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부모라든지 학교라든지 선생님들에게 반항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라고 할까요. 이러한 것들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 김현정> 실험을 했어요. 어떤 고등학생한테 녹음기를 부착해 놨더니 학교에서 4시간 동안 385번의 욕을 하더라는 겁니다. 저는 이걸 듣고 깜짝 놀랐는데, 이 학생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66%가 매일 욕을 한답니다. 옛날하고 비교하면 굉장히 많이 하는 거죠?
◆ 곽금주> 너무 많아졌고요. 저도 무심결에 중학교 여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하고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어요. 정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욕을 계속 섞어가면서 친구하고 대화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러한 현상이 나쁜지 좋은지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친구들하고 대화할 때, 이러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 문자할 때도 꼭 그렇게 뒷부분에 욕이 붙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이런 청소년들은 친구들하고의 관계가 너무 중요하니까 친구 하는 것을 그대로 흉내를 내고 따라하는 것을 마치 '나는 친구들 집단에 끼어 있다. 그리고 내가 표준어를 쓴다든지, 예의바른 말을 하게 되면 왕따를 당할 거다.' 이러한 생각들이 깊게 자리 잡으면서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예전에도 동질감 느끼고 반항심에서 욕하고 이런 게 있긴 있습니다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이렇게 급증하게 된 더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 곽금주> 우리 사회가 지금 너무나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 때에 평범하게 글을 올리게 되면 사람들이 별로 조회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좀 더 용어를 자극적으로 쓰거나 할 때 사람들이 더 쳐다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 김현정> 이른바 낚시라고 하는 자극 정보군요?
◆ 곽금주> 그리고 TV에서도 사실은 재미있는 말을 많이 만들어내기도 해요. 요즘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 같은 것을 재미있게 만들고, 신조어도 만드는데요. 그러한 것들을 부추기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욕설을 하게 되면, 점차 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너도 나도 다 쓰게 되는, 결국 청소년들에게는 비판할 판단능력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무조건 흉내 내서 쓰게 되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께서 '아이들하고 대화해 보니까 욕 안 하면 재미없다네요.' 이렇게 얘기를 해 주셨어요. 뭔가 대책이 있어야겠다고 해서 나온 방안이 '욕설을 많이 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해서 상급학교 진학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 이거 방법이 될까요?
◆ 곽금주> 저는 이걸 보면서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몇 년 전부터 이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사실 언어라는 것은 굉장히 습관적인 겁니다. 그리고 습관은 인간에게 자동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만들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바꾸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까 성인이 되어서도 어쩌면 이러한 욕설을 계속 가지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마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약간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죠. 그러나 정말 이 학생들이 욕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다 완전하게 막을 수 있을까, 이렇게 막게 되면 또 다른 쪽에서 더 하고 싶은 욕구들이 생기거든요. 또 '저 친구는 안 걸렸는데 왜 나만 이렇게.' 불공평이라 할까요. 평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감이 더 일어나서 어쩌면 청소년들의 판단, 생각에 더 해롭지는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부작용이 더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럼 심리학과 교수님으로서 보시기에 어떤 식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요. 하루아침에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 곽금주> 전혀 아니고요. 하루아침에 될 수가 없고. 일단은 가정에서도 조심을 하셔야 될 것 같고요. 부모님께서 무조건 야단쳐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는 안 하고 밖에 나가서 하는, 그 정도 변별이 되면 차라리 다행이에요. 그러한 것들이 도를 넘어가서 정말 습관적으로 되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언어는 모방을 하기 때문에 자꾸 고쳐주는 식으로 바꿔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 다음에 학교라든지 또 대중매체에서도 지나치게 이러한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거든요. 남을 비난하거나 헐뜯거나 해서 웃음을 자아내고,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도 좀 더 막아야 될 것 같다는, 삼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자꾸 좋은 말을 쓰고 예쁜 말을 쓰고, 우리나라 말이 굉장히 여러 가지 표현을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언어잖아요. 욕을 하지 말라고 막는 대신에 욕을 더 아름답고 더 재미나고 예쁜 단어로 바꿔주는 노력을 학교 차원이라든지 가정, 또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막으려고 할 때는 도리어 더 반발이 생겨요.
◇ 김현정> 다른 쪽으로 풍선효과처럼 말이죠?
◆ 곽금주> 그러한 효과를 사회 전체적으로 막는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되지 않을까, 어려운 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김현정> '국회의원님들부터 고성, 막말 자제하셔야 된다. 사회 분위기 만들자.' 듣는 동안에도 문자들 많이 오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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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0(월) 곽금주 서울대 교수 "욕설하면 생활기록부? 부작용이 더 클 것"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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