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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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3(목) 채수창 前서장 "조폭에 총격? 조폭에게도 인권은 있다"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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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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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채수창 前강북경찰서장

'조폭에게 인권이란 없다.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라.' 얼마 전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요. 구체적인 총기사용 매뉴얼도 나왔습니다. 기존에는 투항하라, 이런 경고도 하고 공포탄도 쏘고 이래야 됐었는데, 앞으로는 바로 총을 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경찰로서는 잘 된 일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지금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지난해 조현오 경찰청장의 실적주의를 공개비판했다가 파면당한 분이죠. 채수창 전 서울강북경찰서장입니다. 연결해 보겠습니다.

[IMG1] ◇ 김현정> 복직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신가요?

◆ 채수창> 1심에서는, 제가 행정소송에서는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고요. 그 다음에 경찰청이 항소를 해서 현재 항소심 진행 중입니다.

◇ 김현정> 파면 직후에 음식점, 홀서빙 아르바이트, 백화점 아르바이트 이런 것 했다는 말씀을 저희 방송에서 하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 채수창> 현재는 군산에 있는 군장비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지내고 있고요. 요 근래에 파면 해임된 경찰관들을 여러 명 만나면서 조직 내에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희생된 경찰관들을 위해서 경찰인권센터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조현오 청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조폭이 무슨 인권이냐. 총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해라.” 이렇게 지시를 했는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 채수창> '조폭에게 인권이 없다.' 그 말의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조폭으로 인하여 힘없는 서민들이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구제해 보자는 뜻이라고 이해는 되지만, 조폭보다 더한 살인범에게도 인권이 있는 건데 표현이 좀 과격해서 일종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 김현정> '인권이 없다.' 일단은 표현의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

◆ 채수창> 예. 그리고 이번에 경찰소속의 매뉴얼을 고치고 있는데, 매뉴얼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봅니다.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적시가 안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필요에 의해서 좀 상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자칫 오발사고나 총기남용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런 것 등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될 것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충분히 지금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서둘러서 너무 총기사용을 풀어준 게 아니냐, 이런 부분이 염려가 되시는 거네요?

◆ 채수창> 예.

◇ 김현정> 그런데 보통 조폭들이 워낙 험한 흉기를 갖고 다니니까 시민들이 불안하게 되고 이번에 인천장례식장 사건 같은 경우에도 “경찰들이 바로 권총을 쏠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 채수창> 제가 볼 때는 이번에 "총기를 사용해라. 그리고 문제가 되면 변호사 붙이고 소송비용을 지원하겠다." 이런 일들을 하는데요. 지금 일선의 반응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러해도 절대 총기는 쏘지 않을 거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채수창> 지금 많은 경찰관들이 엄청나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론이나 일부 시민단체 지적에 대해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고, 약간의 지적이나 비판만 있게 되면 지휘부에서 가차 없이 징계를 하는 통에 양쪽에 끼어들어서 완전히 사기가 죽어 있기 때문에요.

매뉴얼 고치는 것, 이게 다가 아니고요. 현장경찰관들이 좀 더 소신 있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현장 상황을 좀 존중해 주고, 믿고 맡겨주는 자세가 먼저 선행되어야 경찰관이 당당하게 근무를 하죠. 조직 지휘부에서 울타리와 방패 역할을 해야지, 모든 것을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일만 터지면 전부 아랫사람에게, 그것도 아주 중한 책임을 묻는 이런 조직 분위기 하에서는 매뉴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울타리와 방패가 되어 주어야 될 지휘부가 그러지 못한다.” 말씀하셨는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어떤 걸 느끼신 겁니까?

◆ 채수창> 인천에 있는 경찰관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봤습니다. “나는 비겁하지 않았다.”

◇ 김현정> 그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이 올리신 글을 말씀하시는 거죠?

◆ 채수창> “나는 용감했다.” 이런 글을 보고 오죽했으면 내부게시판에 그런 글을 올렸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 '저 직원 불이익 당하는 게 아닌가.' 이런 걱정마저도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경찰정책이 내부에서 반대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수렴하고 또 바깥의 시민단체, 언론, 인권단체의 지적도 충분히 수렴해서 시행착오 없는 치안정책이 수립되어야 우리 경찰조직이 국민으로부터 권위도 있고 신뢰도 받는 조직이 되고요. 그런 조직의 경찰관이 되어야 경찰관의 지시,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들한테 충분히 수용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조현오 청장이 다소 즉흥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도 보시는 거예요?

◆ 채수창> 3색신호등 문제만 보더라도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 김현정> 지금 인천장례식장 사건이 결국은 이번 총기매뉴얼을 다시 고치는 데 발단이 된 건데 그 이야기를 잠깐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조폭들의 싸움이 났는데 경찰들이 구경만 했다." 이런 보도가 대서특필이 되고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쏟아졌어요. 그런데 담당경찰은 “우리는 비겁하지 않았다.”며 글을 올리고, 이러면서 시민들은 좀 이게 애매하고 헷갈립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건가.

채수창 전 서장께서는 비겁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말이 아마 맞을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그러면 언론들이 좀 오버해서 보도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 채수창>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이 상황이 다 끝나고 나면 누가 잘 했고 누가 잘못했고 이런 것들이 보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상황이 다 진정이 됐으니까요. 그러나 조폭들이 흉기를 가지고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 떼로 몰려서 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총을 쏘느냐, 마느냐 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 것인가 이런 긴박한 상황, 얼마나 그 순간순간이 다급하고 긴박했겠습니까? 그래서 현장경찰관의 판단, 이걸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마도 들어가기 싫어서 팔짱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고, 상황이 제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동료니까 경찰편 들어주시는 건 아닌가요?

◆ 채수창> 예를 들면 미국 같은 경우는 신분증을 달라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손을 가슴에다 대면 혹시라도 저기서 총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사격해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현장 경찰관의 판단, 현장 상황을 존중해 주는 조직 내 분위기를 시민들께서도 조금 이해해 주시는 마음,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경찰의 기운이 빠졌다, 위축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느 정도나 사기가 떨어졌어요?

◆ 채수창> 지난번에 술 먹은 시민이 파출소에 가서 의자를 들고 난동을 피우는데도 오히려 파출소를 그 사람한테 맡겨놓고 도망갈 정도로, 이런 것들이 자신 있는 근무태도가 없는 단적인 예라고 봅니다. 인천사건도 그런 비슷한 종류라고도 볼 수도 있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힘내라고, 총기사용 더 느슨하게 해 주고 경찰에게 권한을 주고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해결책이 안 된다고 보세요?

◆ 채수창> 그것도 일종의 하나의 시도고 해결책이기는 한데요. 그거보다는 조직 내에 더 믿고 맡겨주는 존중하는 분위기들과 함께 같이 가야지, 매뉴얼만 고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현정> 성과주의를 비판하다가 파면이 되셨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보십니까. 밖에서 보시면 어때요?

◆ 채수창> 지난 한 달 전인가 경찰청에서 공식적으로 "검거위주의 성과주의는 안 하겠다." 선언을 해서 참 천만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번에 조폭 검거 실적을 보니까 엄청난 검거, 또 엄청난 구속을 했어요. 그 내막을 보니까 옛날에 잡은 것까지 다 점수에 넣는 것을 보면서 성과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굉장히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 채수창> 이번에 경찰청에서 조폭과의 전쟁을 선언하니까 전국에 있는 경찰서에서 조폭검거 실적을 경찰청에다 보고를 했습니다. 그 보고 실적을 보니까 선언한 기간에 잡은 것뿐만 아니라 옛날에 잡은 것까지 2중, 3중으로 해서 갑자기 한 번에 엄청난 수를 잡게 되니까, 이게 도대체 그동안 조폭이 어디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냐.

◇ 김현정> 그게 실적 부풀리기군요. 경찰인권센터는 언제 설립하실 생각이세요?

◆ 채수창> 지금 구성중이고, 올해 안에 해 볼까 합니다.

◇ 김현정> 그것도 기대를 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