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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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 (장례위원장)
결국 사람은 오지 못하고 영정만 돌아왔습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 일행. 그들을 찾지 못한 채 수색작업은 마무리가 됐고요. 오늘 새벽에 수색대와 가족들이 영정사진을 안고 입국을 했습니다. 오늘부터 장례절차에 들어가는데요. 이번 수색 전 과정을 지휘하고 오늘 새벽에 돌아온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을 연결 해 보죠. 회장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이인정> 네.
◇ 김현정> ‘이제 더 이상은 힘들겠다. 수색 그만 하자.’ 결정하게 된 어떤 기준이 있었을까요?
◆ 이인정> 저희들이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 다음 날 현장에서 그 쪽 경험이 많은 셰르파들을 투입했거든요. 헬기로요. 그 후로 철수명령이 있는 날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수색작업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그 주위환경이 몹시 수색하기가 어려웠고, 또 돌사태 내지는 눈사태가 아직도 벌어졌거든요.
◇ 김현정> 수색하는 중에도 눈사태가 났어요?
◆ 이인정> 그래서 우리가 판단한 것은 날씨도 나빠졌지만, 또 겨울 시즌이 왔기 때문에 구름이 몹시 껴서 접근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고 난 지역을 찾아냈기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해서 철수명령을 내렸고 오늘 새벽에 귀국을 했습니다.
◇ 김현정>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왜 인공위성 자동위치 측정시스템, GPS라고 그러죠. 그런 걸 박영석 대장은 왜 사용 안 하셨던 건가요?
◆ 이인정> 그런 최신장비도 가져갔었습니다만, 수 십 미터에 있는 그런 물체는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수신 내지는 발신이 안 되는 최신 기계였기 때문에 아마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게 눈사태가 나면서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저히, 이것은 최신장비를 가지고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김현정>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말씀. 동영상을 저도 봤습니다만, 수색대도 목숨을 걸고 수색작업을 하시던데요. 어느 지점으로 추정을 하시는 거예요?
◆ 이인정> 일단 틈이 벌려진 크레바스는 샅샅이 뒤졌으나 거기서는 아무 흔적도 없었기 때문에요.
◇ 김현정> 크레바스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까? 빙탑은 아닌 걸로?
◆ 이인정> 그래서 주위를 다시 살펴본 결과, 큰 하켄을 박고 통과시킨 자일을 확인했어요. 산에서는 거기서도 텐트를 칩니다. 그곳까지 이동거리가 좌측으로 큰 설원 능선을 지나게 되어 있거든요. 눈사태가 좌우로 떨어지는 위험한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거기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묻힌 곳을 어느 정도 확인 하고 왔습니다.
◇ 김현정> 지금 목소리가 힘이 없으실 수밖에 없는 게 친형만큼 가까운 사이셨다는 것을 제가 압니다. 그런데 그만 하자고 결정할 때 회장님 마음도 무너져 내리셨죠?
◆ 이인정> 그렇죠. 이런 말을 할 수도 없는데. 그래서 엊그제는 가족들과 같이 현장을 가서 헬기를 타고 일일이 내려다보면서 설명도 했고요. 또 베이스캠프에 내려서 그 쪽 위치를 잘 설명해 드린 바, 가족들도 인정을 하고요. 고생하는 셰르파 내지 우리 구조대를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위로가 좀 됐습니다.
◇ 김현정> 박영석 대장은 어떤 동생, 어떤 후배로 기억하세요?
◆ 이인정> 그 친구는 제 자식 같죠. 자식, 부모보다도 같이 생활을 해 왔고 그동안 같이 고생을 했고, 같은 산행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박영석 군은 저희가 1980년도 마르셀로 등반을 끝내고 시에서 카 퍼레이드를 해 줬어요. 그걸 계기로 우리 학교인 동국대학교에 들어와서 산악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인연을 다졌죠.
◇ 김현정> 가끔은 말리기도 하셨다면서요? 이번에는 좀 위험해 보인다라든지. 그때마다 박영석 대장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 이인정>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실은 그동안 많은 위험을 겪었고 사고가 안 난다 생각을 했겠죠. 현실은 이런 비극으로 끝을 맺었습니다만, 제가 울면서도 애원도 했고요.
◇ 김현정> 울면서 가지 말라고 하신 적도 있으세요?
◆ 이인정> 여러 번 설득을 했습니다만, 그런 친구한테는 등산을 그만 하라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마 성공을 하고 내려왔어도 다음에 더 어려운 산을 위해서 준비를 했을 겁니다. 또 올라갔겠죠.
◇ 김현정>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있을 박영석 대장, 신동민, 강기석 대원에게 못다 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 한 말씀 주시죠.
◆ 이인정> 이번에 매스컴에서부터 모두가 세 사람의 생환 또는 구조를 바랐는데 결국은 안타깝게 됐습니다만, 그들은 이제 죽음으로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런 고생을 안 해도 되고 또 세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큰 산, 더군다나 길을 찾고 올라가는 훌륭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었기 때문에요. 국민 모두가 대통령께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습니다만, 그들은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산에서 살고 있겠죠.
◇ 김현정> 산악인이니까요. ‘이런 분들에게 산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는 또 도전했을 거다.’ 그 말씀이 계속 와 닿네요.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 모두가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고요. 오늘부터 장례절차가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도 함께 추모하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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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화)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그들은 이제 산에서 산다"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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