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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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6(수) 양동열 前경관 "조현오, 조폭 일선현장도 모른면서..."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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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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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 사용시 감찰 등 책임 커 위축
- 범죄사건 축소보고 조직문화 팽배
- 조 청장 조폭대책 진정성 없어
- 경험없는 간부의 면피성 포퓰리즘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동열 전 경사 ('09년 파면)

조폭이 눈앞에서 난동을 부리는데 경찰은 바라만 봅니다. 참으로 희한한 장면이죠. 지난 주말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조폭난동사건을 놓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몇 시간 전에 미리 출동해 있었으면서 전혀 진압을 못한 경찰에 대한 비판여론이 큰데요. 왜 진압이 제대로 안 됐는지,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그 속사정 들여다보죠. 경찰경력 20년의 전직경찰입니다. 양동열 전 경사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지금은 귀농을 하신다고요?

◆ 양동열> 고향이 경북 영천입니다. 완전하게 귀농했다기보다 부모님 일도 좀 도와주고 지금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 김현정> 양 전 경사님도 조폭들 난동 부리는 현장에 출동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 양동열> 한 20년을 (경찰)경험하면서 자주 있었습니다.

◇ 김현정>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신고가 들어갔습니다. '조폭들이 대거 몰려 있다. 불안하다. 출동해 달라.' 그래서 몇 시간 전에 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폭들의 난동을 눈앞에 두고도 왜 진압하지 못했을까. 왜일까요?

◆ 양동열> 인천장례식장 앞에서 벌어진 조폭 사태 같은 것은 경중의 차이가 있지, 비슷한 사건이 일선 경찰에서는 자주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상황 정도로 볼 때 크고, 언론에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이런 일이 전에도 자주 있었다는 그 말씀은 조폭들을 눈앞에 두고도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말씀이세요?

◆ 양동열> 그렇죠.

◇ 김현정> 왜 그런 겁니까?

◆ 양동열> 물론 1차적으로 경찰관이 미숙하고 적극적인 처리 부재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떤 경찰의 문화 때문이죠. 조직 내의 문화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조직문화라는 게 뭐가 문제죠?

◆ 양동열> 총기를 사용했을 때 의무와 책임 문제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 일선 직원들이 총기 사용에 대해서 아주 소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총기를 가진 경찰이 있더라도 이걸 잘못 썼을 경우에는 그 사람이 감사를 받는다든지 책임이 많이 따르는군요?

◆ 양동열> 그렇습니다. 책임만 많이 따르는 경찰 조직문화를 볼 때 개인이 어떤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결단을 내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적법하게 사용했더라도 감찰 조사를 받아야만 되고요.

◇ 김현정> 무조건 받는군요. 그렇다 보니까 일단은 가능하면 안 쓰는 쪽으로 하게 된다, 이런 말씀이세요?

◆ 양동열> 될 수 있으면 그건 안 쓰는 쪽으로 하는 게 우리 조직 문화의 통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조폭들 싸우는 현장에서 총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제압하기는 어려운 겁니까?

◆ 양동열> 물론 삼단봉, 수갑 여러 가지 장구류가 있지만 상당히 위협적인 흉기를 들었을 때, 우리가 경찰 장구로 대처하기는 실질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 김현정> 우리 양 전 경사님도 그런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도 느껴보시고 이런 경험도 있으세요? 이러다가 정말 큰일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적도?

◆ 양동열> 현장에서 그런 경우 많죠. 많습니다.

◇ 김현정> 예전에 일선 경찰관들은 죽자 살자 책임감, 기백 이런 걸로 싸웠는데 지금은 또 그런 것도 아니다 보니까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말씀이세요?

◆ 양동열>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얘기도 합니다. 시위 진압할 때 보면 물대포도 등장하고 최루가스도 등장하고 경찰특공대라고 해서 특수한 인력들도 있던데, 이럴 때 그 사람들이 등장하면 안 되나, 그런 것들을 사용하면 안 되나요?

◆ 양동열> 시위 현장하고 조폭 현장하고는 사항이 조금 다릅니다. 조폭 현장은 개인이 탄력적으로 판단해야 되고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이죠.

◇ 김현정> 그러면 보고가 엉터리로 축소됐던 부분은 어떻게 설명이 되나요? 조현오 총장도 다음 날 TV 보고 알았는데 말이죠?

◆ 양동열> 이런 인천 조폭 문제뿐만이 아니라 보고 문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우리가 조폭, 강도, 절도, 중요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상적으로 보고를 하면 책임소재를 묻기 때문에 그걸 축소보고하려는 조직 문화가 팽배해 있죠.

◇ 김현정> 가능하면 축소보고하려는 관행 같은 게 있다는 말씀이세요?

◆ 양동열> 관행이 깊숙하게 뿌리박고 있습니다. 경찰 조직 속에서 통설로 통하는 격언 비슷한 게 있습니다. 겁 많고 소극적인 사람이 경찰 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불문율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능하면 몸 사려라. 그래야 오래 간다는 말씀?

◆ 양동열> 사실도 그렇고요.

◇ 김현정> 그 말씀이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네요.

◆ 양동열> 그렇죠. 이 문제에 대해서 이 부분이 핵심이고 조폭 문제, 이 사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면 대안을 생각해 봐야 할 텐데요. 경찰의 수장 조현오 경찰청장은 어제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조폭에 대해서는 총 쏴서 제압하도록 하겠다. 전담반 800여 명을 꾸려서 사소한 조폭들의 행위도 용납 않겠다.” 이렇게 선언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안이 될까요?

◆ 양동열> 개인적으로 조현오 청장 지시가 지금 현재로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 경찰이 약 10만 명입니다. 그런데 10만 명 중에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경감 이상의 계급이 약 10% 정도 되는데, 그분들 대부분은 현장 경험이 거의 제로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지휘관들은 일선 현장을 모른다고요?

◆ 양동열> 그렇죠. 경위 이상 입직하는 경찰대 간부, 고시출신 등은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지휘할 수 없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께서도 이번에 조폭들의 칼부림이 나는 과정에서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두렵다고 뒤꽁무니를 빼면 경찰이냐. 총은 뭐하러 들고 다니느냐.” 이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께서는 제가 알기로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중견간부인 과장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범죄 발생 현장경험이 거의 없으면서 범죄의 현장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것도 지휘부의 책상머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인가요?

◆ 양동열> 그렇죠. 경찰의 잘못된 문화가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다는 이야기고요.

◇ 김현정> 한 단면이 드러난 것뿐이다?

◆ 양동열>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되어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 김현정> 전체적인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건 사라질 일이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 양동열> 문제가 발생하면 희생에 따른 충분한 국가적 명예와 보상과 권리가 없이, 의무와 책임만 지워지는 문화이고요. 이와 같은 근본문제에 대해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인과 결과에 대해 내부게시판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쓴소리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조직에서 배제하는 풍토가 있기 때문에 진정한 대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어요. 경험 없는 몇몇 지휘관들의 일반적인 면피식, 포퓰리즘식으로는 개선할 수 없고, 국민들의 피해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 김현정> 바른 소리하면 옷 벗는 분위기다. 양동열 전 경사께서도 20년 동안 일선 경찰로 근무를 하시다 2년 전에 파면을 당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바른 소리, 어떤 비판글을 쓰신 거예요?

◆ 양동열> 제가 내부게시판에 한 2년 동안 글을 썼습니다.

◇ 김현정>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 양동열> 강도, 절도, 흉악범. 축소보고 하지 말자.

◇ 김현정> 축소보고 하지 말자. 바로 이 부분이네요?

◆ 양동열> 이 부분을 제가 제일 강조했고요. 두번째, 실적 문제 같은 것을 뻥튀기하지 말자. 그리고 객관적인 승진인사를 하자. 이런 문제를 주로 다루다 보니까 전국적인 경찰의 공감이 컸고 지휘관들에게 밉보인 거죠.

◇ 김현정> 복직을 위해서 노력하고 계십니까?

◆ 양동열>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1심에서 승소했는데 2심에서 패소했고 지금 대법원에 상고중입니다. 진실은 반드시 있고 제가 대법원에서 지더라도 재심과 헌법소원, 죽을 때까지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자신 있고요.

◇ 김현정> 그런데 인터넷에다 그런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는 파면사유가 안 될 텐데요?

◆ 양동열>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글 쓴 부분을 명목으로 하고요.

◇ 김현정> 그러면 명예훼손입니까?

◆ 양동열> 부수적인 것은 근무태만, 근무이탈. 그런데 근무이탈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한 적이 없는데 명분을 삼아서 우리를 전부 다, 그것도 우리 조직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선고를 했고요.

◇ 김현정> 이 이야기는 오늘 잠깐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저희가 깊이 있게 취재를 해서 따로 다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동열 전 경사님,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